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여서라도 열자"..대관령 눈조각 준비 시작 [현장에서]

글·사진 최승현 기자 2022. 1. 27.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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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강원 겨울축제 줄 취소 속
내달 4일부터 눈꽃축제 개최
정원 줄이고 먹거리 안 팔아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주민과 눈조각가들이 지난 25일 대관령눈꽃축제장으로 이용될 예정인 송천 일대에서 전기톱 등을 이용해 눈덩이를 다듬고 있다.

“그냥 이대로 잊혀질 순 없잖아요. 규모를 줄여서라도 명맥을 이어 가야죠.”

지난 25일 오후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의 시가지를 관통하는 송천 일대. 인공설로 뒤덮여 하얀 눈밭으로 변해버린 이곳에선 20여명이 눈조각 작품을 만들기 위한 기초작업을 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매서운 찬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영하의 날씨 속에서 전기톱과 대형 끌을 이용해 눈덩이를 정성스럽게 다듬어 나가던 이들의 이마에는 금세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한쪽에선 중장비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눈썰매장 등을 만들기 위한 기초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동네 주민들은 “고심 끝에 어렵사리 결정한 일인 만큼 행사 준비가 별 탈 없이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불구하고 하늘 아래 첫 동네로 불리는 대관령면 횡계리가 이처럼 분주한 것은 정말 오랜만에 겨울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대관령축제위원회는 오는 2월4일부터 13일까지 열흘간 송천 일원에서 ‘제29회 대관령눈꽃축제’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축제의 슬로건은 ‘대관령이즈백’이다. 2만1000㎡ 규모의 축제장엔 1970~1980년대 옛 횡계리 마을의 모습을 재현한 눈조각 작품 30점과 길이 100m의 대형 썰매장, 아이스 이글루 등이 설치된다.

대관령축제위원회는 ‘안심 방역’에 초점을 맞춰 축제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화천 산천어축제’와 ‘인제 빙어축제’ ‘태백산 눈축제’ ‘홍천강 꽁꽁축제’ 등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줄줄이 취소된 상황에서 강원도에서 유일하게 개최하는 겨울축제인 만큼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관령축제위원회는 축제장 동시 입장객 수를 299명 이하로 제한하고 방역패스도 적용하기로 했다. 최지환 대관령눈꽃축제 총감독(34)은 “축제장 안에서 마스크를 벗을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먹거리단지도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예년의 20~30%인 2만여명의 유료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목표”라고 귀띔했다.

대부분의 주민들도 지난해 취소됐던 대관령눈꽃축제가 올해 재개되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김봉래 대관령면번영회장(57)은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는 대관령눈꽃축제가 열려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면 코로나19로 침체된 지역상권을 활성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겨울축제뿐 아니라 일부 민속축제도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척시는 오는 2월7일부터 20일까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2호인 ‘삼척 기줄다리기’를 중심으로 제례 행사와 민속체험 행사 등을 선보이는 ‘삼척 정월대보름제’를 개최하기로 했다.

삼척시 관계자는 “지난 2년간 행사 규모를 대폭 축소하거나 비대면 형식으로 대보름제를 개최했으나 올해의 경우 코로나19로 위축된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도심지에 달등 터널과 야간 조명을 설치하고, 일부 대면 행사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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