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은 어디에 서 있나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2. 1. 28.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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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삼성 부당합병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1.27/뉴스1

지난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법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잠깐 만난 적이 있다.

오랜 만의 만남이었지만 장소가 장소이다보니 휴정시간 중간에 잠깐 안부를 묻는 수준이었다. 이날처럼 그는 매주 목요일이면 이 법정에서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 실장과 장충기 전 실차장 등 전직 삼성 고위 임원들과 함께 하루 종일 재판을 받는다. 지난 몇년과 같이 앞으로도 몇년은 더 계속될 일이다.

그 후 약 한 달만에 그를 또 다시 만난 곳은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서다. 오후에 조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그와 만나 최근 근황을 묻고, 코로나19 상황에서 건강하라는 정도의 인사말을 나눴다.

지난해 8.15 광복절에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 부회장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기업 현장이 아닌 재판장이나 장례식장이라는 게 아쉬움이 컸다. 국내 다른 기업 총수들은 경영현장에서 열심인데 그만 멈춘 듯 보인다.

일례로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 출입기자들과 연말 연초 연이어 간담회를 하는 등 활발한 경영활동을 하며 경제계의 큰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두개의 모자(SK와 상의 회장이라는 두 지위)를 쓰고 필요한 시간을 각각에 분배하며 활동하고 있다. 최근엔 대선주자들과 연이은 회동을 통해 경제계 현안 해결에 분주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이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가전 전시회인 CES에서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톤다이내믹스의 로봇견 스팟과 함께 등장해 미래의 화두를 던졌다.

지난 2018년 CES 현장에서 만났던 그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세상과 소통하며 계속 변하고 발전해 가는 모습이다. 이번 CES에서 그는 현대차 그룹이 모빌리티 기업으로서 메타버스와 로봇을 연결한 새로운 세상을 여는데 대한 희망을 얘기했다.

구광모 LG 회장도 휴대폰 사업을 과감하게 접고, 지난 연말 인사를 통해 권영수 부회장을 LG에너지솔루션으로 보내 미래먹거리인 배터리 사업을 진두지휘토록 하는 등 적극적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다. 젊은 총수가 LG그룹의 빠른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 총수(공정거래법상)인 이 부회장은 정작 기업의 이사회 활동이나 제대로된 경영활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을 풀어준 이유가 일을 열심히 하라는 것이었는데 정작 그가 일을 하려는데 주변에서 시비가 많다.

지난해 8.15에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무릅 쓰고 그를 가석방한 이유는 코로나19의 엄중한 시기에 한국 대표 기업 총수로서 우리 경제를 굳건히 지키는 버팀목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기업가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대통령이 대신 전달한 것이다. 정작 나와서 봉사하라는 기회를 줬는데 그 형식이 가석방이라는 게 문제였다.

국정농단 사건의 당사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말 사면으로 풀려났는데 비해 그의 지시에 따른 이 부회장은 사면이 아닌 가석방으로 활동에 족쇄가 채워졌다. 정치적 타협과정에서 기업인들은 항상 희생양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다.

그렇다보니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들은 그 족쇄를 빌미로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와 고발에 나서고 있다. 정치적 사건에서 실타래를 제대로 풀어주지 못한 결과다. 지난해 말에는 또 다시 취업제한위반으로 검찰과 경찰에 고발하자 재계에선 '스토킹 수준'이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이런 와중에 최근에 들어선 인사개편 문제와 관련 삼성전자노조는 노조대로 문제 해결에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라고 압박하고 있다.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 지 모르는 형국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기업가에게서 '기업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목숨을 뺏는 일과 같다. 대통령의 권능으로 기회를 부여한 만큼 확실히 봉사할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패권경쟁을 펼치는 등 전세계가 치열한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의 리더십이 확고히 서는 것은 중요하다. 삼성 총수를 재판장이나 장례식장이 아니라 주주총회장이나 생산현장, 해외경제 전쟁터에서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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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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