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탈호남 현상'.."미래는 '지방 붕괴' 걱정해야 한다"

박웅 2022. 1. 2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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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 지역 20대 청년 '탈호남 현상' 가속화, "일자리 없고, 인프라도 부족해 지역 떠나요"
- 『전라디언의 굴레』조귀동 작가 인터뷰, "호남권 청년들은 기회가 적어 떠나..지방 붕괴 우려, 방치하면 큰일 난다"

[KBS 전주]


■ 호남 지역 청년 유출 심각…지난해에만 2만 명 넘게 떠났다.

지방소멸과 청년유출. 지금은 익숙해진 사회 문제 키워드입니다. 대체로 전국 모든 지역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인데 그 중에서도 지방소멸과 청년유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곳으로 호남 지역이 꼽힙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연간 국내인구이동’을 보면 호남 지역에서는 10살부터 39살 인구 2만 3천여 명이 순유출됐습니다.
특히, 대학교에 다니거나 경제활동을 하는 시기인 20대 청년들의 ‘탈호남’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자세하게는 전남에서 9,300명, 전북에서 7,300명, 광주에서 2,600명이 지역을 떠났습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서울, 경기, 충청 지역으로 터전을 옮겼습니다. 권역별 순이동자 수 추이에서도 호남권은 2011년 이후 계속 들어오는 사람보다 나가는 사람이 많은 ‘마이너스’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은 시도 내 이동 사유는 주택(45.9%)이 가장 많았지만, 시도 간 이동 사유는 직업 (34.5%)이 가장 많다고 분석했습니다. 가까운 권역에서는 주거를 이유로 터전을 옮기자면, 거리가 먼 권역끼리는 일자리 문제가 가장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 “일자리와 인프라 모두 부족해 호남 떠난다”

그렇다면 통계 속에 어떤 사연이 담겨 있을까요? 호남 출신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는 사연은 통계 속 숫자보다 날카롭습니다. 전북 임실 출신의 대학생 최낙영 씨는 “앞으로 제조업 분야로 취업할 것 같은데 그게 전라북도는 아닐 것 같다. 전라북도에는 대형 공장이나 기업들이 없어서 아무래도 전라북도로 내려가는 것은 힘들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익산 출신의 또 다른 대학생 김재희 씨는 “지방에는 자기계발이나 커리어 발전의 기회가 사실상 부족하고 지방으로 돌아가는 일이 저한테 커리어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저는 서울 쪽으로 계속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괜찮은 일자리만 있다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전주 출신 대학생 오유영 씨는 “대학을 다니며 수도권 친구들을 만나보니까 확실히 어릴 때부터 다양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인프라를 활용하는 법도 잘 알고, 그리고 그만큼 더 자기의 스펙이라든지 성장에 있어서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수도권이라고 해서 마냥 살기만 좋은 것은 아니다. 경쟁이 치열하기도 답답하기도 하고. 그렇게 투정을 부리지만 내려갈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명 ‘좋은 일자리’도 부족하고, 그런 일자리를 찾는다고 해도 문화적 혜택과 성장의 기회가 수도권에 비교해 부족한 지방. 청년들은 여러 인생의 선택지 중에 ‘지방살이’에 눈길을 돌리기 꺼려 합니다. 해가 갈수록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청년 유출과 지역 소멸, 이미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지만 ‘탈지방, 인서울’을 원하는 청년들의 행렬은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 『전라디언의 굴레』조귀동 작가, “호남 청년들은 ‘이중고’의 굴레에 놓여”

이런 가운데 KBS는『세습 중산층 사회』(2020년),『전라디언의 굴레』(2021년)를 펴내면서 세대와 지역 담론에서 신선한 분석을 제시하고 있는 조귀동 작가를 인터뷰했습니다. 조귀동 작가는 특히 최근작인 『전라디언의 굴레』에서 호남이 안고 있는 사회경제적인 문제를 여러 각도로 살펴본 결과물을 내놓으며 청년들의 ‘탈호남 현상’이 다른 지역보다 심각한 이유를 정밀 분석했습니다. 이촌 향도, 저발전, 지역 차별, 불평등, 취약한 거버넌스 등 오늘날 호남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저서는 각계의 관심을 얻고 있습니다.

- 최근 저서에서 호남 지역이 안고 있는 이중차별 문제에 대해서 많이 언급했습니다.

“일단 호남 문제야말로 지역 문제라는 보편성의 문제점이 가장 집약된 공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죠. 서울과 지역의 차별, 지역의 저발전, 청년들의 유출, 산업 발전에 적응하지 못하는 지방의 모습들. 이런 모습들이 호남에 가장 집약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호남과 지역이 어떻게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가 초점인데, 지역 내에서 어떻게 정치와 경제 구조가 작동하고 있고 어떤 문제가 있어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가? 그래서 내부의 문제를 들여다보자고 방향을 잡았습니다. 결국, 지역 문제를 서울에 있는 엘리트가 아니라 지역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 지역 현장에 있는 대중이나 시민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보여줄 수 있으면 어떨까. 그게 지역 담론을 더 생동감 있게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책을 썼습니다.”


- 그렇다면 호남 지역 청년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십니까?

“이중차별은 크게 두 가지 의미입니다. 하나는 호남의 저발전과 연관이 되어 있고 다른 하나는 계층이나 계급의 차별. 즉, 호남에 살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중간 이하의 노동계급 혹은 영세상인 아니겠습니까. 지역경제가 발전하지 못하면서 이런 사람들이 좀처럼 상향 이동의 가능성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다 경제 발전 단계에서 나타나는 여러 모순의 사이에 있는 거죠. 청년들이 겪는 가장 첫 번째 어려움은 일자리인데 그 중에서도 교육의 기회겠죠. 요즘 대표적으로 IT 기술이 발전하고 콘텐츠 산업이 발전하는데 이런 산업 발전 속에서 청년들은 적합한 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고 있는가. 또, 일종의 직업 사다리를 타고 상향 이동할 수 있는가. 그것도 없고요. 옛날에 입시 교육에서는 그래도 통했지만 이제 그렇게 되지 않는 시대가 됐는데 그런 기회가 없는 거죠. 또는 적합한 직업 훈련의 기회를 얻고 있는가. 그것도 없고요.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무형의 가치를 서울에서는 누릴 수 있지만, 지방에서는 누릴 수 없는 것들. 그 부분의 격차가 매우 크지 않습니까. 대표적인 게 직접적으로 드러난 것은 소비할 수 있는 것들, 대형 쇼핑몰 같은 곳 없잖아요? 그게 아주 직접적인 것이고. 또는 무형적인, 문화적인 향유 또는 사회적인 인맥의 형성, 자기계발 욕구들 이런 무형의 가치를 지방 청년들이 갖고 있는가? 그 부분도 굉장히 박탈당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정적으로 지역 사회는 서울만큼 열려 있는 사회인가. 내가 주류에 거슬리는 이야기를 하고 멋대로 살아갈 자유가 있는가? 지역 사회 특유의 폐쇄적인 분위기에 청년들이 눌려있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 지역에 사는 많은 청년이 자기가 나고 자란 곳을 떠나고 있습니다. 한번 지방을 떠나면 돌아오지 않는 사례도 많습니다. 호남지역이 다른 지역과 어떤 차이가 있길래 유독 심한 건지 궁금합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8년에 분석한 보고서가 있는데 호남과 영남 청년들의 남아 있을 때 임금과 서울로 옮겼을 때 임금을 비교했습니다. 호남은 남아 있을 때는 194만 원을 서울로 옮기면 214만 원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영남의 경우는 남아 있을 때는 206만 원, 옮기면 231만 원이에요. 일단 호남이 지역 내 임금 수준이 낮다는 거죠. 서울로 옮겨가는 비율도 확실히 영남보다 높고요. 지방 청년이 다 어렵다고는 하지만 고용정보원 보고서는 이렇게 결론을 내리는데요, 호남의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수도권으로 간다. 즉, 밀려서 올라간다는 거고. 영남의 청년들은 더 좋은 일자리 기회를 찾기 위해 이직한다, 옮겨간다. 여기보다 수도권에서 더 괜찮은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 잡을 수 있으니까 간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결국은 두 가지 아니겠습니까? 일단은 지역 내 일자리의 질이 굉장히 낮다는 것. 옮겨갔을 경우에 다시 돌아올 이유가 없다는 것이겠죠.”


- 청년들이 지역사회를 계속 떠나게 되면 앞으로 미래사회는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

“지방이 노인들만 있게 되면 노인을 부양할 수 있는 재정적인 여유를 갖고 있느냐, 그리고 남아 있는 노인들은 적합한 사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에 지자체의 행정기능과 사회복지기능이 붕괴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게 전북, 전남 또는 지방에 있는 상당수 지자체가 많이 겪게 될 경험일 수 있죠. 단순하게 지방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지방이란 사회 자체의 기능이 완전히 망가져 버린다. 왜? 일할 청년이 없고 세금을 낼 청년이 없고 누군가 노인을 부양하기 위해 애를 써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요. 그래서 청년이 떠나지 않고 나간 청년들이 돌아오는 자생력을 갖춘 지방을 위해 돌파구를 찾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역대 정부가 추진해 온 국토균형발전 정책이 지방 청년들에게 도움이 됐다고 볼 수 있을까요?

“도움이 안 된 것은 아니겠죠. 대표적인 게 전남대학교 졸업생 취업하는 데이터를 봤는데 공공기관 취업을 많이 하는데요. 상당수가 전남 나주 혁신도시 같은 곳에 지역인재 우선채용 정책으로 취업합니다. 공공기관 이전은 지방대학생들에게 어느 정도 기회를 주는 것이죠. 2000년 이후에 호남 지역의 도로 등 SOC 사정이 좋아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지역 경제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느냐? 지방이 중앙정부에서 받아야 할 것은 지역 경제 자생력과 추가 발전을 위한 마중물인데 그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게 현재 국토균형발전정책의 문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 청년과 관련해 많은 정책과 공약들이 쏟아질텐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솔직히 지방 청년들에 대한 공약이 진실성이 있는가? 그리고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공약인가 또 더 나아가서 지방 청년들의 문제에 얼마만큼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인가에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상당수의 공약은 그저 일반적인 청년 공약이고 그리고 그 청년공약은 정확히 말하면 서울에 있는 중산층 출신 명문대 청년을 위한 공약이거든요. 실제로 지방청년들의 문제는 그런 문제와는 다르거든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방대 문제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지방대 같은 경우에 지방 인구가 줄어드니까 지방대가 죽어간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여러 가지 자료를 뜯어보면 지방대가 죽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지금까지 투자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거든요. 그러니까 정부 보조금 추이를 쭉 보거나 학생 1인당 대학 예산을 뜯어보면 정확히 대학 서열과 일치합니다. 지방대에 대한 투자는 여러 가지 지원 사업을 한다고 하지만 지방대에 대한 나눠먹기식 사업만 했기 때문에 효과가 없는 것이죠. 미국이나 유럽을 사례로 들면 쇠락 지역을 살리는 길이 결국 대학에 대한 투자였습니다. 지방대학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역 커뮤니티나 지역 경제계와 소통하고 공동사업을 벌이면서 쇠락한 지역을 되살리는 사례가 아주 많았거든요. 저는 이 결과가 지역민 스스로가 지역민이 필요한 정책을 만들어내지 못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앙 엘리트가 보기에는 지방대학에 돈을 투입할 필요가 없죠.”

-청년 유출과 지방 소멸 문제, 오래전부터 다뤄져 온 문제들인데 앞으로 해결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해결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으로 산업 구조의 문제인데 지식 기반 산업이라고 할만한 것들 대표적인 게 IT 산업, 소프트웨어 산업 이런 산업들은 서울로 모이려고 하고 있죠. 그런 부분의 문제를 어떻게 역전할 것인가 그런 트렌드를 어떻게 뒤바꿀 것인가 하는 문제는 어려운 문제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지역을 그대로 죽어가는 땅이라고 방치할 수 있을까요? 또 수도권의 초집중화가 과연 한국이라는 나라 내지는 수도권 자체에 이득이 되는가.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지방이라는 곳은 공간적으로 ‘서울 바깥’이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세계’ 아니겠습니까? 전주가 있고 광주가 있고 부산이 있고 대구가 있고. 이런 여러가지 별도의 지역사회가 있기 때문에 사회의 다양성이 확보되고 사회의 다양성이야말로 한국 사회가 낳은 한국이 낳은 전반적인 큰 틀의 공동체 발전을 만들어나갈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방 소멸이라고 하기보다는 일종의 지방을 21세기에 맞춰서 어떻게 바꿀 것인가? 차라리, 그 질문을 던지는 게 오히려 낫다고 생각하고, 21세기에 적합한 발전 전략을 어떻게 만들고 정치구조나 경제구조를 바꿔줄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는 게 훨씬 더 생산적인 고민이 아닐까 싶습니다.”

박웅 기자 (is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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