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안보리 공개회의로 "협상 복귀" 압박 .. 러 "미국 제안 낙관적이지 않아" 팽팽한 긴장
[경향신문]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금지를 법적으로 보장하라는 러시아의 요구에 대한 서면 답변을 보낸 이후에도 미·러 간 팽팽한 기싸움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 회부함으로써 러시아에 대한 외교적 압박 수위를 높였다. 러시아는 미국과 나토의 안전보장 제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긍정적인 내용이 별로 없다”며 미국에 날을 세웠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정무담당 차관은 2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조속한 협상 복귀를 촉구했다. 눌런드 차관은 “양국은 이전에도 협상을 통해 매우 어려운 안보와 군비통제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이란 유산 대신 안보와 군축의 유산을 위한 진정한 기회를 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동시에 우크라이나 문제를 안보리에서 공개적으로 다루자고 제안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의 행위가 “국제평화와 안보, 유엔 헌장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라며 오는 31일 안보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공개 회의를 개최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안보리 내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던 우크라이나 관련 협의를 공개 회의로 전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저지하기 위한 외교적 공조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및 경제적 지원 의지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달 7일에는 백악관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러시아 제재 등을 둘러싼 독일과의 이견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다.
러시아는 미국의 답변서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우려 등을 다루지 않고 있다”며 일단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부차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진지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을 제공한다”며 협상을 지속할 수 있다는 여지는 남겼다. 미국의 제안을 검토 중인 푸틴 대통령의 반응이 주목되는 까닭이다. 세르게이 라프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이날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서면 답변이 나토가 보낸 답변보다 낫다면서 중·단거리 미사일의 유럽 배치 동결, 상대 지역 인근 훈련 금지 등을 예로 들었다. 라프로프 장관은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의 이익을 무례하게 침범하고 무시하는 것을 용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러가 협상의 문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의 외교적 해결 기회는 남아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접경 병력 철수, 미국의 나토 동진 금지 확약 등 양국이 최우선으로 강조하는 사안에서 조기에 타협점이 마련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24시간을 포함해 러시아가 서부(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와 벨라루스에서 병력을 계속해서 더 많이 배치하는 움직임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시 유럽연합(EU) 등과 ‘초강력 제재’를 발동하겠다는 입장이고, 러시아는 쿠바 등 미국 인접지역에서의 미사일 배치 등 ‘군사기술적 조치’까지도 시사하고 있다.
눌런드 차관은 “러시아가 우리의 대화 제의를 거부할 경우 그 대가는 신속하고 엄중해야 한다는 우리의 결의 또한 단합돼 있다”면서 강도높은 제재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은 어떤 식으로든 가동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당사국인 독일도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 패키지에 이 가스관의 가동 중단이 포함돼있다고 밝혔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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