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정호, '쌍용' 청용·성용, K리그 삼총사에게 듣는 우리의 도전, 그리고 꿈 [설맞이 인터뷰]

남장현 기자 2022. 1.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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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홍정호, FC서울 기성용, 울산 이청용(왼쪽부터).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차가운 바람을 뚫고 오늘도 쉼 없이 달린다. 초록 피치에 가득 찰 2022시즌 함성을 위해 K리그의 전사들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모두가 희망을 품고 따스한 봄을 기다린다.

베테랑들의 감정도 다르지 않다. 설을 앞두고 K리그의 어제와 오늘을 장식해온 삼총사를 스포츠동아가 만났다. 지난시즌 K리그1(1부) 최우수선수(MVP) 홍정호(33·전북 현대), ‘쌍용’ 기성용(33·FC서울)과 이청용(34·울산 현대)이 특별할 새 시즌을 그렸다.

전화(기성용)로, 동계훈련 현장(이청용·홍정호)에서 마주한 이들이 언급한 단어가 있었다. ‘도전’과 ‘행복’, ‘꿈’이었다. “분에 넘치는 큰 사랑을 받은, 축복받은 선수”로 칭한 삼총사는 “당당히 도전하고 행복한 축구를 하며 꿈을 이루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북 홍정호.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도전

2021시즌, 각자의 위치는 달랐다. 전북이 사상 첫 5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가운데 승점 2차로 뒤진 울산은 또 한 번의 준우승, 서울은 시즌 중반까지 하위권을 오가다 극적인 반전에 성공하며 7위로 긴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있다. 영광도 아쉬움도 과거라는 점이다. 모두에게는 특별한 내일이 기다리고 있다. 주장 완장을 차고 우승한 뒤 눈물을 펑펑 쏟았던 홍정호가 말했다. “전북은 특별하다. 챔피언의 자부심과 자신감, 자세가 중요하다. 만족하지 않는다. 우린 더 전진해야 한다. 쉬운 적도 없고, 쉽게 갈 생각도 없다. 왕좌 수성, 전북의 숙명이다.”

전북의 벽에 번번이 가로막힌 이청용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에는 기필코 다른 결과를 내리라며 주먹을 쥐어 보였다. “휴식기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매 경기를 복기하며 문제점을 찾아봤다. 휴가가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새 시즌이 너무 기다려진다. 우린 아픔을 반복하며 더 단단해졌다. 정말 다를 것이다. 우린 또 도전한다.”

당찬 각오로 K리그로 컴백한 기성용도 좌절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가능성도 봤다. 아기자기하게 만들어가는 축구를 오늘의 서울이 하고 있다”던 그는 “내가 바란 축구다. 다이내믹하며 조직적인 플레이로 완성도를 끌어올리면 훨씬 좋은 위치에 있을 것”이라고 활짝 웃었다.

FC서울 기성용.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행복

모두가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홍정호는 “프로 커리어에서 가장 좋은 시간을 보냈다. ‘좋은 선수’ 이미지를 조금은 회복한 것 같다. 서서히 ‘잊혀간’ 선수가 살짝 회복해 성공의 길로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한 때 한국축구 최고의 수비수로 각광받고 유럽 무대까지 경험한 그이지만 장쑤(중국)에서 전북으로 향할 때만 해도 평범한 선수가 된 듯 했다. 그러나 기량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금세 자리를 굳혔고, 전북 천하의 일등공신이 됐다. “헌신과 희생, 노력으로 주장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압박과 부담이 컸지만 모두의 도움이 있어 잘 극복했다.”

이청용은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항상 높은 목표를 향해 달렸고 좋은 미래를 상상했지만 마음처럼 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선수로 가능한 대부분의 경험을 충분히 했다”고 전했다.

우승 트로피와 별개로 그는 예나 지금이나 최고의 선수로 통한다. 늘 성실했고, 한결같은 자세로 축구에 매진했다. 많은 축구 인들이 “궂은 날도 미소를 잃지 않았던 선수”로 기억하는 이유다. 이청용은 “K리그로 복귀하며 내 플레이를 꾸준히 보이고 싶었고, 아직 더 보여줄 게 남았다. 선수 생활이 후반전으로 접어들었지만 스코어는 나쁘지 않다”고 강조했다.

서울에서 프로 데뷔해 오랜 유럽 생활을 마치고 복귀한 기성용은 서울을 “보잘 것 없는 날 키워주고 끌어준 고맙고 사랑스러운, 첫 사랑과 같은 팀”으로 표현했다. 그래서 더 많은 걸 보여주고 싶다. 그의 바람은 하나다. “서울의 경기를 보고 결과와 상관없이 ‘정말 재미있는 경기를 봤다’는 팬들이 많았으면 한다. 수준 높은 축구의 구현이 서울과 내 목표다. 물론 더 많은 승리도 필요할 것 같다.”

울산 이청용.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꿈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한 나이. 그동안 뛰었던 시간보다 뛸 시간이 짧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항상 마음은 청춘이지만 언젠가 헤어짐도 조금씩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거창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꿈은 아주 단순하고 소박했다.

홍정호는 “솔직히 지난해 너무 많은 것을 이뤘다. 많은 것을 바랄 수 없는 입장”이라며 “부상 없이 꾸준히 팀에 헌신할 수 있다면 만족할 수 있다. 아프지 않다면 그만큼 더 오랜 시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보는 분들께 많은 즐거움을 드릴 수 있다. 화려함은 없어도 헌신한 선수로 남고 싶다”고 했다.

이청용은 ‘성실한 선수’로 기억되길 원한다. 축구를 하며 가장 듣기 좋았던 말이 있었다. ‘이청용을 보며 선수의 꿈을 키웠다’는 이야기다. “잘하는 선수는 많지만 난 성실하고 꾸준한 선수가 더 좋다. (박)지성이 형, (이)영표 형을 보며 나도 성장했다. 이 선배들을 롤 모델로 삼고 뛴 내가 그 자리를 조금 채워보고 싶다.”

기성용은 ‘매력적인 선수’를 희망했다. ‘늘 재미있고 특별한 플레이를 한 선수’의 이미지를 남기고 싶다. “중앙 미드필더는 눈에 띄는 포지션이 아니다. 공격 포인트를 많이 올려 주목받는 위치도 아니다”라면서도 그는 “그 속에서도 매력적인 플레이를 펼친, 뭔가 저 선수는 특별했다고 훗날 기억된다면 참 행복할 것 같다”고 바랐다.

완주·울산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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