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U의 아트] 가장 현실적으로 그려낸 초현실의 세계 <살바도르 달리: Imagination and Reality>

한겨레 2022. 1. 2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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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솟아 휘어진 콧수염, 이해하기 어려운 기행으로 이슈를 만들었던 ‘20세기 관종’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렸다. 국내 첫 대규모 회고전인 이번 전시는 1910년대 초부터 1980년대까지의 유화와 삽화 시리즈로 약 140점을 소개한다. 예리한 관찰력으로 뭉그러진 꿈의 세계를 그렸던 달리가 만들어낸 현실 너머의 나라로 관객을 초대한다.

Photo ©Robert Whitaker /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Figueres, 2021. Image Rights of Salvador Dalí reserved.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Figueres, 2021

info

기간 3월 20일(일)까지(휴관일 없음)

장소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 전시관

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입장 마감 오후 7시)

관람료 성인 2만 원, 청소년 1만5000원

지극한 사랑은 깊은 불안을 가져오고

다가오는 밤의 그림자 Shades of Night Descending, 1931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살바도르 달리의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느껴지는 이 작품은, 달리의 아내인 갈라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의 우울하고 불안한 심경이 담겨 있다. 달리는 ‘기적 같은 행운으로 선택한 나의 아내’라고 갈라를 칭할 만큼 아내를 사랑했다. 그의 회화 속에서 수없이 많이 등장하는 갈라를 찾아보는 것도 이번 전시의 재미다.

흐릿하지도, 혼란스럽지도 않은 꿈의 세상

볼테르의 흉상 Disappearing Bust of Voltaire, 1941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임신한 여성이 된 나폴레옹의 코, 독특한 폐허에서 멜랑콜리한 분위기 속 그의 그림자를 따라 걷다 Napoleons Nose, Transformed into a Pregnant Woman, Strolling His Shadow with Melancholia amongst Original Ruins, 1945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으로 망명한 시기의 달리는 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를 다르게 인식할 수 있는 ‘이중 이미지’ 기법을 여러 작품에 적용했다. 권력을 상징하는 ‘나폴레옹’을 반복적으로 그렸는데, 이는 어린 시절 달리의 꿈이었던 나폴레옹에 대한 집착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부드러운 곡선형 구조물은 스페인의 건축가인 가우디에 대한 달리의 존경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모순이 삶을 창조한다

후안 데 에레라의 입방체 연구에 대한 서문 A Propos of the Treatise on the Cubic Form by Juan de Herrera, 1960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수학과 과학을 탐구하며 기존의 착시를 넘어서는 실험을 하게 된 달리. 그는 입체적 작품, 이중 형상, 4차원 탐구 등을 회화에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특히 현대 과학과 고전주의 미술을 융합한 이 작품은 알파벳 문자 속 정육면체 안에 또 다른 정육면체를 그렸다. 종교적 맥락으로 본 하늘과 못도 엿보인다.

“미술사 거장들처럼 그리고 칠하는 법부터 배워라”

전사 혹은 ‘로스 엠보자도스’. 미켈란젤로의 로렌조 데 메디치의 무덤에 있는 로렌조 데 메디치 조각상 재해석 The Warrior or Los Embozados. Lorenzo de Medici after the Tomb of Lorenzo de’ Medici by Michelangelo, c. 1982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달리의 후기 작품들은 특히 고전주의 미술의 거장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미켈란젤로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아주 엄격한 전통적 회화 기법으로 표현했다. 천재성과 창조성은 끊임없는 분석과 적용에서 발전함을 알 수 있다.

“달리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듯 그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길”

지엔씨미디어 전시기획팀 김여은 대리

지앤씨미디어 <살바도르 달리전>

Q. 살바도르 달리를 이렇게 자세하게 다룬 국내 전시는 처음이다. 그의 회고전을 기획한 의도가 궁금하다.

A. 달리의 전 생애에 걸친 방대한 예술 여정을 깊이 있게 소개하고 싶었다. 다양한 다큐멘터리 자료와 상세한 설명, 사진 자료로 철학과 과학, 역사, 건축, 심리학, 미술사 등이 복합적으로 뒤섞인 그의 정신세계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요즘처럼 정보와 이미지가 쏟아지는 시대에 관람객에게 진정한 내면의 울림을 선사하고,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달리의 작품으로 꿈과 상상력을 맘껏 키울 수 있었으면 한다.

Q. 그래서인지 유독 많은 관람객에게 관심을 받는 것 같다.

A. 막연히 떠올려온 ‘살바도르 달리’라는 인물에 대해 쉽고 자세하게 설명하고자 한 것이 큰 관심을 얻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저 초현실주의 화가가 아닌 한 인물로서의 우정과 사랑, 도전과 두려움, 창의력과 천재성 등을 그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듯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기에 더욱 공감을 받고 영감을 얻어가는 전시가 된다.

Q. 전시를 기획하면서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A. 하나를 꼽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웃음) 전시에 참여한 세 곳 미술관의 대표 작품이 눈에 띈다. 달리의 실험정신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작품으로, 스페인 피게레스의 달리 미술관에서 보내온 <네로의 코 주위의 탈물질화 Dematerialization Near the Nose of Nero>(1947), 아내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다가오는 밤의 그림자 The Shades of Night Descending>(1931)는 미국 플로리다의 달리 미술관에서 왔다. 마지막으로 스페인 마드리드의 레이나소피아 국립미술관에서 온 <후안 데 에레라의 ‘입방체 연구’에 대하여 About the ‘Speech on the Cubic Form’ of Juan de Herrera>(c. 1960)는 달리의 과학과 종교에 대한 깊은 경외감과 탐구심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작이다.

Q. 달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전시라 모르고 와도, 많이 알고 와도 얻어가는 게 많은 전시가 되겠다.

A. 누구나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전시이므로 생각의 창을 활짝 열고 전시를 관람하길 추천한다. 시대를 앞서나간 인물이었으며 늘 다른 생각으로 아이디어를 펼친 달리의 인터뷰, 퍼포먼스 등의 영상은 유튜브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달리의 캐릭터를 파악하고 싶다면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 전시장 마지막 섹션에 <메이 웨스트 룸>이라는 대형 설치 작품이 있다. 보는 이의 시점에 따라 하나의 얼굴이 모아졌다가 가구로 흩어지는데, 계단에 올라서서 내려다보며 실제로 초현실적인 시점의 변화를 겪어보길 바란다. 하나밖에 없는 인증 샷을 남기기에도 좋은 포토존이다.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글 전정아 ●자료 제공 지엔씨미디어 <살바도르 달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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