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사고 감리 "공법변경 검토 요구 현산이 묵살"

'데크 플레이트'공법 관련 자료 받지 못해
동바리 무단 철거에 대해선 "책임 인정"

28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현장에서 육군 제31보병사단, 제11공수특전여단 관계자가 수색·구조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 과정에서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감리의 공법 변경에 대한 구조 검토 요구를 묵살한 정황이 나왔다.

28일 광주 서구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광주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감리 2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이들 감리는 붕괴사고 시발점으로 지목된 39층 슬래브 공법 변경에 대한 구조검토 요청을 현대산업개발 측이 묵살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산업개발과 철근콘크리트 하청업체는 39층 슬래브 타설 공법을 애초 재래식 거푸집 설치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가, 지지대 설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데크 플레이트’(이하 데크)를 활용한 공법(무지보 공법)으로 변경했다. 이에 감리는 데크를 활용한 공법 변경이 설계변경에 해당한다고 판단, 구조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자료 제출을 현대산업개발 측에 요구했지만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또 39층 슬래브 콘크리트 타설 시 표준시방서 규정을 어겨 3개 하층 동바리를 철거한 것은 “확인 안 한 책임이 있다”고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은 붕괴사고의 주요 요인으로 하부층 동바리 미설치와 데크 공법 시 역보('┴'자형 수벽) 무단 설치 등을 지목했다. 특히 데크 공법을 사용하며 수십톤에 달하는 역보를 무단 설치하는 과정에서 감리의 구조검토 요청을 현대산업개발 측이 묵살한 정황은 원청의 과실을 입증하는 중요한 진술이다.

앞서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은 지난 26일 경찰 소환조사에서 동바리 미설치와 역보 무단 설치에 대해 “하청업체가 임의로 한 일”이라는 취지로, 연관성을 전면 부인했다.

경찰은 이날 기초조사를 진행한 현대산업개발 측 전·현직 현장소장과 하청업체 현장소장을 다시 불러 그동안 수사 결과를 토대로 과실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예정이다.

수사본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현재까지 총 11명을 업무상 과실 치사와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했다. 이 중 현대산업 개발 관계자는 현장소장, 공사부장, 안전관리 책임자급 직원 4명 등 총 6명이다. 나머지 입건자는 하청업체 현장소장 1명, 감리 3명 등과 계약 비위 관련 혐의로 입건된 하청업체 대표 1명이다. 불법 재하도급 의혹으로 전날 소환조사 예정이었던 하청업체 대표는 변호사 선임 등을 이유로 소환 일정이 잠정 연기됐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39층 공법 변경이 설계 변경을 거쳐야 했는지는 검토해봐야 한다”며 “관련자 진술을 비교 분석하며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