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선 LIVE] TV토론, 결국 후보의 인성이 승부처다

강인선 부국장 2022. 1. 2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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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치열하고 부동층 많을 때 대선 후보 토론 중요해져
위기 헤쳐나갈 선장 뽑을 때 유권자는 '사람'을 본다
(왼쪽부터) 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정의당 심상정,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조선일보DB

대선 TV토론을 하자고 먼저 달려드는 쪽은 대개 지지율이 열세인 경우다. 앞선 후보를 따라잡으려면 어떻게든 판을 벌여야 기회가 생기니까.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그랬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계속 토론을 제안했다. 윤 후보가 머뭇거리자 ‘토론을 피한다’는 프레임으로 공격했다. 결국 윤 후보는 양자토론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제동을 걸었고 법원은 안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토론은 4자 구도로 가는 듯했다. 그런데 또 반전. 이번엔 국민의힘에서 불발된 TV토론과는 별개로 이·윤 후보 간 양자 토론을 제안했다. 어떤 구도가 됐든 조만간 토론이 열릴 모양이다.

TV토론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1960년부터 대선 후보 TV 토론을 해온 미국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몇몇 정치학자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대선 결과를 좌우할 정도로 대세에 영향을 끼치지는 못한다. 다만 지지율의 작은 부침은 가져온다’ 정도가 되겠다. 하지만 후보들의 지지율이 막상막하일 때, 또 부동층 비율이 높을 때는 다른 얘기다. 작은 차이가 승부를 가른다.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며 판세가 요동치는 건 그만큼 부동층이 많다는 뜻이다. 특히 부동층이 많은 2030들은 후보 개인은 물론, 정당과도 오래 ‘사귄’ 사이가 아닌 만큼 후보나 정당과의 유대가 약해 의외의 계기로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 그래서 TV 토론은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미국에서 취재한 대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토론은 2016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의 3차 토론이었다. 힐러리는 토론을 앞두고 ‘가짜 트럼프’로 변신한 토론 코치와 연습 게임을 뛰었고, 스스로 트럼프가 되어 ‘가짜 힐러리’의 허점을 공격하는 훈련도 했다고 한다.

수십 년 TV 인기 예능 프로 사회자였던 트럼프와 말 잘하기로 소문난 정치인 힐러리는 90분 동안 한마디도 지지 않고 맞붙었다. 고성과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진흙탕 싸움이었다. 트럼프와 힐러리, 그리고 사회자까지 가세해 소리 지르면서 싸우는 어이 없는 순간도 있었다. TV 토론의 가장 중요한 효과가 남의 편이나 중도 끌어오기가 아니라 자기 편 결속이라고 하지만 이런 토론을 왜 하나 싶을 정도로 반감만 들었다.

돌이켜 보면 미국 역대 TV 토론에서 인구에 회자되는 결정적 장면은 대개 후보의 인성이 표출되는 장면이다. 후보가 누군가를 무시하듯 찡그린 표정, 초조해서 시계를 자꾸 들여다보는 버릇, 허를 찌르는 질문을 유머로 받아 치는 여유 같은 것들이다.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외우는 암기력이나 정책의 디테일을 설명하는 능력이 마음을 움직이는 화제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번 TV 토론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공약이나 정책은 대부분 비슷하고, ‘퍼주기’의 변주라 크게 토론 거리가 되지 않는다. 북한 관련 정책이 조금 다를까. 그렇다면 답은 사람이다.

어떤 토론도 진공관 속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오미크론이 쓰나미처럼 번져 확진자가 하루 수만 명을 헤아리는 상황에서 북한은 하루가 멀다 하고 미사일을 쏘는데, 코스피 지수가 급락해 한국 경제의 앞날에 대한 불안은 날로 깊어간다. 그런 상황에서 대선 후보들은 토론에 나서게 될 것이다. 눈앞에 닥친 겹겹의 위기와 악재의 높은 파고를 헤쳐나갈 배를 이끌어갈 선장을 뽑는 것이 이번 선거의 의미다. 둘이든 넷이든, 어떤 방식으로 토론하든 후보들이 머리 싸매고 고민해야 할 것은 자신이 어떤 지도자가 될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토론에서 상대를 이기는 방법보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방법에 더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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