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평소 과학에 관심없는 사람, 공약 외쳐봐야 대통령 되도 실행하지 않을 것"

조승한 기자 2022. 1. 2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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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7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회관에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대선후보 초청 과학기술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과총 유튜브 캡처

“사람은 자신이 가진 원칙과 나름대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대선에 나와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작성한 과학정책을 발표합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다 잊어버리고 원래 본인이 가졌던 생각과 우선순위로 돌아갑니다. 그게 대통령 후보가 국민과 약속한 공약을 대통령이 되면 어기는 이유입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27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회관에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대선후보 초청 과학기술 정책토론회에서 “평소에 과학기술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 공약을 아무리 외쳐봤자 대통령 되면 실행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과학기술인들은 어떤 후보가 과학기술을 고민하고 있는지 살펴보시면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안 후보는 1시간 30분 남짓 주요 과학기술 분야 공약에 대한 설명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안 후보는 “우리나라가 너무 내부만 보고 있는데 세계는 엄청나게 요동치고 있다”며 “세계 권력 지형이 1~2년 내로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패권전쟁, 4차 산업혁명이 지구 권력 지형을 바꾸고 있지만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패권전쟁”이라며 “신냉전은 과학기술 패권전쟁이라는 게 핵심”이라며 “이번 대선이 이런 중요한 때 열려 다음 정부가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패권전쟁에서 한국이 살아남을 방법으로 지난해 11월 1호 공약으로 내세운 5대 초격차 기술확보를 강조하며 5대 기술별 대기업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G5 경제강국’ 진입전략을 발표하면서 5대 초격차 과학기술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5대 글로벌 선도기업 육성해 세계 5대 경제 강국(G5)으로 진입하는 '5·5·5전략'을 내놨다. 집중적으로 육성할 초격차 기술로 디스플레이, 2차 전지, 소형모듈원자로(SMR), 수소에너지 산업, 바이오 산업을 제시했다.

육성 실행계획으로는 과학기술부총리를 신설해 콘트롤타워로 세우고 과기수석보좌관을 청와대에 두는 거버넌스 개편, 연구원 수를 50만 명에서 100만 명으로 늘리는 인재육성, 과학기술 관리 시스템 개편, 규제 철폐 등 4가지를 꼽았다.

과학기술 관리 시스템에서는 과정 위주 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한국이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은 많은데 성공률이 98%라는 건 절망적”이라며 “될 수 있는 프로젝트만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두 결과만 보고 성공하면 연구비를 주고 실패하면 끊어버리는 결과 위주의 감사 때문인 것”이라며 “과정 위주의 감사로 바꾸면 과정에서 성실하고 도덕적 문제가 없다면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않게 되고 그래야 0.1% 가능성에 도전하는 사람이 생긴다”고 말했다.

지역 과학기술 균형발전에 대해서는 지방정부가 민간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법적 권한과 재정권을 대폭 확대해주면 된다는 의견을 냈다. 안 후보는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공공기관을 내려보냈지만 지역발전에 도움이 안됐다”며 “제대로 된 민간기업을 지자체가 유치할 수 있어야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지역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하며 경제가 발전하는 선순환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아마존 제2본사 유치를 위해 미국 내 주별 경쟁 끝에 버지니아주가 국공유지 100년 무상 임대, 법인세 감면 등의 조건을 내건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인구 500만 이상의 광역경제권을 만들고 그 광역경제권이 5대 초격차 과학기술기업을 유치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며 “지방정부에 법과 재정 권한을 주고 초격차 과학기술 기업 유치 경쟁에 나서면 모든 광역 경제권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출연기관연구소의 규모를 연구원 5000명 이상 규모로 키워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출연연 중 가장 규모가 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직원이 2700명 규모다. 안 후보는 “예전 미국 퍼시픽노스국가연구소(PNNL)에 방문했을 때 연구원 규모가 8000명이라는 것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며 “많으면 단점이 있냐고 물으니 PNNL 소장이 자연스러운 융합연구가 일어나는 최소 규모가 5000명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안 후보는 “지금 새로운 발견들은 모두 융합연구에서 생겨난다”며 “새 분야에 대해 더 연구하려면 연구소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울산과학기술원(UNIST)을 방문했을 때 해수전지를 연구하는 박사과정 학생이 해수전지를 연구하는 연구소나 기업이 없어 취업이 어렵다고 말하더라”며 “이런 귀중한 인재가 놀지 않고 모여 다른 분야와 융합해야 한국을 먹여 살리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연구에 대한 연구비 증액이 이뤄지고 있지만 인력과 공간 시설확충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 안 후보는 “지금까지 과학기술 투자는 기술에만 투자한 것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지금까지 패스트 팔로어 최적 전략으로 성과도 있었지만 기초과학을 투자하고 기반이 단단해지지 않으면 앞으로 한 걸음도 못나간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정부가 연구자들에게 모든 것을 요구한다며 정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독일에는 막스플랑크연구소 뿐 아니라 응용과학과 산업화 역할이 분명한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있다”며 “거기선 모든 것을 상업화 성공으로만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국책연구소에 논문, 특허, 벤처 산업화 등 모든 걸 요구하는데 안 맞는 것 같다”며 “집중해서 역할 분담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초과학 육성을 위해 설립된 기초과학연구원(IBS)을 방문한 자리에서 오히려 절망감을 느꼈다는 소회도 밝혔다. 안 후보는 “IBS가 원래 10년 연구비를 대 주고 결과물에 대해서 크게 요구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지금은 다른 국책연구소와 다를 바 없더라”며 “왜 만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문제점이 대통령 임기 5년 내 성과에 집착하는 데 모든 뿌리가 있다”며 “기초과학으로 성과를 얻겠다고 하면 안되고 성과와 상관없이 정말 장기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에 대해서는 과학 방역이 아니라 정치방역을 한 점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2020년 5월에는 연말 정도에 백신이 나올 테니 대비하라고 했는데 전문가들은 다 알고 있던 사실”이라며 “정치인이 허풍친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지금은 코로나 후진국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위드 코로나로 가려면 고위험군 접종률을 높이는 것과 백신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부모가 판단하게 해 아이 접종률을 높이는 것, 세 번째는 자신의 동선을 기록하고 확진자 동선과 기록하는 국민참여형 방역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것이 필수라고 본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다음 정권은 다음 찾아올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는 방역시스템을 구축하는 일과 백신 주권 국가가 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2년간 고생하면서 쌓아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세계 최강의 방역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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