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영국 과학자들과 공중보건 전문가들이 세계 30억 인구가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상황에서 방역 해제는 영국에서 수 천명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보리스 존슨 총리에게 경고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8일 저명 과학자와 보건 전문가 300여 명이 이런 내용을 담은 2쪽 분량의 서한을 총리실에 보내 강력한 방역 조치들이 담긴 '플랜 B' 폐지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전날 실내 마스크 착용, 코로나19 패스(covid pass), 재택근무 권고 등으로 구성된 코로나19 방역 '플랜 B'를 폐지했다. 또 확진자 자가격리 기간은 백신 2회 접종자의 경우 7일에서 5일로 줄였으며 이마저도 3월에는 없애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과학자들과 보건 전문가들은 그러나 존슨 총리가 가난한 나라의 30억 미접종자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데 충분히 힘쓰지 않고 플랜B를 해제하는 무모한 결정을 해 공중보건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서한에서 "중·저 소득 국가의 수많은 사람을 미접종 상태로 남겨두는 것은 새로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 변이가 출연할 가능성이 큰 상황을 만드는 것으로 공중보건 측면에서 무모한 접근"이라고 밝혔다.
이어 "세계 인구 대다수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게 바이러스의 변이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영국에서 하루 100만 명이 추가접종(부스터샷)을 하지만 세계 30억 명 이상은 첫 접종도 못 했고, 부유한 국가의 부스터샷이 빈곤국 전체 백신 접종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존슨 총리에게 제약업계 이익보다 공중보건을 우선시해야 한다며 중·저소득국가들이 코로나 백신과 검사, 치료제를 자체 생산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지적재산권 적용을 중단시키기 위한 국제사회 노력을 지지해달라고 촉구했다.
백신 기술을 공유해 중·저소득국가들이 스스로 백신을 생산해 백신 접종 범위를 확대하도록 하지 않으면 기존 백신으로 새 변이 출현을 막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 서한에 서명한 나이절 크리스프 전 국민보건서비스(NHS) 대표는 "팬데믹 내내 정부는 과학을 따르겠다고 약속했다"며 "새 변이로부터 우리 자신과 국민보건서비스를 지키는 최선의 방법은 전 세계에 백신을 접종하는 것뿐이라는 건 과학적으로 명백하다"고 말했다.
옥스퍼드대 로라 머슨 교수는 "세계 대부분이 미접종 상태로 남아있는 한 부스터샷의 보호 효과도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팬데믹은 백신을 맞을 수 없는 빈곤국 사람들 사이에서 새 변이가 출현할 위험이 해결될 때까지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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