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꼬꼬무' 나라를 바꾼 김주열 열사 사망사건..마산 3·15 의거→4·19혁명 소개

박새롬 2022. 1. 2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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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열 열사의 최루탄 사망사건을 시작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게 된 역사 이야기가 공개됐다. 이날 게스트로 등장한 이현이와 유주는 연신 눈물을 훔치며 참혹한 희생의 역사에 공감했다.

27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는 '나를 찾아줘, 1960 되살아온 아이' 편으로 꾸며졌다. 배우 진선규, 모델 이현이, 가수 유주가 게스트로 출격했다.

1960년 4월 마산의 한 병원 수술실, 어느 소년의 얼굴에 불발탄이 박혀 있었고, 의료진 10명은 무명실로 조심스레 처치를 진행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김주열 열사.

소년은 고등학교 입학 시험을 보러 간 날, 온데간데 없이 실종됐다. 어머니는 "주열이 찾기 전까지 안 올 것"이라고 한 뒤 마산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경찰에게 들은 답은 "기다려봐라. 때가 되면 돌아오겠지"라는 퉁명스러운 말이었다. 이어 "내가 당신 아들을 잡아먹기라도 했냐"는 말까지 들었다.

경찰이 그토록 예민하고 강압적으로 나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결국 어머니는 아들 사진 한 장을 들고 마산 시내를 떠돌기 시작했다. 그는 골목골목 지나는 사람을 모두 붙잡고 간절히 물었고, 병원이란 병원까지 모두 돌고 화장터까지 찾아갔다.

어머니가 마산에 간 지 보름 째, 여전히 거리를 떠돌며 "주열이 못 봤어요?"를 외쳤다. 이 말이 슬픈 유행어가 됐던 것.

그러던 어느날 신문사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고, "김주열의 시체를 시청 뒤 연못에 던졌다"며 마산시민임을 자처하는 제보가 들려왔다. 결국 김주열을 찾고자 물을 6시간 넘게 퍼냈지만 시신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실종 27일째, 어머니는 남원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주열이 아버지 건강 상태가 악화됐기 때문. 어머니는 기자들에게 신신당부를 하고 남원행 버스에 올랐다. 그로부터 3시간 후, 김주열의 시신이 발견됐고 그날 허 기자가 찍은 사진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꿨다고. 어린 소년의 얼굴엔 쇳덩이가 박혀있었다. 프로펠러가 달려있는 쇳덩이가 오른쪽 눈을 관통, 뒷목까지 뚫고 나왔던 것.

의사가 그것을 핀셋으로 두드려봤고, 그 순간 "모두 엎드리라"는 비명이 나왔다. 쇳덩이는 다름아닌 불발탄이었다고. 결국 인력이 총동원된 끝에 쇳덩이가 뽑혔지만 그 정체는 더욱 경악스러웠다.

이날 스튜디오엔 실제와 동일하게 제작한 모형이 공개됐다. 이현이는 "이게 어떻게 왜, 사람 얼굴에 있냐"며 경악했다. 직경 3cm, 길이는 무려 20cm 가량의 최루탄이었던 것.

최루탄은 30도 이상의 발사각을 유지하고, 허공에만 쏘게 돼있는데 왜 사람의 눈에 박혔던 걸까. 그 의미는 사람에게 의도적으로 대놓고 쐈다는 것.

소년의 얼굴에 최루탄을 쏜 범인은 다름아닌 경찰이었다. 마산경찰서 경비주임이던 박종표 경위. 경비주임의 주 임무는 집회나 시위 현장을 통제하는 것. 그런데 왜 박 경위는 주열이에게 최루탄을 쏜걸까.

주열이가 사라진 건 3월 15일. 그날 주열이는 왜 마산에 있었을까. 학교 합격자 발표가 정/부통령 선거가 미뤄졌고, 수많은 비밀지령이 있었다.

이날 3.15부정선거에 관한 비밀 지령이 스튜디오에 숨겨져 있었다. 장성규는 "너 이걸 찾으면 내 전재산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유주는 "이래도 되냐"며 바로 스탠드를 들어올렸고, 지령 쪽지를 찾고 말았다. 유주는 "계좌 번호를 찍어주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해당 지령은 '만일 계획이 뜻대로 안 되면 투표함 운반 도중 표를 바꿔치기 하라. 바꿔치기 할 때 야당 참관인이 못 나오게 막고, 부득이 할 경우 유혈극까지 실행할 것을 각오하라'는 내용. 한마디로 피를 봐도 좋으니 물불 가리지 말고 표를 바꿔치기하라는 것.

3.15 부정선거 날, 박 경위에게는 최루탄과 발사용 총을 지급받았다. 항의를 하면 쏴서 진압을 하라는 것.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야당 측 참관인이 부정선거를 눈치 챘고, 소동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시위가 일어났고, 그 시각 마산 시내를 구경하던 주열이 형제도 이를 보게 됐다. 형제도 시위대에 동참, 구호를 외치게 됐다.

이날 시위엔 중고등학생이 많았다고. 그날 현장에 있었던 변승기씨는 "초등학교, 중학교 다닐 때 민주주의에 대해, 선거에 대해 다 배웠는데 반대되는 행위를 하니 '이건 막아야 한다'는 마음이 자동으로 샘솟은 것"이라 설명했다. 이날 스튜디오에 공개된 자료 영상 속 시위대 상당수가 앳된 학생들이었다.

그 최루탄이 난무하는 군중 한가운데에 있던 주열 형제. 형이 동생 손을 잡아 끌었지만, 한순간 주열이 손을 놓치고 말았다. 아무리 찾아도 주열이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그게 바로 주열이와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이어 스튜디오엔 그날 현장의 소리가 공개됐고, 이현이는 "학생들이잖아"라며 경악했다. 현장 자료엔 총 소리가 생생히 들려왔다. 경찰은 이날 어린 학생들에게 실탄을 쏘기 시작했던 것.

이날 박 경위에겐 눈에 포탄이 박힌 주열이의 시신이 보고됐고, 박 경위는 "적당히 알아서 하라"는 윗선의 지시에 시신을 싣고 바다로 갔다. 그는 주열이 몸에 돌을 매달고 차가운 바다에 던졌다. 그리고 시신이 가라앉는 걸 한참 지켜봤다.

27일만에 떠오른 주열이의 시신은 파도에 떠내려가지도 않고, 한달여가 됐는데도 부패도 거의 되지 않았다. 심지어 얼굴을 꼿꼿이 들고 주먹을 불끈 쥔 채로 주열이가 돌아왔다.

이현이는 자신이 당시 마산시민이었다면 "주체할 수 없이 화가 났을 것 같다. 그게 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유주는 "참혹하고 슬프지만, 마냥 슬픈 게 아니라 뿌리 뽑고 범인을 찾아내야겠단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분노에 찬 마산시민이 병원으로 몰려들었다. 그날 총에 맞아 죽은 사람은 주열이만이 아니었던 것. 185명이 다치고 9명이 사망, 그중 10대가 6명이었다고. 장현성은 이날 그 아이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6명의 10대 소년들은 모두 총알 관통상으로 사망했다. 유주와 이현이는 눈물을 참으면서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읽었다.

허종 부산일보 기자의 용기를 통해 주열 군의 사진은 전국에 퍼졌고, 단 일주일만에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꿔놨다. 1960년 4월 19일, '피의 화요일'이라 불린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주의 혁명, 4.19혁명이 일어났고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 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주열이 시신이 발견된 지 딱 보름 만이었다.

그로부터 한 다 뒤, 한 신문엔 주열이 어머니가 쓴 편지가 실렸다. 편지에서 권찬주 여사는 '주열이가 행방불명이란 소리를 들었을 땐 살아있겠지 희망을 가졌다. 여러 자식 중에도 특히 말이 없고 착한 자식의 죽음이고 보니 더 미칠 것 같았다. 성격이 온순하기 이를 데 없어 수걱수걱 공부와 일밖에 몰랐다. 철부지의 죽음이 너무 허무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너무 갸륵했다는 걸 새삼스레 깨닫는다'며 '그들은 압제자의 불의, 권력의 횡포를 언제까지나 참아야 했던 너절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귀여운 자녀를 잃은 어머니 여러분, 우리 다 같이 눈물을 거두자. 자식들이 뿌린 선혈이 헛되지 않도록. 이 나라의 어머니로서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미자'는 내용을 전달했다.

김주열 군의 사망 후, 주열이 앞으로는 마산상고의 합격통지서가 날아 왔다. 그것도 장학생 합격 통지서였고, 주열이는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킨 것.

장현성은 "우리가 지금 편안하게 누리는 일상의 기반이 되어준 학생들의 희생"이라고 말했다. 장성규는 "허종 기자가 찍은 사진이 없었다면 이 정도로 사건이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 진선규는 "이런 사람, 이런 일이 있었기에 세상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현성은 "허종 기자, 어린 학생들, 어머니들, 그때 그들이 흘린 피로 지금 우리가 있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새롬 스타투데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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