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국민 돈으로 도박한다" 분노한 LG화학 개미들 [왕개미연구소]
“연기금이 국민 돈으로 도박을 하고 있습니다. 멀쩡한 우량주를 핵폭탄급으로 던지고, 그 돈으로 도박 주식인 LG엔솔을 사네요. 크래프톤을 보세요. 작년 상장했을 때도 50만원에도 묻지마 매수하더니 지금 주가가 반토막나니까 매일 손해보며 팔고 있잖아요. 연기금은 우리 국민들의 노후 자금인데, 이렇게 매매하는 게 정상인가요?”(LG화학 소액주주 A씨)
우리나라 국민 440만명을 공모주 투자자로 끌어모은 LG에너지솔루션이 데뷔한 27일, LG화학 소액 주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의 배터리 부문을 물적 분할해서 설립된 회사다.
이날 LG화학은 전날보다 8.1% 하락한 61만원에 마감했다. 장중 60만5000원까지 빠지면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연기금이 633억원 어치 순매도하면서 주가를 아래로 끌어 내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연기금 순매도 종목 1위는 삼성전자(-1777억원)였고, 2위가 LG화학(-633억원)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 시가총액이 118조원을 기록하며 당당하게 코스피 시가총액 2위를 찍은 이날, 모회사인 LG화학 시가총액은 43조원으로 쪼그라 들었다.
이날 LG엔솔 주가 상승의 주포는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하는 연기금이었다. 삼성전자와 LG화학 등 대형 우량주를 매도한 연기금은 LG엔솔 주식만 2조1062억원 어치를 하루에 대량으로 사들였다. 이달 들어 1조5000억원 이상 코스피 주식을 팔아오던 연기금이 이날은 신규 상장 주식을 대량 매집한 것이다. 연기금이 단 하루에 한 종목에서 2조원대 순매수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아마 앞으로는 없을지 모른다).
운용업계 관계자들은 연기금이라는 자금의 특성상 지수를 추종해야 해서 시총이 큰 LG엔솔을 무조건 담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하지만, 만약 ‘내 돈이었다면’ 그렇게 무지성 매매를 했을지 의문이다.
닥치는 대로 주식을 사다 보니, 결국 이날 연기금은 외국인 단타 매물의 총알받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연기금의 LG엔솔 평균 매수단가는 52만7000원으로, 외국인의 평균 매도단가(51만5000원선)보다 높았다.
주식 투자자 이모씨는 “아무리 주식이 미래 가치를 반영해 결정된다지만, 어떻게 물적 분할한 회사의 가치가 모회사 가치를 뛰어넘는 건지 아직도 이해 못하겠다”면서 “그래도 다들 좋다면서 주식을 사니, (한국 기업들이) 다들 물적분할을 하려고 하나 보다”고 말했다.
LG화학 소액 주주들만 속상한 건 아니다. LG엔솔의 모회사인 LG화학 직원들도 “LG엔솔이 성장하는 동안 우리가 먹여 살렸는데, 성과 보상에서는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다”며 불만이다.
우리 사주 850만주를 배정받은 LG엔솔 직원들은 향후 수억원대 주식 차익 대박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LG화학 노조가 본사에 항의 방문해서 LG엔솔 상장에 따른 수익 분배를 강력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개미연구소가 LG화학 주주인 A씨의 지적을 검증해 봤다. 연기금은 1월에 크래프톤 주식을 1682억원 어치 순매도했다(27일 종가 26만4000원). 크래프톤은 작년 8월 10일 상장(공모가 49만8000원)했는데, 첫날 1161억원 어치 순매수를 기록했던 연기금은 10월 27일까지 무려 51일 연속해서 순매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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