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적용 첫날.. 건설현장 대부분 작업 '일시중지', 새벽인력시장선 "일감 없어 공쳤다"

남건우 기자 2022. 1. 2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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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들어 일거리를 못 구한 건 오늘이 처음이네요." 27일 오전 5시 반.

남구로역 인근의 한 인력사무소 직원은 "어제보다 일거리가 절반 이상 줄었다"며 "지난주부터 대형 건설사 사이에 '시범 케이스가 되지 말자'는 말이 돌았다"고 했다.

인력시장에서 일거리를 구하던 성모 씨(49)는 "요즘에는 현장에서 60세 이상은 잘 안 쓰려고 하는 탓에 나이 든 분들은 인테리어 같은 작은 현장만 가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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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과 겉도는 중대재해처벌법]
하루새 일거리 절반이상 줄어.. "일감 못구한 건 이번주 들어 처음"
설 이후 기약하며 발걸음 돌려
중대재해법 시행 첫날… 문 닫힌 건설현장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7일 서울 중구의 한 건설현장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이날 적지 않은 건설사가 ‘1호 처벌 대상’이 되는 걸 피하려고 공사를 잠시 중단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번 주 들어 일거리를 못 구한 건 오늘이 처음이네요.”

27일 오전 5시 반.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을 찾은 박모 씨(66)는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인력시장을 찾은 인부 대부분이 상황은 비슷했다. 오전 4시부터 길거리에 수백 명이 줄지어 일거리를 기다렸지만 기자가 세어본 결과 4명 중 1명 정도만 일을 구해 자리를 떴다.

남은 이들은 서로 “왜 집에 안 가느냐”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담배를 입에 문 채 한참 거리를 서성였다. 한 시간 반 동안 대기하다가 끝내 집으로 돌아가던 박 씨는 못내 아쉬운지 사무소를 돌아보며 “이거 참 어떡하나…”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인 27일 상당수의 건설사들이 ‘1호 처벌 대상만은 피하겠다’며 공사 현장을 멈추면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이 대거 일감을 잃었다.

남구로역 인근의 한 인력사무소 직원은 “어제보다 일거리가 절반 이상 줄었다”며 “지난주부터 대형 건설사 사이에 ‘시범 케이스가 되지 말자’는 말이 돌았다”고 했다. 이날 남구로역 인력사무소를 방문한 이모 씨(60)는 설명을 들은 후 “설 연휴 지나면 나아지려나 싶다”면서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실제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작업이 ‘일시 중지’된 건설 현장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인근 신축 공사 현장에서는 일부 근로자들이 공구를 정리하거나 청소만 할 뿐 여느 때처럼 벽돌을 쌓는 등의 작업은 일절 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한 노동자는 “갑자기 오늘은 건물 올리는 작업을 안 한다고 하더라”고 했다.

중대재해법이 나이가 많은 근로자들을 노동시장에서 몰아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인력시장에서 일거리를 구하던 성모 씨(49)는 “요즘에는 현장에서 60세 이상은 잘 안 쓰려고 하는 탓에 나이 든 분들은 인테리어 같은 작은 현장만 가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현장의 안전 관리 인력은 다소 보강되는 분위기다. 이날 만난 문래역 인근 공사 현장 노동자는 “안전 관리 인력이 최근 현장에 10명 넘게 새로 배치됐다”고 전했다. 건설 조경 분야의 한 중소기업 대표 김모 씨(64)도 “설 연휴가 끝날 때까지 안전 관리 인력을 최우선으로 보강할 계획”이라고 했다.

남건우 기자 woo@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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