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치인들의 '유권자 탓', 선거운동부터 반성하라

박정엽 기자 2022. 1. 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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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투표일이 4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과열되고 있다.

자기 진영의 후보를 적극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을 비하하는 정치권 목소리가 매일 나오고 있다.

그런데 최 위원장은 27일에도 "욕설과 무속 이런 것이 가장 큰 논의거리가 돼있는 대선판을 누가 만들고 있나. 후보들이나 정치인들도 문제지만, 그런 논의 속에 함께 참여하면서 맹목적 지지를 하고 있는 유권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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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투표일이 4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과열되고 있다. 자기 진영의 후보를 적극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을 비하하는 정치권 목소리가 매일 나오고 있다. 안그래도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데, 겉으론 겸손을 외치면서 속으론 유권자들을 낮잡아보는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커질까 우려된다.

“개혁이 어려운 것은 개혁 때문에 누려왔던 특권을 잠식당한 기득권들이 똘똘 뭉쳐 반격하는 반면, 개혁의 속도에 만족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분열되고 정치 혐오에 빠지기 때문이다.” 기자는 지난 25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이 말을 처음 본 직후에는 이 전 대표의 개인적 특성이 드러났다고만 생각했다. 취재진의 질문에 “XX자식”이란 욕설로 응한 적도 있던 이 대표다. 그가 개혁이 어려운 이유를 민주당의 과오가 아닌 국민의 불만과 분열이라고 주장해도, 동의는 할 수 없지만 ‘이 대표답다’고 생각하는데 그쳤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같은 날 최강욱 민주당 최고위원이 한 말을 듣고는 ‘여의도 정치권이 넘지 말아야할 선 위에 올라섰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많은 분들이 노년층의 맹목적 지지와 청년층의 화풀이 지지를 염려한다”는 발언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결과가 많아지자 내놓은 주장인데, 바람직한 표현은 아니다. 특정 세대를 한 묶음으로 재단하고, 그들의 성향을 ‘맹목’과 ‘화풀이’로 부정적 단어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결국 최 최고위원은 잠시 후 다시 글을 올려 “여론과 의견이 있어 걱정하는 것”이라며 해명했다.

최진석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도 선을 넘었다. 최 위원장은 지난 26일 대선 국면을 두고 “나라가 나아가는 방향보다 정치 권력에만 관심있는 정치 지도자와 생각없는 유권자들이 함께 그리는 웃지 못할 풍경”이라고 했다. 거대 양당의 대통령 후보와 함께, 이들의 지지층까지 비판한 것이다. 결국 최 위원장 발언 이후 “양당의 대안이 소위 국개론인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개론’은 속칭 ‘국민개X끼론’을 줄인말로, 유권자 비하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

그런데 최 위원장은 27일에도 “욕설과 무속 이런 것이 가장 큰 논의거리가 돼있는 대선판을 누가 만들고 있나. 후보들이나 정치인들도 문제지만, 그런 논의 속에 함께 참여하면서 맹목적 지지를 하고 있는 유권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유권자를 물고기에 비유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물고기가 같이 놀던 물고기 하나가 낚싯바늘을 물고 딸려 올라가는 것을 보고, 그 다음에 또 그것을 문다. 물고기가 생각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

은퇴한 공직자, 변호사, 대학교수 등 그저 오피니언 리더라면 유권자들의 선택이 이해가 안 된다고 드러낼 수 있다. 그러나 현역 정치 지도자라면 공동체 구성원의 이해관계 조정을 자임한 이들이다. 유권자들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설득하기만 해도 시간이 모자란 사람들이란 이야기다. 그런데 유권자에 대한 불만을 느끼고 있다면, 그 말을 공개적으로 꺼내기 앞서 현재 자신이 속한 캠프가 선거운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하는 것 아닐까. 지난 2000년 총선 때 부산에서 낙선한 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했던 말도 되새길 때다. “농부가 밭을 탓할 수 있나요. 제가 못나서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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