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 에피스 투자수익 '2조원'.."삼성바이오로직스, 싸게 샀나"
자금 필요 바이오젠, 저렴한 주식 매수기회 삼바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김태환 기자 = 미국 기업 바이오젠이 자사가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 지분 전량을 삼성바이오로직에 매도하기로 하면서 약 2조원의 투자수익금을 거머쥐게 됐다. 이에 따른 투자수익률은 246%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매도 주식가격이 저렴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바이오젠은 그동안 에피스 지분 50%-1주를 보유해왔다. 이번 전량 매도액은 약 2조7000억원인데, 이것의 2배가 에피스 가치란 얘기가 된다.
시장에선 에피스의 가치가 최소 5조원대에서 많으면 10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자금이 필요한 바이오젠과 주식을 저렴하게 사들일 기회가 온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매수매도 타이밍이 맞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28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이 보유한 에피스 지분 1034만1852주 전량을 23억달러(2조7655억2000만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지분매입 계약은 바이오젠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 바이오젠은 2012년 에피스 설립 당시 지분 15%를 투자한 가운데, 2018년 6월 콜옵션 행사를 통해 에피스 전체 주식의 50%-1주를 보유해왔다.
설립 당시 바이오젠의 출자금은 495억원이었다. 바이오젠은 이후 에피스 유상증자에 몇 차례 참여하고 콜옵션 행사 때는 7486억원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지급해 에피스 지분을 크게 확보했다. 에피스에 총 약 8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에 2조7655억원 규모의 지분을 넘기면서 약 2조원의 수익을 남긴 셈이다. 투자수익률은 246%다.
하지만 바이오젠이 보유주식을 저렴하게 넘긴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2018년 콜옵션 행사때 증권가에선 대체로 에피스의 기업가치를 10조원대로 분석했다. 2020년 들어서는 국내 증권사 3곳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에피스 보유 지분(50%+1주) 가치를 각각 10조~12조원대로 평가했다. 2배 가치가 기업가치가 되므로 이들이 추정한 에피스 가치는 21조~25조원에 달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에피스 가치는 10조원은 넘을 것으로 보이고 이번 지분 매도 금액은 저렴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바이오젠으로서는 저렴하더라도 자금 수혈이 필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오젠은 큰돈을 들여 개발한 알츠하이머 신약 ‘아두헬름(성분 아두카누맙)’을 출시했지만 제한적으로 사용돼왔고, 최근 미국내 약값을 절반 정도로 내리기도 했다.
반면 이번 바이오젠의 매도 주식 가격이 적정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젠의 상황이 안 좋은 건 맞지만 현금을 급히 조달해야 할 상황까진 아니”라며 “바이오시밀러가 신약은 아니기 때문에 기업 가치는 어느 정도 맞는 수준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매입액 총 22억5000만달러는 앞으로 2년간 분할 납부된다. 23억달러 중 계약 체결 후 특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추가로 지급되는 '언 아웃'(Earn -out) 비용인 5000만달러를 제외한 규모다. 이번 계약은 1차 대금 10억달러 납부가 완료되는 시점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에피스 주식 100%를 확보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CDMO(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역량과 더불어 10년간 바이오젠과 협업을 통해 축적한 에피스의 개발, 임상, 허가, 상업화에 걸친 연구개발 역량도 내재화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지분율 100% 달성으로, 앞으로 에피스의 신규 파이프라인 개발, 오픈이노베이션, 신약개발 등 중장기 성장 전략 의사결정을 빠르게 결정할 수 있다는 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설명이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에피스 지분 매입과 사업 확장에 필요한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총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세계 최대 규모 바이오의약품 공장인 4공장을 건설 중이며, 하나의 공장에서 다양한 바이오의약품 생산이 가능한 멀티모달 공장(Multi Modal Plant)도 연내 착공을 앞두고 있다.
아울러 인천시 송도 11공구에 현재 사용 중인 부지 27만제곱미터(㎡)보다 규모가 큰 35만㎡의 제 2캠퍼스 추가 부지 계약도 연내 체결을 완료할 예정이다.
l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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