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그 해 우리는' 등 세 편으로 로맨스물 대세가 된 이나은 작가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SBS 월화드라마 ‘그해 우리는’은 기억에 오래 남을만한 또 한편의 청춘 로코다. 누가 썼는지가 궁금했다. 이나은 작가. 신예다. 예상 외다. 첫번째 미니시리즈다. ‘전지적 짝사랑 시점’(2016~2017)과 ‘연애미수’(2019)라는 2개의 웹드라마를 썼을 뿐이고, 미니시리즈는 첫 집필이다. 하지만 이 세 편으로 로맨스물의 대세가 됐다.
이나은 작가는 유쾌하게 웃기고 애틋하게 설레는 청춘들의 현실 연애담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풋풋했던 학창 시절 첫사랑의 추억을 소환하다가도, 누구나 한 번쯤 웃고 울었을 지난 연애의 기억을 떠올리며 ‘과몰입’을 유발했다. 모든 인간이 겪는 청춘 이야기는 다른 나라 사람들도 공감을 불러일으켜 넷플릭스 전세계 드라마에서도 10위권안에 진입하기도 했다.
웃음, 아픔, 설렘, 공감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감각적인 대사로 가득한 대본을 쓴 이나은 작가를 비대면으로 만나 인터뷰했다. 우선 어떻게 이런 연애사를 쓰게됐는지가 궁금했다.
“저는 항상 어설프고 실수가 많았다. 좀 더 잘할 걸 하고 아쉬움과 후회를 남겼다. 사랑에 실패도 많이 해봤다. 그래서 웅이와 연수를 통해 다시 한번 기회가 있었으면 했다. 다시 기회를 얻어 성장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에게 기회를 준다고도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헤어진 연인의 재회가 의미있게 다가온다. ‘그해 우리는’은 국연수(김다미)와 최웅(최우식)이 고교 3학년때 전교 1등과 전교 꼴등의 만남이라는 다큐멘터리 촬영을 계기로 좋아하다 헤어진 후 10년후인 29살이 되던 해, 다큐의 후속 촬영을 하며 다시 사랑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많은 시청자들이 “도대체 작가는 어떤 인생을 살았던 거냐”고 할 정도로 제대로 공감 가는 스토리를 썼다. 실제로 경험한 내용이었을까. 뜻밖에도 이 작가는 “평범한 인생을 살았다. 놓치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 스스로에게 위로를 주는 글을 쓰다보니 공감해준 것 같다. 제 인생이 각별했으면 이런 이야기가 안나왔을 것이다. 평범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캐릭터로 조금 더 들어가보자. 최웅은 사랑을 무한정 주는 판타지 같은 연애스타일이다. 부모 없이 할머니와 가난하게 사는 연수는 유난히 주체적이고 독립적이다. 작가는 둘 사이의 어떤 연애를 그리고자 했으며, 좋은 연애의 조건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연수는 제가 했던 연애 방식을 지닌 인물이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표현하지 못하고 아쉬움과 후회가 남아있다. 그때 좀 더 최선을 다할 걸 하고 만든 캐릭터가 웅이다.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아낌없이 표현하고 퍼부어주는 게 내가 꿈꿨던 연인의 모습이다.”
이 작가는 “최웅과 국연수는 서로 다른 연애 성향을 가졌고, 전교1등과 꼴등이지만 서로 영향을 미치며 시간이 갈수록 닮아간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최웅은 좋은 양부모를 만났지만 어릴때 친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다. 국연수는 어릴때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가난하게 살고 있다. 김지웅(김성철)은 엄마와의 관계에서 응어리를 지닌 채 살아왔다. 다들 불쌍하다. 인물 대다수가 결핍과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다.
“제가 아는 인간들은 모두 결핍이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각자에게 결핍을 부여해 현실에 있는 친구 같이 표현하고 싶었다. 그리고 어떻게 상처와 화해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가지고 써나갔다.”
그럼에도 이 작가는 연수의 가난이나, 웅이와 지웅이의 부모와의 관계 등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너무 극적으로 표현되지 않도록 신경을 쓴 듯하다.
“거기에는 제 성격이나 가치관이 담겼다. 힘들 때 애써 눌러, 담담하게 보내려고 한다. 인물의 감정과 나의 감정이 더해졌다. 내가 다 표현해버리면 시청자들의 생각을 막을 수도 있다.”
이 작가는 “개인적인 서사, 인물의 아픔은 잘 쓸 수 있었지만, 이들이 서로 만나 주고받는 아픔이나 영향을 미치는 장면은 고민을 많이 했다. 해답을 주는 장면이라 시청자에게 좋은 메시지로 다가가려고 애를 썼다”고 전했다.
이 작가는 아낌 없이 표현해주는 ‘사랑’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얘기를 안하는데 알 길은 없다. 사랑이 있어 고통의 삶도 생각하게 한다. 사랑은 삶의 영원한 원동력이다”고 했다.
“왜 이들은 대화를 안하지, 결국 상처가 된 사람들이 대화로 풀 수 있다. 엄마와도 마찬가지다. 세상 부모는 정말 다양하다. 상처주는 엄마, 위로를 받는 엄마. 결국 대화다.”
‘그 해 우리는’은 다큐 형식으로 시작해 다큐 형식으로 끝난다. 이 작가는 “EBS 다큐를 보며 영감을 얻었다. 항상 끝나지 않는다. 드라마는 끝나도 다시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다큐멘터리로서의 관찰자 시점’이 강조된다. “누구나 누군가에게는 관찰자다. 지웅 PD는 연수와 웅이를 관찰하고, 지웅은 조연출 채란(전혜원)이 관찰한다. 채란에게는 태훈(인턴PD)이 있다. “누구나 힘든 순간만 있는 게 아니라 묵묵히 사랑을 주는 존재가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그래서 극중 작가가 지웅PD에게 한 말인 “본인 감정이 혼란스러워서 여러 감정이 담기는 건 알겠는데, 그것 말고 출연자의 시선끝을 따라가 보라고”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여러가지 시선이 들어가다 보니 헷갈린다. 이건 우리들에게 하는 대사이기도 하다.”
이 작가에게 명장면과 명대사를 꼽아달라고 하자 "웅이가 연수를 찾아가 '어떻게 지내냐'고 묻는 6회엔딩인데 처음으로 울면서 썼다. 지웅이 선배 피디에게 한 말인 '별것 없는 내 인생도 특별한 순간이 올까요'도 기억에 남는다. 명장면은 11회 엔딩 빌딩 숲 바닥에서 누워 웅이가 연수에게 아픈 과거를 고백하고 연수가 웅이이게 입을 맞추는 장면을 꼽고 싶다. 두 사람의 관계를 정확하게 전달해주는 장면이다. 또 연수가 할머니에게 '나는 늘 혼자인줄 알았는데 혼자가 아니었어'라고 한 말은 내가 친구 또는 시청자에게 하는 말이다"고 말했다.
이나은 작가는 드라마 작법을 배운 적이 없다. 드라마 작가를 꿈꾸지도 않았다. 예능 등에서 에디터를 하며 방송 일을 시작하다 입봉했다. “1~3분 웹드라마를 쓰다 30분, 이번에는 60분으로 길어졌다. 60분 미니시리즈는 고충이 많았다. 대본집을 참고했다. 노희경의 ‘그들이 사는 세상’ 대본을 보고 배웠다. 노 작가는 가장 큰 영향을 준, 제가 존경하는 작가다.”
‘그 해 우리는’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이 작가는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건 아니구나. 시청자에게는 소소한 위로가 되는 작품이었으면 한다. 저 또한 확인받은 작품이다. 이런 이야기를 더 해도 되겠구나”라고 스스로 작품의 의미를 전했다. 젊은 작가의 삶에 대한 통찰과 내공이 나이든 사람 이상이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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