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 현장 노동자 증언 "붕괴 원인 지목된 동바리 해체, 현산·감리 승인 없이는 불가능"

강은·강현석 기자 2022. 1. 27.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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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현산 관계자들 목격했다"

[경향신문]

26일 오후 크레인에 매달린 바스켓에 탄 작업자들이 상층부 붕괴단면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산업개발이나 감리가 동바리(가설 지지대) 해체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원청이나 감리 승인 없이 진행되는 일은 없습니다.”

지난 11일 신축 중이던 39층 건물이 붕괴해 노동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현장 노동자 A씨는 27일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현산)이 동바리 해체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27년 경력의 지지대 해체 노동자인 그는 광주경찰청 수사본부가 “붕괴 사고의 치명적 원인”이라고 지목한 화정 아이파크 201동 39층 아래층 지지대를 직접 철거했다.

A씨는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하청업체 현장소장으로부터 지지대를 해체해 지상으로 내리라는 작업지시를 받았다”면서 “하청업체가 현산이나 감리의 승인 없이 지지대 해체 노동자를 현장에 투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A씨와 동료 7명은 38층 지지대를 해체한 뒤 34층에 설치된 ‘호이스트 카(건설용 리프트)’를 이용해 지상으로 모두 내렸다고 한다. A씨는 “우리가 38층과 37층 지지대를 해체한 이후 39층 콘크리트 타설을 준비하기 위해 현산 관계자들과 감리 등이 최소 사흘 동안 해당 층을 오르내렸다”면서 “지지대가 없다는 게 확인되는데 누구도 ‘재설치’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우리가 리프트를 이용해 지지대를 지상으로 옮기는 작업은 많은 사람이 목격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를 리가 없다”고 말했다.

구조물의 지지대를 철거하는 것은 규정 위반이 아니다. 하지만 국가건설기준센터의 표준시방서를 보면 30층 이상 고층건물의 경우 지지대를 떼어낸 뒤 하중이 다시 가해질 경우 최소 3개 층에 지지대를 재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광주 붕괴 아파트 노동자 “창호 설치 등 후속 공정 너무 빨라…현산, 유독 쪼았다”

28층서 매몰자 1명 추가 발견

화정 아이파크의 경우 39층 슬래브(바닥)에 지난 11일 콘크리트 타설이 진행된 만큼 PIT층(배관 등이 지나가는 층)과 38층, 37층에 지지대를 다시 설치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지시는 없었다고 한다.

콘크리트를 타설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거푸집을 설치하고 철근 배근을 한 뒤 감리의 검측과 현산 관계자들의 확인을 거쳐야 한다. 39층에 가려면 34층까지 설치된 리프트에서 내려 37층과 38층을 반드시 지나야 한다. 그러나 현산 현장 관리자들은 지난 26일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지지대 해체는) 하도급업체 관계자들이 알아서 한 일”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그동안은 3개 층에 지지대를 설치한 뒤 콘크리트 타설 후 해체해 왔는데 붕괴된 201동은 타설 전 지지대 해체 지시가 내려와 의아했다”면서 “지지대 해체는 원청이나 감리의 승인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둘러 지지대를 해체한 이유에 대해 A씨는 공사기간 단축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콘크리트 타설 전에 벽 쌓기나 창호 설치 등의 후속 공정이 너무 빠르게 따라붙다 보니 골조 공사에도 속도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통상 골조 공사와 후속 공정 사이에 7개 층 정도 차이가 벌어지는데 사고 현장인 201동의 경우 4개 층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A씨는 “꼭대기 층에서 타설이 이뤄지던 당시 이미 34층은 후속 공정을 위한 공사 자재가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면서 “현산이 유독 쪼았다”고 말했다.

27일 사고 현장에서 1명이 건물 잔해에 매몰된 채 추가로 발견됐다. 당국은 지난 25일 먼저 발견된 매몰자를 포함한 2명에 대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사고 당시 실종된 노동자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이날 “무너진 건물 28층에 대한 탐색을 진행하던 중 오전 11시50분쯤 잔해에 매몰된 1명의 신체 일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문희준 광주 서부소방서장은 “구조대원들이 27층에서 먼저 발견된 매몰자 구조를 위해 28층에서 잔해물을 제거하며 검색을 하는 과정에서 추가 매몰자를 발견해 내시경 카메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중수본은 지난 25일 오후 27층 콘크리트 잔해 속에서 매몰자 1명을 발견했다.

발견된 매몰자들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이들은 지난 11일 사고 당시 실종된 노동자 5명 중 2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수본은 28층 매몰자는 손에서 지문을 채취했고, 27층 매몰자는 주변에서 채취한 혈흔을 피해자 가족들의 유전자 정보(DNA)와 대조했다. 다만 중수본은 수색작업이 계속 진행 중인 만큼 피해자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신원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의 신원은 확인됐지만 발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수본은 실종된 노동자들이 붕괴된 잔해가 쌓여 있는 건물 상층부에 있을 것으로 보고 이곳 수색에 집중하고 있다.

강은·강현석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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