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탐방] 여준석 떠난 용산고, 2022년도 다시 힘차게 뛰기 시작한다

정병민 2022. 1. 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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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준석을 포함한 주축 선수들이 대거 떠났지만 용산고의 2022년도는 여전히 밝아 보인다.

1949년 창단한 용산고 농구부는 올해로 73년의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용산고는 오래된 만큼 6.25전쟁을 포함한 한국 역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함께 해왔다. 온갖 풍파와 시련을 겪은 용산고는 1960년대부터, 현 한국가스공사 총 감독에 위치한 신선우 감독을 포함한 많은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하기 시작한다.

용산고의 전성시대는 1970년대 후반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을 알린다. 허재, 유도훈, 이민형과 같은 파릇파릇한 신입생들과 함께 전국에 개최된 대회란 대회는 전부 석권했다. 이후에도 용산고는 양동근, 이세범, 이광재, 이승현 등 걸출한 슈퍼스타들을 앞세워 춘계연맹전에서 3연패를 기록하는 등 고교 최강 명문팀으로의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용산고는 이처럼 뛰어난 명성만큼 협회장기, 대통령기, 쌍용기 대회에서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위에서 나열한 주축 선수들이 졸업해 더 넓은 무대로 향하자 용산고의 전력도 자연스레 약해졌다. 그 결과, 용산고는 이전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 사이, 라이벌 경복고가 무섭게 치고 올라왔고 결국 그들에게 정상의 자리를 내주고 만다.

잠시 헤매었던 용산고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게 된다. 그 첫 번째 단계는 2017년, 이세범 코치를 지도자로 데려온 것이다. 이세범 코치가 용산고에 불러온 변화의 바람은 생각보다 신선했고 한편으론, 거셌다. 

 

이세범 코치와 새마음 새 뜻으로 출발한 용산고는 2018년도 연맹회장기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후, 용산고는 여준석, 신주영, 박정환 트리오를 앞세워 2021년도엔 5관왕을 달성하며 2021년도를 용산고의 해로 만들었다.

이세범 용산고 코치는 “포지션마다 우수한 선수들이 많았다. 저학년에서도 김승우, 이채영, 김윤성이 뒤에서 받쳐주며 힘을 불어넣었다. 여준석, 신주영이 없어도 특출나고 개성 있는 선수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면서 경기를 한 부분이 완벽한 팀워크로 나타난 것 같다”고 2021년도를 되돌아봤다.

용산고가 이렇게 예전부터 명문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선수와 코치진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제일이라 할 수 있다. 선수들의 땀방울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빛을 봤고 그 선수들의 뛰어난 실력이 용산고를 더욱 빛나게 한 것이다.

그러나 학교, 지자체와 서울시에서의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최근엔 총동문회와 학부모님들의 무한한 관심과 전폭적인 서포트도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용산고는 전국 어느 학교에 밀리지 않는 든든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세범 코치는 “용산고는 국립 학교여서 다른 곳보다 지원이 한정적이다. 하지만 동문회, 농구부 후원회가 선수들이 훈련하는 데 있어 큰 부족함 없도록 신경 써주시고 계신다. 또 농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끔 환경을 조성해 주셨다. 매우 감사하다. 학교에서도 선수들이 개인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체육관 공간 배려를 잘 해주신다”며 주변에 감사의 메시지를 보냈다.

더불어 이 코치는 “다만, 체육관의 엔드라인과 사이드라인이 작다. 훈련하는 데 큰 불편함과 부족함은 없다. 냉난방 시설, 웨이트 시설도 최고다. 용농회의 지원을 받아 선수들이 피지컬 트레이닝을 전문 트레이너에게도 받는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용산고는 대체적으로 선수 수급을 연계학교인 용산중에서 이루고 있다. 또 타 학교에서 용산고로 지원을 원해 오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유망한 선수가 있으면 이세범 코치가 직접 나서 용산고 농구부와 훈련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이 선수가 용산고에 오면 얼마만큼 성장할 수 있는지 일깨워주고 리쿠르팅하는 경우도 있다한다.

위에서 언급했듯, 용산고는 여준석과 신주영으로 이어지는 트윈타워를 앞세워 2021년 전국체전, 춘계연맹전, 협회장기, 종별대회,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그들을 대적할 만한 적수가 없었다.
 


여준석과 신주영이 대표팀으로 차출된 기간에도 나머지 선수들이 하나 되어 그들의 공백을 잘 메워냈다. 용산고는 두 선수에게만 의존하는 팀이 아닌 ONE TEAM 임을 증명했다. 용산고가 다시 정상을 탈환할 수 있었던 부분엔 무엇보다 선수들의 노력과 뛰어난 기량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세범 코치의 명확한 신념과 지도력도 배제할 수 없었다.

이세범 코치는 “포지션 경계를 허물었다. 신주영은 키가 2m임에도 3점슛을 4~5개씩 넣는 경기도 많았고 박정환은 적극적으로 림 어택을 가졌다. 서로 간의 포지션을 넘나드는 농구를 적용해 여러 방면에서 발전을 추구했다. 타 학교와 비교해 특별한 점은 없다”고 말했다.

또 이세범 코치는 선수들의 사소한 이야기도 크게 귀 기울였다. 선수와 지도자 간의 소통을 매우 중요시한 셈이다. 이 코치의 노력과 소통, 접근에 선수들도 빠르게 녹아들었고 따르기 시작했다.

이 코치는 “아이들에게 소통과 질문을 많이 했다. 요즘 아이들은 네, 아니오로 대답을 많이 하는데 그렇게 하지 말자고 선수들에게 부탁했다. 저 또한 아이들이 직접 이야기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며 설명을 덧붙였다.

고등학교 지도자는 선수들의 개인 기량 향상과 팀 성적만 좋게 거두면 되는 줄 알았다. 예전엔 농구 선수가 농구만 잘하면 대학 진학에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는 다 옛날이야기다. 시대가 변하면서 선수들의 대학 입시 문제도 새로워졌다. 이는 이세범 코치의 골머리를 앓게 한 것 중 하나였다.

이 코치는 “일반 학생들이 대학을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하듯이 우린 농구를 했다.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야 하고 보여줘야 했다. 현재는 학교마다 봉사활동, 내신 성적, 생기부 내용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 저와 농구부장님, 감독 교사님이 일깨워주면서 체크하고 있지만 모든 것을 퍼펙트하게 해줄 순 없다”며 나름의 고충을 전달했다.

이세범 코치는 선수 은퇴와 동시에 원주 동부 프로미(현 원주 DB) 코치로 제2의 농구 인생을 이어갔다. 2017년까지 원주에서 코치로 지냈던 그는 이후 모교인 용산고 코치로 농구와 연을 이어가고 있다. 프로와 아마추어, 분명히 지도자로서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다를 듯했다.

이 코치는 “가장 먼저 학생 본분을 지킬 수 있게끔 하고 있다. 이 선수들은 아직 농구할 날이 무한하다. 그래서 반복적으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고 기본기와 기술을 특히 강조한다. 선수들도 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을 이어간 이 코치는 “그렇게 기본적인 부분을 갖추고 훈련 상황에서 이 동작을 왜 하는지 이해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결실을 맺어온다. 저는 아이들에게 외우는 농구보다 이해하면서 창의적인 농구를 할 수 있게끔 도와주고 있다”고 밝혔다.

2021년도를 5관왕으로 마무리한 만큼 이세범 코치의 2022년 목표도 당연히(?) 우승일 줄 알았다. 하지만 이세범 코치가 전해온 목표는 뜻밖이었다. 이 코치는 구체적인 목표보다 위처럼 아이들이 농구에 결실을 맺었으면 한다고 멘트를 남겼다.

이 코치는 “이겨도 얻는 게 없다면 의미가 전혀 없다. 항상 아이들에게 좋은 습관을 만들어주고 싶다. 아이들이 실패를 하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넘어져도 부딪쳐줬으면 한다. 그게 잘 이뤄지고 보완되면 어느 팀이라도 용산고를 쉽게 이길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들 또한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며 인터뷰를 정리했다.

용산고는 최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기 위해 많은 연습 경기로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전지훈련은 시행하지 못했지만 본인들의 자리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장점은 극대화해 더욱 완벽한 전력을 갖춰가고 있다. 이처럼 선수들의 노력과 용산고 코치진들의 열정이 있기에 용산고의 2022년도 미래는 여전히 밝아 보이는 듯하다.

사진 제공 = 용산고등학교 농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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