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복 교수 "이재명, '청년 기본금융' 체계 구축할 것"[인터뷰]
청년과 서민 위한 '포용적 대출' 상품 검토 중
"서민금융진흥원 등 기존 기관 업무 범위 확대"
[이데일리 김유성 이유림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전환 선대위` 열린금융위원회 위원장인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재명표 금융 공약 1호가 보험 소비자를 위한 것이었다면 금융 공약 2호는 청년 기본금융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최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청년과 서민들을 위한 `포용적 금융`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된다면 서민들에게 불리한 대출 담보 구조 개선과 함께 주택금융공사, 서민금융진흥원 등 금융 공공기관의 업무 범위도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년 기본금융은 체계의 청사진은 `청년 기본대출`로 윤곽을 드러냈다. 정부나 공공 기관이 보증을 해 청년들이 은행권 수준의 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취업과 창업을 준비할 수 있는 밑천을 마련해주는 동시에 저렴한 금리 대출을 이들에게 해 주자는 뜻이다.
사회에 나온 청년들 상당수가 월세 등 주거비 부담이 크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 교수는 “청년 월세 보증금 대출 등을 지금보다 확대 개편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 공약 3호는 주로 자영업자 등 40~50대 서민들에게 해당된다. 담보물의 기준을 완화해 서민들이 저리의 자금을 보다 쉽게 대출을 받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예컨대 은행 대출 담보물에 부동산과 함께 전세보증금이나 동산 담보 등도 포함하는 식이다.
이 교수는 `유한책임 담보 대출 제도` 도입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적용되는데, 집값이 주담대 대출금 이하로 떨어져도 차주에게 채무 부담을 묻지 않고 은행이 손실을 떠 안는 방식이다. 만약 6억원의 집을 구입할 때 4억원 대출을 받은 뒤, 향후 집값이 3억원으로 떨어질 경우 나머지 대출 1억원은 은행이 책임지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집값 폭락 시 차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포용적 금융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 교수는 서민금융진흥원이나 주택금융공사 등 기존 기관들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조직의 규모와 업무 범위를 키워 새롭게 창출될 서민 금융 수요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후임 금감원장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던 이 교수는 `소년공`이었던 이 후보처럼 신문 배달 등을 하며 어렵게 학업을 이어갔다. 만 35세에 뒤늦게 사법고시를 통과한 뒤, 미국 스탠포드대 로스쿨 유학까지 마쳤다. 서강대 법전원 교수로 활동하면서 청년들의 고민을 들었고, 이들과 상담했던 내용을 수필집으로 내기도 했다. 유독 청년 금융에 관심이 많은 것도 이 같은 그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하게 된 점도 이재명 후보가 가난한 청년들의 입장을 대변해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 교수는 “지금과 같은 국내외적 전환기에는 단호하게 결단하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낡은 관습이나 인식의 틀을 깨고 중산층의 나라를 만들자는 이 후보의 취지에 공감해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하게 된 인연은?
△작년 5월 20일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금감원장 후보로 거론됐다. 업계에서는 꽤 유명해졌다. 법조계와 학계, 제자들도 들썩거렸다. 로스쿨 제자들이 금융업계와 법조계 등 양쪽에 포진돼 있다보니 그런 것 같다. 이재명 캠프에 후배가 있었다. 그 후배가 정치인은 아니다. 민간인인데 캠프에 합류했던 사람이다.
대한민국은 대전환 시점이다. 이재명 후보를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그가 실용주의자이자 실천주의자라는 점이다. 지금 국내외적 상황은 단호하게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낡은 관습이나 낡은 인식의 틀을 깨야 한다. 본인이 어렵게 살았으니까 중산층 나라로 개조했으면 좋겠다. (이재명 후보는) 약자한테 강하고 강자한테 약한 사람이 아니라고 본다. 약자한테 약하고 강자한테 강한 사람이다.
-청년 금융에 관심이 많은데,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변호사할 때와 달리 교수를 하면서 아이들이랑 밥 먹는 게 일과가 됐다. 저녁에 애들하고 소주도 한 잔 하곤 했다. 그때가 13년 전이다. 그 당시에도 20대 학생들은 고민이 많았다. 취업과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가 등장했다. 이들과 교류하다 보니까 `아이들한테 필요한 사람이 되야겠구나` 생각했다. 나도 10대 때 갈등 많이 한 사람이었다. 집이 진짜 가난했다. 초 5때부터 중 3까지 새벽에 신문을 돌렸다. 지금 있는 신문들 거의 다 해봤다. 대학 와서도 힘들었다.
학교 교수가 되고 애들하고 교류하면서 그들의 상황을 더 알게 됐다. 취업, 넓게는 진로나 과정, 인생 등에 대한 면담을 참 많이 했다. 그 때 면담 후 외부에서 연락도 많이 왔다.
학부 강의도 한다. 서강대 학부 아이들도 상당히 힘들어 한다. 공기업·대기업 취업도 쉽지 않다. 그때 상담했거나 이메일을 준 아이들의 사연을 엮어 문학동네에서 수필집도 냈다. 아이들이랑 이야기 할 때 특히 저녁 식사하거나 소주 한 잔 할 때 내가 먼저 오픈한다. `이 사람은 날 잘 이해 못 할 거야` 생각했겠지만, 2014년 수필 나가고 나서는 좀 더 쉽게 다가갔다. 수필집 발간 이후에는 전국에서 고민 상담 메일이 오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지난 토요일(22일) 기본 대출 공약을 냈다.
△전체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기본대출`하고 `기본저축` 두 개를 청년 기본금융이라고 보고 있다. 그걸 내가 설계한 것은 아니다. 날짜는 정확치 않지만 오래 전에 확정됐다. 후보 확정되기 전에 발표한 것인데, 이번에 대선 후보 차원에서 다시 발표한 것으로 생각한다.
-금융정책만으로 청년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을까.
△기본대출은 가능하다고 본다. 금융상품을 어떻게 설계하는가가 관건이다. 상품은 시장성 상품이 있고 정책성 상품이 있다. 정책성 상품을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청년층 비율로 치면 저신용 청년층이 꽤 많다. 우리나라 인구가 2021년 8월 5167만명인데 경제활동 인구가 2834만명 정도 된다. 청년취약계층을 포함한 저신용자, 저소득자가 1436만명이다. 경제활동 인구의 50%를 넘는 숫자다.
기본 대출로 돌아가보자. 저신용자, 저소득자가 꽤 있는데, 이들 학생들은 구직도 해야 한다. 취업 준비자금이 필요하다. 국가장학금이 있다고 하지만 점심값이 없어서 밥을 안 사먹는 애들도 있다. 그 친구들도 일자리를 찾는다. 취준생은 사회 나가기 전까지 붕 뜬다. 평균 구직 기간이 10.1개월이다. 창업 생태계도 잘 꾸려져 있지 않다. 정부에서 이들을 위해 신용 보강만 해주면 된다.
기본 대출은 기존 주택금융공사 등에서 업무 범위를 강화하면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청년이 기본대출 1000만원을 받고 싶은데 은행을 가면 신용이 낮다라는 이유로 안해줄 것 아닌가. 그러면 서민금융진흥원이 신용 보강을 해주면 된다. 그 업무를 강화하고 재원을 확충하면 된다. 그냥 (청년들에게) 재정지원을 해주는 것보다 났다. 재정지원은 일회성이지만 금융지원은 자립 의지를 심어주고 (대출 기간을) 길게 늘려준다.
-선대위 내 열린금융위원회가 하는 일은?
△금융 관련 정책 설계를 열린금융위원회에서 한다고 보면 된다. 아까 말한대로 기본대출과 기본저축은 이미 나와 있다. 일부 중복되는 것은 정책본부에서 조정을 할 것이다.
이재명표 금융공약 1호가 보험 소비자 보호 공약이라면 금융공약 2호는 청년기본금융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3호는 담보대출 제도 개선방안이다. 담보대출 개선 방안은 △전세보증금담보대출제도 개선 △유한책임담보대출 검토 △동산담보활성화 방안 검토 등이다. 페이퍼 작업은 끝났다. 공약으로 곧 나갈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청년내집마련재형저축을 신설하려고 한다. 재형의 기능을 가미한다. 내집마련에 자산형성 기능까지 주는 것이다. 우대금리 세제혜택을 부여해서 구체적으로 갈 것이다. 지금 있는 (청약저축을) 리모델링해서 확대 개편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월세대출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월세 대출 가능 금액을 올리고 이율을 낮춰야하지 않나 싶다. 청년 월세 보증금 대출도 마찬가지다. 현장 니즈에 맞지 않다.
적격대출도 문제 있다. 주택금융공사에서 취급하는 상품인데 청년층만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보니까 그렇다. 청년층을 포함한 무주택자 대상으로 주는 것이기에 시중은행에서는 취급을 하지 않는다. 은행 입장에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를 판매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 사회 공헌에 있어서도 은행 경영 평가 항목이 있지 않나. 거기에 넣으면 사회공헌활동이 될 것이다.
-공약 현실화를 위해 새로운 기구나 기관을 창설 것인지.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금 충분히 할 수 있다. 주금공이나 서민금융진흥원이 하고 있는 업무를 최대한 재설계하고 관련 업무를 확대 강화하면 신속히 할 수 있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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