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오미크론과 거리 두기 중요성

김범수 2022. 1. 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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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그해의 크리스마스는 복음서의 명절이라기보다 차라리 지옥의 명절이었다. 텅 비고 불 꺼진 가게들 전 같으면 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모두 한데 모여서 지내던 명절도, 이제는 때가 꾀죄죄한 가게 내실에서 일부 특권층이 금력으로 장만하는 고독하고도 부끄러운 몇 가지 즐거움 이외에는 있을 수가 없었다." 알베르 카뮈는 소설 '페스트'에서 감염병에 엄습당해 폐쇄된 알제리 오랑의 스산한 명절 풍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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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오미크론 확산 등의 영향으로 0시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다인 1만4518명으로 집계된 2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서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그해의 크리스마스는 복음서의 명절이라기보다 차라리 지옥의 명절이었다. 텅 비고 불 꺼진 가게들… 전 같으면 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모두 한데 모여서 지내던 명절도, 이제는 때가 꾀죄죄한 가게 내실에서 일부 특권층이 금력으로 장만하는 고독하고도 부끄러운 몇 가지 즐거움 이외에는 있을 수가 없었다." 알베르 카뮈는 소설 '페스트'에서 감염병에 엄습당해 폐쇄된 알제리 오랑의 스산한 명절 풍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 하지만 정작 이 도시의 방역 최일선에 선 의사 리유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헌신에도 불구하고 치료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고작 환자를 찾아내 그들을 가족과 격리하는 일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속수무책처럼 보이는 이 방법은 그러나 여러 백신과 갖은 치료제가 빠른 속도로 개발, 이용되는 지금까지도 감염병 대처를 위한 공중위생의 기본이다. 해외 유입 차단, 군대까지 동원한 검역, 도시 간 왕래 금지, 감염자 시설 격리, 사람 간 1m 이상 거리 두기 등이 모두 페스트 이후 굳어진 방역 수칙들이라고 한다.

□ 강한 전파력을 가진 오미크론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자 각국이 너나 할 것 없이 놀라 방역 정책 강화에 나서고 있다. 다행인 것은 중증화나 치사율이 델타에 비해 낮고 확진자 급증세가 한 달 정도면 꺾인다는 점이다. 사망자 숫자는 대부분 나라가 델타로 심각했을 때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 때문에 오미크론을 먼저 겪은 남아공이나 영국 등에서는 이를 독감 정도로 취급하는 방역 완화 정책을 시도하기도 한다.

□ 국내에서는 높은 백신 접종률과 철저한 검사로 오미크론 전파 속도를 늦췄지만 방역망이 뚫린 이상 하루 수만 명 확진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늘어나는 확진자 숫자만 보면 불안하기 짝이 없으나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준비만 잘하면 중증환자나 사망자가 심각한 수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코로나 검사와 진단, 치료 체계가 재택치료 위주로 전환된다. 시민의 책임에 더 많은 것을 맡기겠다는 뜻이다. 거리 두기 같은 기본 방역 수칙 준수가 2년여 코로나 확산 중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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