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 없던 광주 내려간 李 "저희가 무심했다"..호남 달래기 총력(종합)

한재준 기자 2022. 1. 27.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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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지지율 하락에 설 앞두고 급하게 찾아..가덕신공항 언급하며 군공항 이전 약속
아파트 붕괴 현장 찾아 "똑같은 회사 똑같은 사고, 기가 막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을 찾아 사고현장을 둘러본 뒤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2.1.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광주=뉴스1) 한재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광주광역시를 찾았다. 텃밭인 호남의 민심이 심상치 않자 예정된 경기도 일정을 수정해 호남행 열차를 탄 것.

이 후보는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 현장을 찾아 피해자 가족을 위로하는 한편 광주 공항을 국가 주도로 이전하겠다며 호남 민심 달래기에 안간힘을 쏟았다.

이 후보는 이날 민주당이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에 신경쓰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며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광주 공항에서 군공항 이전을 비롯한 지역 공약을 발표한 후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와 관련해 "저희가 좀 무심했다"며 "안타까운 마음이 있고 챙겨보기도 했지만 피해자들에 대해 하루빨리 위로를 드리고 저희가 생각하는 대안을 말해야겠다"고 광주로 발걸음을 옮긴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오늘까지 경기도 전역을 순회하기로 했는데 광주 일정으로 바꿨다"며 "설 이전에는 인사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과 내일 시간이 불가능해 저에 대한 힘의 원천인 호남 여러분께 인사드리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아파트 붕괴 현장을 방문한 이 후보는 작심한 듯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을 겨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피해자 가족들과 50여분간 비공개 면담을 진행한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중대 사고를 반복해서 일으키는 기업에 대해서는 더 이상 그런 위험한 기업활동을 못하도록 건설 면허를 취소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그래야 기업이 다시는 이렇게 돈을 벌기 위해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일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똑같은 사업체에 의해, 똑같은 지역에서, 똑같은 유형의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참으로 안타깝고 기가 막히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위험하게 일을 시켜서 돈을 벌 수 있고, 문제가 됐을 때 치르는 대가가 위험을 방치해서 얻는 이익보다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와 대화 과정에서 "결국 돈 문제인 것 같다. 참 돈이 마귀라고 얘기하는 게, 정상적인 판단을 못하게 한다. 돈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안전과 생명이 우선돼야 한다는 이 후보의 발언은 이후 일정에서도 계속됐다.

이 후보는 광주 충장로 거리를 찾아 연설을 통해 "돈이 중요하지만 목숨보다 중요할 수 없다"며 "돈 몇푼 벌어보겠다고 위험하게 공사하다가 사람이 죽은 일이 얼마 전에 있었는데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의 지원하기 위해 함께 충장로를 찾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광주에서만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안전사고가 잇따라 벌어지고 있어 참으로 송구하다"며 "이 일을 아픈 경험 삼아 다시는 그런 참사가 없고 광주가 인건의 도시, 민주의 도시를 뛰어넘어 가장 안전한 도시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오후 '호남정치 1번지' 광주 동구 충장로에서 열린 거리연설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 연설을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충장로우체국 앞 계단 우다방은 5·18 당시 시위군중들의 예비 집결지이자 정보를 주고받았던 곳이다.2022.1.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 후보는 광주 지역 공약에도 힘을 줬다. 특히 광주 군공항 이전은 국가가 주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날 오전 공약 발표 후 공항 이전을 정부 예산으로 추진할 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가덕 신공항도 부산·울산·경남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게 된다"며 "지방과 지방 간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구 도심 공항과 광주 공항 이전 문제는 가덕 공항처럼 없는 공항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들어서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추진력을 발휘하면 빠른 시간 내 해결이 가능하다"고 했다.

충장로 연설에서도 이 후보는 "공정성을 지킬 대통령이 필요하다. 억울한 지역이 없게 해야 한다"며 "부산은 공항을 지어주면서 광주 공항은 네 돈으로 지으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정부 주도의 공항 이전을 약속했다.

이같은 이 후보의 광주 구애는 호남 지지율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업체 지난 24~26일 실시해 이날 발표한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주·전라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47%에 그쳤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각각 14%를 기록한 가운데 '없다' 및 '모름·무응답'이 무려 22%로 조사됐다.

불과 1주일 전 발표된 같은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이 67%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호남 민심이 급격히 악화된 셈이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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