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만 부통령, 온두라스 정식회담 계획은 없어"(종합)

차대운 2022. 1. 27.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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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온두라스 대통령 취임식서 '접촉' 가능성 커.."자연스러운 교류할 것"
대만 부총통 경유지 미국서 '인기'..의원 17명과 릴레이 화상 면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라이칭더 대만 부총통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합성]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27일(이하 현지시간) 열릴 온두라스 대통령 취임식에 미국과 대만의 부통령이 나란히 참석하기로 해 이들의 공개 접촉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정식 회담이 열리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27일 워싱턴발 기사에서 미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온두라스 방문 기간 시오마라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지만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부총통과의 양자 회담 계획이 따로 마련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미국이 대만과의 관계를 급진전시켜나가는 가운데 온두라스에서 미국과 대만 최고 지도자급 인사들의 만남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온두라스에서 라이 부총통과 공개 양자 회담을 열어 강력한 대만 지지 메시지를 세계에 발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 공화당의 톰 티파니 상원의원과 스콧 페리 하원의원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이 동맹 친구를 만나는 데 중국의 동의는 필요 없다면서 미국과 대만 부통령이 나란히 한 행사에 참석하는 드문 기회를 활용해 양측이 공개 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이 해리스 부통령과 라이 부총통 간의 공식 양자 회담을 추진하지 않기로 한 것은 중국의 반응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1979년 단교 이후 미국과 대만의 최고위급 지도자 간의 정식 양자 회담은커녕 '단순 직접 접촉'도 이뤄진 일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에 미국이 작심하고 해리스 부통령과 라이 부통령의 정식 회담을 추진한다면 중국이 이를 '대형 도발'로 받아들여 미중 관계에 큰 충격을 초래할 수 있다.

다만 미국 정부가 정식 회담 개최 계획이 없다고 언급했을 뿐이지 해리스 부통령과 라이 부총통이 온두라스에서 단순 인사 교환에서부터 약식 면담 등 다양한 수준의 상호 소통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어 중국은 이를 경계하고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주장하면서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는 중국은 세계 각국이 대만 정부와 공식적인 교류를 하는 것을 완강히 반대한다.

따라서 중국은 해리스 부통령과 라이 부총통이 취임식 현장에서 악수하고 인사를 하는 수준의 접촉만 해도 강한 불만을 표출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대만 외교부는 라이 부총통이 온두라스 방문 기간 세계 각국에서 온 정계 인사들과 상호 교류를 할 기회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따라서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해리스 부통령과 라이 부총통 간의 '적절한 수위'의 접촉을 통해 중국 측에 그어 놓은 '마지노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강한 대만 지지 메시지를 발신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하고 있다.

대만의 주미 대사 격인 샤오메이친(蕭美琴) 주미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 대표는 라이 부총통이 해리스 부통령과 회담 계획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확인했다.

대만 고위 당정 인사는 중앙통신사에 라이 부총통과 해리스 부통령이 온두라스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계기로 '자연스러운 교류'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국 측은 라이 부총통이 온두라스 방문에 앞서 화교가 많은 서부 도시 로스앤젤레스(LA)를 '경유 방문'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라이 부총통이 약 24시간 동안 LA를 '경유 방문'하는 동안 7번의 릴레이 화상 면담을 해 최소 17명의 미국 상·하원 의원들과 대화를 나눠 미국 정가에서 대만의 '몸값'이 크게 높아졌음을 실감케 했다.

라이 부총통과 접촉한 미국 의원들에는 공화당 소속인 톰 티파니 상원의원, 스콧 페리 하원의원, 존 커티스 하원의원과 민주당 소속인 에드 마키 상원의원 등이 포함됐다.

라이 부총통은 25일 LA에 도착하고 나서 코로나19 방역 문제로 호텔에서만 머물렀지만 미국 의원들 및 화교 단체들과 잇따라 화상 면담을 진행하는 등 활발한 외교 활동을 벌이고 26일 오전 온두라스로 이동했다.

중앙통신사 보도에 따르면 라이 부총통은 26일 밤 카스트로 대통령과 7분가량 약식 면담을 하고 대만과 온두라스의 우의 증진 희망 의사를 피력했다.

카스트로 대통령도 면담에서 자국이 대만으로부터 큰 경제적 도움을 받고 있다고 감사의 뜻을 표명한 뒤 앞으로도 협력과 우의를 증진해나가자고 밝혔다.

'친중' 성향으로 알려진 카스트로 대통령은 최근 지난 대선 과정에서 한때 대만과 단교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지만 결국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이 같은 입장을 철회하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미국의 앞마당'인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온두라스는 대만과 수교한 전 세계 14개국 중 하나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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