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젠 "카스9 단백질 생성 mRNA 개발..기존 한계 극복할 것"

이도희 2022. 1. 28.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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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NA 전달 LNP도 개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업 툴젠이 최근 동물실험을 통해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의 유전자가위 혈우병 치료제의 효능을 확인했다.

기존에는 대부분 유전자가위를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를 통해 몸 속으로 전달했다. 그러나 유전자를 교정하는 역할을 하는 '카스9(Cas9)' 단백질은 크기가 커, 체내 전달에 한계가 있었다. 툴젠은 몸 속에서 카스9을 만드는 mRNA 방식을 통해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설계도 mRNA로 카스9 단백질 발현 유도

26일 업계에 따르면 유전자가위는 유전자 교정의 한 방법이다. 유전체 내의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해 절단해 교정하는 기술이다. 유전체란 하나의 세포에 담긴 모든 유전정보(DNA), 즉 염기서열의 총합을 가리킨다. 유전자가위는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절단했을 때 나타나는 DNA 복구 현상(정상 염기서열 생성)을 이용해 유전자를 교정한다. 

유전자가위 치료제는 유전자 교정이 일어나는 장소에 따라 체내(in vivo)와 체외(in vitro), 두 가지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 중 체내 방식은 유전자가위를 표적하는 곳까지 실어나르는 전달체(벡터)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전달체가 바이러스 벡터인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와 비(非)바이러스 벡터인 지질나노입자(LNP)다. 

‘크리스퍼 카스9’은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이다. 표적하는 염기서열을 찾아가는 가이드 리보핵산(RNA)과 DNA를 잘라내는 가위인 카스9 단백질로 이뤄져 있다. 

툴젠의 mRNA 유전자가위는 카스9 단백질의 자리를 mRNA로 대체한다. 단백질 발현 설계도 역할을 하는 mRNA를 체내에 투입해, 이 mRNA가 몸 안에서 카스9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다.

툴젠이 이같은 시도를 하는 것은 카스9 단백질은 크기가 커 전달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달체 역할을 하는 AAV에 다 들어가지 않는다. 때문에 AAV를 개량해 적재 용량을 늘리거나, 카스9을 작게 만드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mRNA를 통해 몸 안에서 카스9을 만들면 이같은 문제들을 원천적으로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툴젠의 새로운 시도에 힘을 실어준 건 코로나19다. mRNA의 실제 단백질 발현 가능성이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을 통해 증명된 것이다. 전달체인 LNP 기술 역시 함께 고도화돼, mRNA 유전자가위 개발의 가능성을 높였다. 

 완전 대사되는 LNP 개발로 독성 극복

툴젠은 mRNA 유전자가위의 또다른 핵심 기술인 LNP도 개발한다. 현재 유전자가위 전달체로 많이 쓰이는 건 AAV다. LNP 제조에 사용하는 화학물질로 인해 체내에서 독성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AAV도 바이러스성 항원이 환자의 면역계에 영향을 줘 반복 투여 시 치료 효과가 줄어드는 한계를 만든다.  

LNP는 바이러스가 아니기 때문에 AAV와 달리 반복 투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 비용도 AAV보다 저렴하다. AAV는 바이러스를 세포에서 증식시켜야 하는데 이때 많은 비용이 든다. 반면 LNP는 바이러스가 아니어서 배양이 필요 없다. 

남은 숙제는 염수청 서울대 교수팀과 이혁진 이화여대 교수팀과 함께 해결했다. LNP를 체내에서 완전히 대사되도록 유도해 LNP 잔존으로 인한 독성 유발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다. 자세한 기전은 공개하지 않았다. 

 mRNA 유전자가위, 혈우병 동물서 효과 확인

툴젠은 최근 염수청·이혁진 교수팀과 함께 진행한 A·B형 혈우병 생쥐 대상 동물실험에서 mRNA 및 LNP 기술을 활용한 유전자가위의 효능을 확인했다. 연구결과는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E)급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최신호에 실렸다. 

혈우병은 피가 멎지 않는 질환이다. 혈액응고인자의 돌연변이로 발생한다. 현재 사용 중인 치료제는 반감기가 짧아 며칠 또는 몇 주에 한 번씩 평생 투여해야 한다. 또 부족한 응고인자를 단백질 치료로 보충받을 경우, 항체가 생겨 치료 효과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부족한 응고인자를 직접 채워주는 기존 방식과 달리, 간에서 발현되는 혈액응고 억제인자인 안티트롬빈 유전자를 교정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를 통해 혈액 응고의 필수 효소인 ‘트롬빈’의 형성을 촉진시켰다. mRNA 유전자가위로 혈중 안티트롬빈의 양을 70% 이상 감소시키고, 효과가 10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확인했다. 

툴젠은 협업을 통해 mRNA 유전자가위 치료제 개발을 확대한다. 지난해 8월 올릭스의 자회사인 엠큐렉스와 mRNA 기반 유전자 치료제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툴젠의 유전자교정 기술과 엠큐렉스의 mRNA 기술을 접목한다. mRNA 기반 유전자가위 치료제 원료 생산법 및 유전자가위 mRNA 전달 기술 등을 공동 연구한다.  

LNP 개발도 본격화한다. 툴젠은 전날 미세유체공학 기반 입자제조 전문기업 엔파티클과 유전자가위 전달을 위한 LNP 생산공정 개발 업무협약 체결 소식을 전했다. 

카스9 mRNA를 LNP에 효율적으로 넣기 위해서는 균일한 크기의 입자 생산 기술이 필요하다. 엔파티클이 보유한 미세유체 입자제조 기술은 연속적으로 균일한 크기의 LNP를 생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비용 절감 및 시간 단축을 기대 중이다.  

자체 LNP 연구개발도 지속 추진한다. 툴젠은 6~7년 전부터 LNP를 개발해왔지만 LNP의 독성 문제로 개발을 본격화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LNP 기술이 급격히 발달한 만큼, 도전을 이어나간다는 것이다.  

이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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