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KF-21 공대지 '개발 주체' 갈팡질팡..개발은 언제 하나
한국형 전투기 KF-21은 작년 4월 출고식을 치른 데 이어 오는 6월 첫 비행 시험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계획보다 한 달 정도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하늘을 날기 시작하면 결함들이 쏟아지기 때문에 결함 해결을 위해 한 달이건 두 달이건 시간을 벌어두면 좋습니다.
KF-21 자체는 발걸음이 가벼운 편인데 KF-21의 독침 중 독침이라는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개발은 갈팡질팡 갈짓자 행보입니다. 강은호 방사청장도 "꼬리(장거리 공대지 미사일)가 몸통(KF-21)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판에 누가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개발할지 여태 결정되지 않은 것입니다.
ADD(국방과학연구소)냐, 방산업체냐… 선택의 기로입니다. 일반 무기체계는 방산업체에 맡기고, ADD는 첨단과 비닉(秘匿) 기술 개발에 몰두하는 ADD 개혁 방안에 따르면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체계개발은 방산업체의 몫입니다. 하지만 방사청은 ADD 개혁의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며 ADD의 장거리 공대지 개발을 거세게 밀어 붙였습니다. 현재는 국방부가 방사청의 독주를 멈춰 세워 어떤 방안이 좋은지 검토하는 상황입니다.
ADD냐, 방산업체냐…국방부는 고민 중
방사청은 ADD 개혁의 대못을 박듯 국방백서, 국회 보고, 방사청장 취임사 등에서 "ADD는 첨단·비닉을, 방산업체는 일반 무기체계를 개발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여름에 접어들면서 방사청이 "정해진 바 없다"며 말을 바꿨습니다. 일반 무기체계로 분류되는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ADD가 체계개발하는 쪽으로 기류가 급변했습니다. ADD의 소장과 미사일 개발 책임자가 ㈜한화를 방문해 장거리 공대지 개발을 부탁까지 했는데 업체들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됐습니다.
작년 방사청과 ADD 국감을 거치며 개발 주체 오락가락 비판이 거세지자 국방부가 나섰습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SBS 취재에 "ADD가 할지, 업체가 할지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일반 무기체계는 업체가 개발하고, 최첨단·비닉 기술은 ADD가 개발하는 역할분담이 ADD와 방산업계의 상생의 길이라는 점을 국방부도 잘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누가 할지도 모르는데 예산은 55억 배정
누가 할지도 결정되지 않았는데 방사청은 일단 국회 승인을 받고 정부로부터 돈을 타냈습니다. 누가 하느냐에 따라 세부 계획이 달라지고 예산 규모도 큰 차이가 생기지만 우선 ADD 개발을 상정해서 예산을 받은 것입니다.
꼬리가 몸통 흔들라…
감사원은 또 ADD가 직접 개발하지 않고 툭하면 방산업체에 시제의 설계와 제작을 떠넘기고 사업관리 놀음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ADD는 일반 무기체계에서 손 떼고 첨단과 비닉 기술에만 집중하라는 것이 ADD 개혁입니다. 업체들을 멀리하며 고난도 기술 개발에 전념하라는 뜻입니다.
방산업체에 맡기려니 업계의 기술력이 다소 떨어지는 점이 걸립니다. 방산업체 중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체계개발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힌 데는 ㈜한화가 유일합니다. 터키의 쏨(SOM)을 KF-21용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의 모태로 삼을 참입니다. 쏨은 사거리가 200~300km에 불과한 중거리 미사일입니다. 체계개발에 성공한다고 해도 KF-21의 독침으로 내세우기에 많이 모자랍니다.
방사청은 ADD 개혁에 배치되지만 ADD의 체계개발을 밀고 있고, 국방부는 아직 어느 쪽에 맡길지 결정을 못하고 있습니다. ADD, ㈜한화 중 어느 쪽이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체계개발을 주관한다 해도 KF-21 1호기부터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할 정도로 성공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른거립니다.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할 때입니다. 국방부와 방사청이 체계개발 방안을 어떻게 정리하는지, 장거리 공대지 체계개발의 여러 요소들은 KF-21에 걸맞는지 앞으로 철두철미하게 따져봐야 하겠습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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