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개 하도급업체, 건설사에 안전예산 요구..노조는 막무가내 "안전관리자 우리 사람으로"
처벌 1호 우려 휴무 앞당겨
공기 줄어 혼란 곳곳서 가중
"설연휴 이후 아수라장 될듯"
◆ 중대재해법 후폭풍 ◆
공사 현장이 멈춰선 것은 이날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건설사 대부분이 '몸 사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6구역에 들어서는 '세운 푸르지오 그래비티' 공사 현장도 이날 철문이 굳게 닫힌 채 멈춰섰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맡은 바로 옆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1구역과 3-4·5구역도 공사가 중단된 것은 마찬가지다. 건설 현장 바깥에 쌓인 폐기물 등을 정리하는 근로자 4~5명만 있었을 뿐 공사 현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서 주요 건설사들은 설 연휴까지 작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은 이날부터 공사를 중단했고 롯데건설, 반도건설 등은 설 연휴가 시작되는 다음달 6일까지 공사를 멈추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은 이날 건설 현장에서 '안전 실천 결의대회'를 열고 현장 점검을 진행했다.
건설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가득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처벌 1호'가 될 수 없다며 작업을 어쩔 수 없이 중단하지만 '공기 단축' 압박을 받을 테고, 그렇게 되면 지금과 뭐가 달라지겠느냐"고 말했다.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안전관리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도 공사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최근 하도급 업체들은 현장에 더 많은 안전관리자와 안전관리를 위한 시설물 배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현장소장은 "골조 공사를 예로 들면 기존에는 도급금액이 100억원 이상인 현장은 전체 현장에 안전관리자 1명과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인원 1~2명을 뒀는데, 이제는 하도급 업체들 요구에 최소한 2개동에 1명 이상은 배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하도급 업체와 대형 건설사 같은 원청 업체 모두 늘어난 비용을 부담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20~30개 하도급 업체가 한 현장에 모이는데 각 업체가 요구하는 안전관리비를 모두 부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은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해 집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그 예산이 구체적이지 않아 내부에서도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노조의 압박이 거세지는 점도 건설 현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건설 업계에 따르면 노조 측은 중대재해법 시행과 관련해 안전관리자를 자기 노조 측 인원으로 고용하라는 공문을 각 건설 현장에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하도급 업체 관계자는 "안전관리자를 이미 고용했는데, 노조에서 자기 노조 소속 안전관리자를 추가로 데려오겠다고 하고 있다"며 "설 연휴 이후 현장이 재개되면 공사판이 아수라장이 될 듯하다. 숙련도가 떨어지다 보니 현장에서 주로 노조원들이 다치는 일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중대재해법 시행에도 예정대로 공사 일정을 진행하는 곳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생활숙박시설 공사 현장은 중대재해법 시행 첫날인 27일 공사가 예정대로 진행됐다. 현장에서는 모든 근로자가 안전모를 착용한 채 진지하게 작업에 임했고 인근 도로 진·출입 관리를 맡은 근로자 얼굴에서는 긴장감도 느껴졌다.
[정석환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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