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원의 말글 탐험] [160] 感 풍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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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이나 제대로 맞히려나? 웬걸, 반년 만에 방망이 잡은 친구가 시원한 안타에 타점까지. 한겨울 경기라 이 핑계 저 핑계, 인원 없어 불러낸 활동 중단 팀원 아닌가. 경기를 매주 해도 죽 쑤기 십상이건만. 평소 잘하던 선수라 감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나 보다.
감(感), 운동 능력 가리킬 때 흔히들 쓰는 명사. ‘느낌이나 생각’이라는 뜻풀이와는 거리가 있어 조심스러운데. 구실 비슷한 접미사로 오면 쓰임새가 여간 푸짐하지 않다. 균형감, 동질감, 만족감, 박진감, 선입감, 신뢰감, 안도감, 적대감, 책임감, 포만감, 해방감…. 그래도 아무렇게나 붙는 말이 아닌데, 홈쇼핑 채널에선 거칠 것이 없다.
“길이감도 너무 좋아요.” 외투 광고 진행자가 외친다. 유혹하는 솜씨에 감탄이 나오다, 한마디 때문에 탄식이 샌다. ‘길이감’이라면 길이에 관한 느낌인가, 길다는 느낌인가. 뭔지 모를 느낌이 좋다 하니 또한 아리송하다. ‘알맞은 길이’를 말한다고 눙쳐 들을 수야 있지만, ‘감’을 붙일 까닭이 없음은 분명하다. ‘길이가 딱 좋아요’ 하면 그만인데.
두툼한 침대 요를 이렇게 선전한다. “두께감이 어마어마해요.” ‘두꺼운 느낌’과 ‘두꺼움’은 엄연히 다르잖은가. 얇아도 두껍다고, 두꺼워도 얇다고 느낄 수 있으니. 털옷 놓고 슬쩍 꼬드긴다. “컬러감이 너무 예쁘죠?” ‘색이 정말 예쁘죠’ 하면 덜 예뻐 보일까. 따뜻한 기모감(기모가 주는 따뜻함), 신축감이 되게 좋아요(아주 잘 늘어나요), 무릎 덮어주는 롱 기장감(무릎까지 덮는 충분한 길이)…. 달갑잖은 ‘감 풍년’이다.
공공(公共) 마당이라고 별반 다를쏘냐. 정부가 ‘코로나 피해 지원(피해를 ‘지원’하다니, ‘보상’이 옳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단다. 실제로는 느려도 빨라 보이게 한다는 뜻? 제발 ‘빠르게 추진’하라.
설은 닥쳤는데, 5만원짜리에 얄팍해진 세뱃돈.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좀 두툼하면 좋으련만. 봉투라도 부피감 좋은, 아니 부피 큰 거로 마련해? 이래저래 얄팍한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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