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창이 1만5천원? 훈련소 앞, 가족들 심리 노린 '바가지'
추적보도 훅. '신병 훈련소' 앞을 가봤습니다. 부모 입장에선 입대하는 아들에게 이것저것 챙겨주고 싶죠. 훈련소 앞에서 파는 '입대 물품'에 지갑을 열지 말지 고민이 됩니다. 이런 심리를 악용한 '바가지'가 극성입니다. 그런데, 군에 물어보니 정작 입소하면 별로 쓸 일이 없는 물건들이라고 합니다.
이근평 기자입니다.
[기자]
군복 차림의 한 남성이 분주히 움직입니다.
경광봉까지 든 모습이 군 관계자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가 하고 있는 것은 호객행위입니다.
소형 스피커까지 갖추고 뭔가가 필요하다고 안내합니다.
사람들을 몰아 맞은편 가게로 유도합니다.
[훈련소 인근 가게 관계자 : 건너가세요. 건너가세요. 핸드폰하고 일체형 충전기 꼭 챙겨서 가세요. 집에서 가져온 마스크는 흰색만 가능해요. 색깔 있는 건 안 돼요. 텀블러랑 일체형(충전기)만 가져가시면 돼요.]
군인이 아닌 사람이 군복을 입는 것은 불법이라는 훈련소 측의 현수막에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훈련소 인근에선 입대 용품을 파는 상인들이 곳곳에 눈에 띕니다.
입소 전 마지막 식사를 하는 식당에서 부터 상인이 따라붙습니다.
[상인 : 이거 사시면 후회 안 하셔.]
길목마다 수십 개의 불법 노점도 보입니다.
전자시계와 텀블러가 각각 3만 원, 휴대전화 충전기 2만 원, 깔창 1만 5000원, 무릎보호대 1만 원, 라이트펜 5000 원 등입니다.
시중보다 최소 2~3배 비쌉니다.
[상인 : 저희가 물가가 솔직히 조금 높은 편이거든요. 그런 거 때문에 취재하시는 거면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솔직한 얘기로. 저희 먹고살아야 해요. 일주일에 한 번밖에 장사 안 해요.]
조금만 골라도 비용은 금세 불어납니다.
[상인 : 8만8000원. 현금 결제하시면 8만원만 주시면 돼요.]
신병 가족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카페에선 10만 원 넘게 충동구매를 했다는 경험담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내 아들만 물건을 못 챙겨 고생하지 않을까 지갑을 열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신병 어머니 : 엄마 마음이다 보니까 만약에 활용을 안 하더라도 다시 보내더라도 별로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죠.]
하지만 정작 훈련소 측은 이들 물건이 크게 쓸모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훈련소 근무 장병 : (여기서 물건 파는 거 사갖고 들어가야 하나요?) 안 사도 됩니다, 다 나와서. (다 필요 없어요?) 네.]
마스크의 경우 상인의 설명과 달리 부족하지 않게 보급되고 있습니다.
군에 따르면 흰색 마스크만 써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휴대전화 충전기는 훈련소에선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게 허용되지 않아 쓸 일이 없습니다.
깔창 등 보호 장구 역시 보급품의 품질이 좋아져 따로 필요하지 않습니다.
육군은 홈페이지에 부대 주변에서 물건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정식 공지까지 내걸고 있습니다.
불법 노점 단속은 지방자치단체가 할 일인데 지자체에선 단속에 소극적입니다.
(화면출처 : 육군훈련소 홈페이지)
(영상디자인 : 박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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