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중대재해법은 사후약방문..'진짜' 예방책 내놔야

김희준 기자 2022. 1. 2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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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부터 시행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CEO에게 1년 이상 징역 등의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법안이다.

중대재해법을 순수하게 적용할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전국 1200여개 남짓 국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의 안전책임을 지게 된다.

형사처벌에 민감한 CEO를 대상으로 중대재해법 예방 컨설팅팀을 꾸리려는 로펌의 수요가, 고용부 출신 퇴직자들의 '고용창출'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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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공사장에서 공사 관계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희준 기자 = 27일부터 시행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CEO에게 1년 이상 징역 등의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법안이다.

일각에선 CEO에게 강력하고 직접적인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법안이라고 한다.

하지만 당장 현장에선 '아우성'이다. 굵직한 건설사들의 공사현장이 멈췄다. 중대재해법을 통해 부담해야 할 경영리스크가 사업의 이윤보다 높기 때문이다.

징벌적 법안이 경제주체간 수용범위를 넘어섰다고 비판하는 것도 여기에 있다. 책임소재를 모호하게 잡아놓은 것도 원인이다. 해석에 따라 책임의 범위가 무한대로 늘어난다.

중대재해법을 순수하게 적용할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전국 1200여개 남짓 국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의 안전책임을 지게 된다. 하물며 민간 산업체의 고충은 오죽하랴.

아파트의 '거래가뭄'이 장기간 지속해 집값이 떨어지는 상황을 두고 부동산시장의 '안정'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적정거래 속에서 집값이 정상화될 때가 안정이다.

같은 맥락에서 산업현장 또는 건축현장의 운영 자체를 포기하게 할 만큼 파급력이 있는 중대재해법을 두고, 고용현장의 안전 확보를 만들어낸다고 하지 않는다.

경영주체의 이탈을 유도하는 과도한 입법일 뿐이다. 안전사고 발생 이후 반드시 법적소송을 유도하는 구조 탓에 징벌적 입법은 맞지만, '사고예방'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일각에선 되레 중대재해법의 실익은 법을 관리하는 고용노동부와 퇴직자, 대형로펌에게 돌아간다고 비판한다.

이를테면 지난 25일 법무법인 태평양은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고용노동부 출신의 김화묵, 권기태 노무사를 영입했다. 모두 30년 이상 고용부 직원으로 산재예방지도과장 등을 담당한 '중대재해법' 특화 전문가다.

이외에도 법무법인 세종에선 문기섭 전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을, 율촌에선 박영만 전 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을 영입했다. 광장에선 신인재 전 산업안전보건교육원장을, 화우에선 고재철 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과 신현수 전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 근로개선지도과장을 영입했다.

형사처벌에 민감한 CEO를 대상으로 중대재해법 예방 컨설팅팀을 꾸리려는 로펌의 수요가, 고용부 출신 퇴직자들의 '고용창출'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관가에선 중대재해법을 근간으로 이를 적용할 부처와 해당부처의 퇴직자들이 각각 '창'과 '방패'의 역할을 자처하면서 대기업을 대상으로 '안전예방'보다 사고발생 후 '법적처벌'을 이용해 자체 '고용창출'과 법률 컨설팅 시장의 판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6월 광주에서 발생한 붕괴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국토교통부에선 3가지 입법안을 내놨다. 하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건설안전특별법'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건안법은 건축의 각 단계별로 책임자를 지정해, 단계별 사고 발생 시 책임자를 특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법안이 빨리 통과됐다면, 콘크리트 양상과정 등에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된 현대산업개발의 2차 사고는 사전에 차단했을 것이란 평가다. 오로지 강한 사후책임 여부만 강조한 중대재해법보단 안전사고 예방 목적에 부합한다.

국민의 눈은 매섭다. 명분과 실제 목적이 어긋나거나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감출 수 있는 세상도 아니다. 당정은 불분명한 중대재해법 하나로 산업 전반을 흔드는 권한 사수에 집착할 게 아니라, 고용과 산업, 안전을 모두 지킬 수 있는 실리적인 대안법 교체를 고민해야 한다.

h99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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