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금리인상 콕 집은 파월.."증시보단 실물경제"

박용범 2022. 1. 2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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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회의 후 기자회견서
역대급 강경 발언 쏟아내
파월 "금리인상 여지 많아
상당한 규모의 감축 필요"
美 4분기 GDP성장률 6.9%
5.5% 전망치 큰폭 웃돌아
연준 긴축행보 더 탄력받을듯

◆ 연준發 자산시장 충격 ◆

미국 동부시간으로 26일 오후 2시. 초미의 관심사였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개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발표문이 공개됐다. 무미건조함 그 자체였다. 인플레이션 고삐가 잡히지 않자 1월에 깜짝 금리 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시장의 불안감이 있었지만 이런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 이날 개장부터 오르던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발표문이 "시장 전망치에 부합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 중 "노동시장을 위협하지 않고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꽤 많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자 시장 분위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올해 최대 4회로 예상됐던 금리 인상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해석할 여지를 주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이 발언에 대해 "올해 3월 이후 FOMC 회의를 열 때마다 매번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내 FOMC 회의는 3월, 5월, 6월, 7월, 9월, 11월, 12월 등 일곱 번 더 열릴 예정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해 4회 이상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시장은 6~7회 인상 가능성을 반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발표문은 첫 금리 인상 임박을 예고했지만, 인상 시기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조건이 무르익는다고 가정하면 3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 결정 시점을 연준 의장이 예고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파월 의장은 현재 경제 상황이 과거 경기 회복기와 다르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금리를 한번에 50bp(0.50%포인트·1bp는 0.01%포인트) 올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즉답은 피했지만 배제하지는 않았다. JP모건은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은 연준 의장으로서 지금까지 한 발언 중 가장 매파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뉴욕 증시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나스닥지수는 장 막판에 간신히 0.02% 상승 반전하며 거래를 마쳤지만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각각 0.38%, 0.15%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항상 그랬듯이 악마는 디테일에 있었다"고 평가했다. 금리 인상이야 예고됐던 수순이지만, 투자자들을 더 놀라게 할 만한 발언이 추가로 나왔다.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 계획과 관련해 파월 의장은 "상당한(substantial) 규모로 감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차대조표 축소란 코로나19 이후 연준이 채권 매입을 통해 무제한적인 양적완화(QE)에 나선 영향으로 늘어난 연준의 자산을 감축하는 정책을 뜻한다. 양적완화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양적긴축(QT)이라고 불린다. 팬데믹 발생 전 4조2000억달러였던 연준 자산은 지난 17일 기준 8조8700억달러로 급격히 불어났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최소 2조달러 이상 자산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만기가 돌아온 채권을 재투자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시장에는 상당한 유동성 감축 효과가 발생한다.

연준은 보유 채권 만기 시 재투자 금액을 조정하며 시중 유동성을 줄이는 작업을 하반기부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이 대차대조표에서 2조달러를 축소하면 기준금리를 1% 인상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투자은행들은 추정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양적긴축에 대해 상반기 계획 발표, 하반기 시행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3월 FOMC 회의 이후 언제든지 대차대조표 축소가 시작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웰스파고는 5월 FOMC 회의에서 대차대조표 축소 계획을 발표하고 6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파월 의장은 아슬아슬한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연초부터 나스닥이 폭락하는 등 뉴욕증시 변동성이 커진 것에 대한 질문에 "실물경제가 중요하다"며 "(연준은) 한두 개 특정 시장을 보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준의 정책 목표는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증시가 하락해도 긴축 정책을 펴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한편 오미크론 변이 영향 등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지난해 4분기에 깜짝 성장을 함에 따라 연준의 긴축 행보는 더욱 날개를 달 것으로 예상된다. 월가에서는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이 5.5%(전기 대비 연율 환산)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6.9%를 기록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충격이 있었던 지난해 3분기 성장률(2.3%)보다는 크게 개선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미국의 연간 성장률은 5.7%로 집계됐다.

미 상무부는 자동차 딜러들이 재고 투자에 나선 것이 유통 분야 성장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헬스케어, 교통 등에 대한 개인 소비지출이 늘어난 것도 성장률 개선에 기여했다.

다만 강력한 긴축정책으로 올해 성장률은 다소 부진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경제 실질성장률 전망치를 5.2%에서 4.0%로 하향 조정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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