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최고대표 올림픽 이후 신장 방문"..중국 '조건부 허용' 보도
[경향신문]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다음달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후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를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바첼레트 대표는 그동안 신장 인권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중국에 ‘의미 있고 제약 없는 접근’을 요구해 왔지만 현지 방문이 허용되지 않았었다. 중국은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신장 인권 문제가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조건부로 바첼레트 대표의 신장 방문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8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동계올림픽 이후 올해 상반기 중에 바첼레트 대표가 신장 지역을 방문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바첼레트 대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협의를 거쳐 조사가 아닌 ‘우호적 방문’을 전제로 바첼레트 대표의 신장 방문을 허가했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중국 정부가 바첼레트 대표의 신장 방문을 허가한 것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더욱 거세지고 있는 인권탄압 논란 때문으로 보인다. 바첼레트 대표는 2018년부터 인권 상황을 조사하기 위한 신장 방문을 희망해 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방문은 환영하지만 ‘유죄’를 가정한 조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바첼레트 대표의 신장 방문 허용 소식이 전해진 것은 올림픽을 앞두고 유엔의 신장 인권보고서가 발표되는 것을 막으려는 중국 정부의 ‘궁여지책’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SCMP에 “중국은 바첼레트 대표의 방문이 죄가 있다는 가정 아래 이뤄지는 조사가 아니라 우호적 방문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면서 “유엔난민기구(UNHCR)가 신장 인권 보고서를 발표해서는 안 된다는 게 핵심 요구사항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신장 방문에 대한 중국 정부와의 협의가 진전되지 않자 지난해 12월 신장 인권보고서를 몇 주 안에 발표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발표 계획은 나오지 않았고, 미국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는 최근 바첼레트 대표에게 공문을 보내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개막하는 다음달 4일 이전에 보고서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국제인권단체와 일부 서방국가들은 중국이 최소 100만명의 무슬림을 수용소에 강제 구금하는 등 신장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소수민족의 인권을 탄압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과 주요 동맹국은 신장 인권 문제을 이유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도 선언했다. 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신장에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에 서명하며 인권 문제를 고리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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