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죽였다"..낙태 금지한 폴란드서 임신부 잇따라 사망

박세희 기자 2022. 1. 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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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에서 의사의 낙태 시술을 거부당한 37세 여성이 사망하자 여성단체들이 시위를 조직하는 등 1년 전 도입된 낙태 금지법 폐기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쌍둥이를 임신한 아그예츠카 T라는 이름의 여성이 두 태아 중 하나의 심장이 멈춘 뒤 임신 중절 수술을 받으려 했으나 의사가 이를 거부해 25일 아침 숨졌다.

그러나 의사는 낙태를 금지한 현행법을 이유로 심장이 멈춘 태아 적출을 거부했고, 며칠 뒤 다른 태아도 숨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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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금지’ 반대하는 시위대 EPA·연합뉴스

태아 심장 멎었지만 중절 지연된 뒤 숨져

바르샤바 등서 규탄 집회…“또 다른 사망자 나오지 않아야”

폴란드에서 의사의 낙태 시술을 거부당한 37세 여성이 사망하자 여성단체들이 시위를 조직하는 등 1년 전 도입된 낙태 금지법 폐기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쌍둥이를 임신한 아그예츠카 T라는 이름의 여성이 두 태아 중 하나의 심장이 멈춘 뒤 임신 중절 수술을 받으려 했으나 의사가 이를 거부해 25일 아침 숨졌다. 아그예츠카의 유족은 성명을 통해 “국가가 죽였다”며 폴란드가 잘못된 법규를 운용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중심가에서는 시위자들이 화환과 등불을 들고 그녀를 추모했다. 아그니예츠카의 고향인 폴란드 남부 쳉스토호바에서도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이 시위를 조직하고 있는 마르타 렘파르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또 다른 여성이 죽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며 “폴란드의 낙태 금지법이 사람을 죽였다. 필요한 시술을 받지 못한 또 다른 여성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폴란드 전국여성시위연맹은 전국 각지 여성들에게 피켓을 들고 폴란드 집권당인 법과정의당(PiS) 사무실 앞으로 나올 것을 촉구했으며, 조만간 도로 점거 시위도 기획 중이다.

아그니예츠카는 지난해 12월 21일 통증을 느껴 쳉스토호바에 있는 성모마리아병원에 처음 입원했다. 첫 임신 3개월째였고 쌍둥이 모두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 쌍둥이 중 한 명의 심장이 멈췄다고 그녀의 가족은 밝혔다. 그러나 의사는 낙태를 금지한 현행법을 이유로 심장이 멈춘 태아 적출을 거부했고, 며칠 뒤 다른 태아도 숨을 멈췄다. 의사는 이틀이 지난 뒤에야 사산아 둘을 꺼냈고, 병원 측은 신부를 불러 사망한 쌍둥이의 장례식을 거행했다.

가족들은 병원 측이 좀 더 일찍 태아를 꺼낼 수 있었지만, 낙태 금지법 때문에 이를 거부했다며, “정부가 손에 피를 묻혔다”고 비난했다. 그녀의 쌍둥이 자매인 비올레타 파치에프니크는 “형부는 태아의 목숨을 잃더라도 언니를 살려달라고 의사들에게 애원했다”고 말했다. 사산한 쌍둥이를 꺼낸 뒤 부인과 병동에서 나온 뒤 그녀의 상태는 계속 나빠졌다. 가족들은 그녀가 패혈증으로 사망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지만, 병원 측은 성명을 통해 사망 원인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녀가 사망한 직후 가족들은 병원 측을 비난하는 성명과 함께 그녀가 사망하기 직전 며칠 동안 힘들어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파치에프니크는 영상에서 “사랑하는 언니를 추모하며,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다른 폴란드 여성들이 목숨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녀가 사망한 날은 태아의 기형을 이유로 하는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한 새 법이 시행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었다. 폴란드는 강간이나 근친상간을 당했거나 임부의 생명이 위독한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도 이자벨라라는 이름의 30세 여성이 임신 22주째에 양수가 터졌지만 역시 의사가 처치를 거부해 사망했고, 그녀의 가족들도 병원 측이 낙태 금지법을 이유로 제왕절개 시술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조사 결과 의료 과실로 그녀가 사망에 이른 것으로 결론이 났고 병원 측이 벌금을 물어야 했다. 이 일이 있고 난 지 얼마 뒤에도 폴란드 남서부 시비드니차에서 온 익명의 남성이 자신의 아내인 아니아도 지난해 6월 비슷한 상황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아그니예츠카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이자벨라의 사망 원인을 조사했던 카토비체 지방 검찰청에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박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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