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까'페] 글로벌기업은 개인정보 유출 '사각지대'?..허술한 '국내 대리인' 제도

정인아 기자 2022. 1. 2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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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30일, 페이팔이 해킹을 당해 국내 이용자 약 2만 2천 명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습니다.

페이팔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이 사실을 자진신고했고, 현재 개인정보위가 기초조사를 진행 중인데요.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페이팔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조사 진행에 애를 먹고 있어서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본조사에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유명무실 '국내 대리인 제도'
페이팔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개인정보보호법을 따르기 위해 '국내 대리인'이라고 불리는 별도 법인을 국내에 두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조사기관이 해외에 있는 해외 본사를 방문해 조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국내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별도 법인을 둔 것입니다.

여기서 참고해야 할 점은 국내 대리인은 법무 대리인과는 다릅니다. 법무 대리인은 기업에게 법적 자문을 해주는 역할을 하고, 국내 대리인은 국내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입니다. 국내 대리인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인 전기통신사업법, 방송통신위원회 소관인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소관인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정의됩니다.

[국내 대리인 사무실이 밀집한 서울 종로구의 한 건물]
 
문제는 이 국내 대리인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기업들의 개인정보 보호지침에서 국내 대리인 주소와 연락처를 확인해봤습니다.

페이팔과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여러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대리인 법인이 모두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건물에 몰려있었습니다. 페이팔과 아마존, 링크드인 등을 함께 관리하는 국내 대리인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직원을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해당 사무실을 공유하는 다른 회사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직원 1명이 한꺼번에 여러 회사를 관리하는데 출근을 자주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애플의 국내 대리인은 해당 주소지에 사무실이 아예 없었습니다.

페이스북의 국내 대리인 사무실에서 어렵사리 담당 직원을 만났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지 물었더니 "로그인이 안되는 이용자들의 민원을 페이스북 본사에 이메일로 보내는 업무를 한다"고 답했습니다.

관련 법안 국회 계류…방통위 실태 점검도 '서류상'으로만
[국내 대리인 사무실 방문]
 
앞서 지난해 7월, 김영식 국민의 힘 의원이 글로벌 기업의 국내 법인이 국내 대리인 업무를 함께 맡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으나 아직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방통위도 지난해부터 글로벌 기업의 국내 대리인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있으나 아직 서류상 점검에 그친 상태였습니다.

최경진 가천대 법과대학 교수는 "글로벌 기업도 대한민국 국민의 정보를 처리하는 이상 한국의 기준을 따르도록 하는 것이 맞다"면서 "국내 법을 따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대리인 제도인데, 제도가 부실하게 운영되면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오게 돼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이용자들의 편익을 위한 국내 대리인 제도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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