[김주하의 '그런데'] 코미디언 대통령의 배신

입력 2022. 1. 2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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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코미디언이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2015년 방영된 드라마 '국민의 종'에서 부정부패를 비판하다 대통령이 되는 역할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실제로 정계에 입문해 2019년 진짜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저는 평생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웃도록 노력했습니다. 앞으로 5년도 여러분이 울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것을 하겠습니다.'

그런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취임한 지 불과 3년도 되지 않아 우크라이나는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12만 7천여 명의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준비를 완료했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외치면서 국민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2004년 오렌지혁명으로 친러시아 권위주의 정권을 축출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서방 국가 사이에서 오락가락 외교정책을 펼쳐 불신을 샀는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제 상황을 무시한 채 친서방 국가의 모임인 나토 가입을 추진하다 러시아의 반발을 샀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정부와 대통령궁 측근들을 자신의 옛 동료와 일가친척들로 채워 '측근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전직 우크라이나 하원의장이 '전문가가 없는 정부, 외교관이 없는 외교부, 장군이 없는 군 지휘부는, 마치 한 편의 코미디 호러 드라마 같다'라고 했을 정도니까요.

사실 이 같은 상황은 이미 대선 때부터 예고됐습니다. 젤렌스키는, 대통령 선거운동 내내 인기몰이와 편 가르기에 급급했고, 무리한 대선 공약을 쏟아내 위험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부패한 기성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은 몰표를 줬습니다.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고른다'

인기만 좇았던 대통령을 뽑아 국가적 위기를 자초한 우크라이나의 코미디 같은 사례는, 오는 3월 9일 선택을 앞둔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될 겁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코미디언 대통령의 배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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