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핫라인] '새로운 교복·가방 생산'..학용품에 올인한 북한

오상연 2022. 1. 2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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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당의 ‘중대조치’.. “새로운 교복·가방 보장”

북한은 새해 경공업 부문에서 추진할 주요 과제로 ‘새로운 형태의 교복과 가방 생산’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앞서 노동당 중앙위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새로운 형태의 질좋은 교복과 가방을 모든 학생들에게 빠짐없이 공급할 데 대한 과업을 제기”하고 “온 나라 학생들에게 국가적 부담으로 교복과 학용품을 보장하는 것은 당과 국가의 일관한 정책”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당 중앙위원회의 중대조치”가 내려졌다고도 밝혔습니다. 노동당 차원에서 실행 대책을 마련하는 조치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서는 지난 1959년부터 교복 무상공급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1990년대 경제난 이후 학생들에게 교복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학부모들이 시장에서 교복을 사서 자녀들에게 입히는 일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복 무상공급은 북한 노동당 기능의 정상 회복을 상징하는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 교복 무상공급 조치가 미래 세대를 위한 당의 정책이라고 특별히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교복 무상공급 등은 노동당만이 내릴 수 있는 결단’이라고 소개한 노동신문 사설 (2022.01.05)

“새로운 형태의 질좋은 교복과 가방을 모든 학생들에게 빠짐없이 공급할 데 대한 과업을 제기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당 중앙위원회의 중대조치를 취한 것은 후대들을 위해서는 억만금도 아끼지 않는 우리 당만이 내릴 수 있는 결단이다” (노동신문 사설, 2022.01.05)

교복과 학용품을 보장하라는 김정은 총비서의 지시 이후 김덕훈 내각총리는 평양시내 학용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직접 시찰했습니다. 김 내각총리는 소나무학용품공장과 평양학용품공장 등 4개 공장에서 학용품 생산 실태를 파악하고 각 공장들에 설비가동률을 최대로 높이고, 학용품 디자인을 다양화하며 제품의 질을 개선할 것 등을 주문했습니다.

▲[5시보도] 김덕훈 내각총리 평양시 학용품생산단위 현지요해 (조선중앙TV 2022.01.25)

#. 교복 천 생산에 비상.. 증산·질 제고에 집중

북한의 입학·개학일은 4월 1일입니다. 개학 전에 교복과 가방, 학용품을 준비하기 위해 각 공장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1월 들어 조선중앙TV에서는 교복천을 생산하는 방직공장, 학용품, 가방, 교과서를 만드는 공장들을 현지 취재해 방송하고 있습니다.

1월 16일 조선중앙TV ‘각도 특파기자들이 보내온 소식’은 자강도의 9월방직공장, 황해북도의 사리원방직공장 등을 집중적으로 소개했습니다. 사리원방직공장의 기술책임자는 당의 교복과 가방 공급 조치 이후 옷감 생산량을 늘리고 품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새해의 첫 아침 새로운 형태의 질 좋은 교복과 가방을 국가적 부담으로, 모든 학생들에게 빠짐없이 공급할 데 대한 당 중앙위원회적인 중대조치를 받아안고 온 공장이 분발해 나섰습니다. 질을 높이기 위한 최적의 기술적 제안들이 제기되었고...”

▲[각도 특파기자들이 보내온 소식] 황해북도-사리원방직공장 (조선중앙TV 2022.01.16)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의 교복은 양적으로도 부족했지만 질도 좋지 않아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북한 텔레비전은 제품의 품질 향상을 위한 기술혁신운동 등을 비롯한 근로자들의 노력을 집중부각했습니다. 천 생산 공장에서는 경험이 많은 노련한 기능공들이 신입공들을 도와주도록 하고, 기술 혁신 경험들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자강도 9월 방직공장에서 설비정비 작업과 기능공 실력 향상을 위한 운동을 동시에 벌이고 있는 모습도 소개됐습니다.

▲[각도 특파기자들이 보내온 소식] 자강도-9월 방직공장 (조선중앙TV 2022.01.16)

북한에서는 소학교(초등학교)부터 초급·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 대학생까지 모든 학생들이 교복을 입습니다. 새학기부터는 작년까지와 다른 교복이 공급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매체 통일신보(2021.12.16)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0월 전시회를 통해 새 교복 디자인을 공개했습니다. 통일신보는 “학생들의 연령과 심리적 특성에 맞게” 색상과 모양을 바꾸었다고 설명합니다. 다음 사진은 통일신보에 게재된 북한의 새 교복 디자인입니다.

▲통일신보에 소개된 새로운 교복 디자인 (2021.12.16)

조선중앙TV는 새 교복 생산이 당과 국가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면서 교복 생산 근로자들에게 위문편지가 쇄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교복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감이 크다며 학생들이 방직공장 근로자들을 그린 수백 점의 소묘 작품과 수백 통의 편지를 작성해 평양시청년동맹위원회에 전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평양시 청년동맹위원회 간부는 ‘교복과 가방을 만드는 아버지, 어머니, 형님, 누나들에게 보내달라’는 어린 학생들이 보내온 위문편지와 그림들을 공개했습니다.

▲ [8시보도] 평양시청년동맹위원회로 보낸 학생들의 편지와 그림 (조선중앙TV 2022.01.23)

평양시 청년동맹위원회는 만 14세부터 30세에 이르는 모든 청년·학생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사회주의청년동맹 기관입니다. 학생·청년 조직을 관할하는 청년동맹이 개입했다는 점에서 편지와 그림은 노동당의 무상교복 정책을 학생들에게 홍보하고, 교복·가방 생산 근로자들을 독려하기 위한 활동으로 해석됩니다.

▲ [8시보도] 학생들이 보낸 편지를 읽는 방직공장 노동자들 (조선중앙TV 2022.01.23)

#. 다양한 디자인 내놓는 학생가방 생산공장

교복 디자인이 학령별 구분만 있을 뿐 전국적으로 거의 통일된 반면 학생가방 디자인은 정해진 규정이 없습니다. 방송에서는 근로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디자인에 반영하고 있는 학생가방 공장들을 보도했습니다.

1월 16일 조선중앙TV는 청진가방공장에서 만든 다양한 가방 디자인 샘플과 도안을 소개했습니다. 축구공 모양의 주머니를 붙인 가방, 큰 눈의 황소, 익살스럽게 웃고 있는 아기 돼지 등 동물 형상의 가방도 있고, 커다란 리본 장식을 하고 풍성한 치마를 입은 인형을 전면에 배치한 가방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 청진가방공장에서 선보인 학생가방 디자인 (조선중앙TV 2022.01.16)

청진가방공장 작업실 벽면에 붙은 ‘새로운 특색있는 가방 도안’ 포스터에는 유치원과 소학교 어린이용으로 보이는 18종의 가방 디자인이 그려져 있습니다. 포스터에는 ‘어린이들의 기호와 동심에 맞는 새롭고 특색있는 도안들에 선진과학기술을 받아들여 제품의 질을 개선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 [각도 특파기자들이 보내온 소식] 함경북도-청진가방공장 (조선중앙TV 2022.01.16)

조선중앙TV는 가방 공장들이 학생들과 학부형들의 의견을 적극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1월 20일 방영된 평양가방공장 소개 프로그램의 제목은 ‘친부모 된 심정으로’입니다. 공장 근로자와 기술자들이 친부모의 마음으로 학생들 미감과 편의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공장은 학생들과 학부형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수집해 기록하는 수첩을 따로 만들어 이 기록을 갖고 토의를 거쳐 제품생산에 반영한다고 합니다. 소비자의 수요와 사용경험에 대한 피드백을 제품생산에 적극활용하는 셈입니다.

#. 김정은이 직접 지어준 학용품 이름들.. ‘두루미’, ‘민들레’, ‘소나무’

학용품 생산공장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학용품은 2월 김정일 생일 80주년, 4월 김일성 생일 110주년을 계기로 학생들에게 선물로 제공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방송은 명절을 앞두고 온 나라 학생들에게 학용품을 보장하기 위한 공장 근로자들의 투쟁 기세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대표적인 학용품 생산기지인 소나무학용품공장의 ‘두루미’ 상표 연필과 크레파스, 룡봉학용품공장에서 나오는 ‘해바라기’ 상표의 원주필(볼펜)과 색연필, 각도계와 자 등도 함께 소개했습니다.

▲[8시보도] 북한 공장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학용품들 (조선중앙TV 2022.01.23)

[리영심 / 소나무학용품공장 노동자] “우리 공장은 그리움으로 들끓고 있습니다. 경사스러운 명절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생각하니까... 세상 가장 좋은 것은 우리 어린이들에게 먼저 안겨주시던 고마운 사랑을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잊을 수 없습니다. 총비서동지께서는 우리가 생산하는 학용품에 두루미라는 상표 이름까지 지어주시고..”

‘두루미’라는 상표명은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이름을 지어줬다고 합니다. 지난 4일 첫 방영된 ‘소개편집물, <소나무> 상표에 깃든 이야기’는 상표 이름과 도안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소나무>는 북한에서 가장 유명한 가방 상표로 2017년 1월 김정은 총비서가 평양가방공장을 현지지도하는 과정에서 상표의 이름과 도안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소개편집물] '소나무' 상표에 깃든 이야기 (조선중앙TV 2022.01.04)

당시 소나무 상표 도안 작업에 참여한 김철웅 조선산업미술창작사 실장은 "남의 나라 상표를 단 가방을 메고 다니면 아이들에게 우리나라가 제일이라고 교양할 수 없다"며 김 총비서가 "상표이름과 상표도안에 대한 견본도 마련해 보냈다”고 회고했습니다. 소나무는 북한을 상징하는 나무로 ‘사시사철 푸른 잎으로 변함없이 조국을 떠받드는’ 인민들의 충성심을 뜻한다고 합니다.

학생용 공책을 만드는 민들레학습장공장의 이름도 김 총비서가 직접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월 25일 8시 보도에 따르면 민들레학습장 공장은 새학년에 입학할 전국의 학생들과 어린이들을 위한 학습장(공책) 생산은 전부 끝냈다고 합니다. 이 공장 지배인은 김 총비서가 이 공장의 건설 과업을 직접 제기하고 디자인, 공장 명칭까지 일일이 지도한 것은 물론, 각 지방 어린이들에 대한 학습장 수송 조직까지 해줬다고 밝혔습니다. 민들레는 “우리(북한) 산과 들 어디나 피어나 아이들의 마음속에 조국과 고향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꽃”으로 나라와 고향을 사랑하라는 뜻을 담은 상표명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또 다른 유명 학용품 브랜드 이름은 ‘해바라기’입니다. 해바라기는 늘 태양을 바라보는 꽃으로 북한에서 태양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수령을 의미합니다.

#. 교복, 가방, 학용품은 당이 전하는 사랑

새학기를 앞두고 교육도서인쇄공장에서는 교과서 생산이 한창입니다. 이 공장의 간부는 조선중앙TV 1월 23일 8시 보도를 통해 자신들이 만드는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전달되는 당의 혜택이고 사랑”이라고 강조합니다. 북한은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실시하는 무상 교육에 대해 마치 북한 체제에서만 가능한 시혜적 조치처럼 선전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나라가 어려울 때” 무상공급되는 학용품 공급은 더욱 각별한 사랑이라는 겁니다.

북한은 교복, 학용품 제공을 국가적 주요과제로 제시하고 이 목표를 차질없이 수행하기 위해 총리 등 고위간부들과 선전선동기구, 청년단체, 공장 등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화 된 코로나 봉쇄로 어려운 상황에서 원자재난과 설비 부족, 에너지난 등을 극복하고 북한이 모든 학생들에게 질 좋은 교복과 가방, 학용품을 제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오상연)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336985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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