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남은 文정부] ②'자연인' 꿈꾸는 文..역대 대통령 퇴임 후는
퇴임 후 "잊히고 싶다"는 文..양산 동행 참모들도 관심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조소영 기자,박혜연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오는 29일로 꼭 100일을 남겨두게 된다. 문 대통령은 퇴임 후 "잊힌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바람이다. 상당수 전직 대통령들이 퇴임 후 평탄하지 않은 말년을 보냈던 역사가 다시 생각나는 시기다. 문 대통령이 이들과는 다른 종착지를 향해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노태우부터 박근혜까지…측근·친인척 권력형 비리로 씁쓸한 퇴장
지난 1987년 직선제 도입 이후 집권했던 전직 대통령 6명(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청와대를 떠나 일반인의 생활을 채 즐기기도 전에 친인척이나 측근들의 권력형 비리에 휘말렸다는 점이다.
1987년 직선제로 선출된 제13대 노태우 전 대통령은 퇴임 후 2년 뒤인 1995년 비자금 사건 등으로 연루돼 군형법상 반란 및 내란죄 등으로 구속됐다. 이후 1997년 특별 사면 복권됐으나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검찰 소환과 구속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첫 사례가 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들들의 문제로 끝이 좋지 못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는 한보 비리, 불법 정치자금 등으로 구속됐으며 임기 말인 1997년에는 IMF 외환위기까지 맞닥뜨리며 험난한 말년을 보내야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차남 김홍업씨와 3남 김홍걸씨는 청탁 등 혐의로 수감됐다.
탄핵 결의 사태 등 임기 초반부터 부침을 겪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박연차 게이트 등 친인척 권력형 비리가 터져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다. 문 대통령과 김진국 전 민정수석,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등은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을 맡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도 각각 횡령·뇌물 등 혐의 및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되는 처지가 됐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인사개입과 뇌물수수 비리에 잇달아 연루돼 수감되는 모습을 지켜봤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본인이 횡령 및 뇌물수수 혐의로 수감됐다. 이 전 대통령은 현재까지도 안양교도소에 수감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사상 첫 탄핵 대통령으로 기록된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국정농단 사건으로 영어(囹圄)의 신세를 겪었다. 박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중 가장 오랜 기간인 4년9개월여 간 수감생활을 이어가다가 지난해 말 사면 복권되면서 석방됐다.
◇ 文대통령은 다를까…집권 후반기에도 40%대 지지율, 靑은 '자신감'
문 대통령의 경우 현재까지는 이전 대통령들과는 다른 궤적을 밟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퇴임 100일을 앞둔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40%대 초반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조사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41%로 나타났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앞서 지난 13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사의 1월 둘째 주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문 대통령 국정 운영은 긍정평가 44%, 부정평가 50%를 받았다.
갤럽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5년차 3분기 긍정평가는 37%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노태우 대통령(12%), 김영삼 대통령(8%), 김대중 대통령(28%), 노무현 대통령(27%), 이명박 대통령(23%)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높다.
정치권에서는 견고한 지지율의 배경으로 치명적인 친인척·측근 비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청와대에선 집권 후반기마다 대통령의 지지율을 깎아먹었던 권력형 게이트가 불거지지 않은 점에 대해선 자부심도 느껴진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역대 대통령을 어렵게 했던 친인척 스캔들이나 측근의 부패 게이트 이런 게 전혀 없다"면서 "문 대통령은 전례없이 박수받고 떠나는 대통령이 될 수 있고 그래서 대통령이 누구든 퇴임할 즈음에 고개 숙이고 떠나는 전례가 깨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 이·취임식을 통해 전임 대통령에 대한 배려와 예우가 이어지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이달 초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법률로써 혹은 규정으로 새 대통령의 취임식만 있지 전임 대통령의 퇴임식은 없기 때문에 한 가지 바람은 가능하다면 이·취임식 정도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고 말한 바 있다.
◇"잊힌 사람 되고 싶다"는 文…퇴임 후 양산 생활 어떨까
통상 전임 대통령의 경우 취임식에 참석하는 것을 끝으로 통치권을 넘겨주고 조용히 사저로 돌아가곤 했다. 노 전 대통령이 대표적으로 2008년 2월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곧장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고향인 봉하마을로 향했다.
문 대통령 역시 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것을 끝으로 퇴임 후 부인 김정숙 여사와 거주할 경남 양산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에는 문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가 건축 중이다.
문 대통령은 퇴임 후 '대통령'이란 직에서 벗어나 '자연인 문재인'으로 돌아가 소소한 일상을 누리고 싶어 하는 듯하다.
문 대통령은 임기 4년차를 맞아 지난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임기 동안 전력을 다하고 임기가 끝나면 '잊힌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면서 "대통령직을 이후 무슨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무슨 현실 정치와 연관을 갖는다든지 일체를 하고 싶지 않다"며 "(임기 후에 대해) 정말 구체적인 생각을 별로 안 해봤다. 대통령직이 끝난 이후 좋지 않은 모습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퇴임 후 정치와 거리두기를 이어간다 하더라도 만약 다음 정부에서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역할에 문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임기 내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전력을 다해온 문 대통령이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퇴임 이후 문 대통령과 함께 양산에 내려갈 보좌진이 누가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예우법'에 따라 국가예산으로 비서관 3명과 운전기사 1명을 둘 수 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퇴임 후 "잊힌 사람이 되고 싶다"는 문 대통령의 평소 바람대로 핵심 참모보다는 문 대통령과 연이 오래됐거나 지역 인사 중심의 보좌진이 꾸려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김정숙 여사와도 인연이 깊은 신지연 제1부속비서관이나 '부산 인맥'으로 통하는 김외숙 인사수석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총무비서관으로 역할하고 있는 이정도 비서관의 이름도 흘러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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