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경험 없는' 여성 야구 분석가 크랠, 보스턴 마이너 코치로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가 두 명 이상의 여자 코치를 동시에 보유하는 최초의 기록을 썼다.
2021년 1월 비앙카 스미스(30)를 포트마이어스 훈련 시설 타격코치로 고용한 보스턴은 올해 1월에는 케이티 크랠(25)을 마이너리그 더블A 포틀랜드 시독스 육성 코치로 선임했다.
보스턴 산하 유망주 28명을 대상으로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에서 진행 중인 겨울 미니캠프를 통해 '프로야구 코치'로 데뷔한 크랠은 27일(한국시간) MLB닷컴 등 현지 언론과 화상 인터뷰를 했다.
크랠 코치는 "보스턴이 나와 코치 계약을 하면서 '동시에 두 명의 여성 코치를 고용한 최초의 구단'이 됐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무척 경이로운 일"이라며 "메이저리그 구단이 여성 코치와 계약하는 게 더는 새로운 일이 아닌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프레스헤럴드에 따르면 2021시즌 미국프로야구 코치 혹은 선수 육성 관계자로 일한 여성은 총 22명이다.
스미스 코치가 지난해 흑인 여성 중 최초로 마이너리그 코치가 되고, 올해 1월에는 뉴욕 양키스가 레이철 볼코벡(35) 전 타격 코치를 마이너리그 싱글 A팀 탬파 타폰즈의 신임 감독으로 선임 하는 등 견고했던 미국프로야구 유리 천정을 깨뜨리는 '역사적인 사건'이 이어졌다.
크랠 코치의 계약도 전 세계 야구계가 주목할만한 일이다.
볼코벡 감독과 스미스 코치는 '소프트볼 선수' 출신이고, 아마추어 야구 코치로 일한 경험이 있다.
반면 크랠 코치는 '선수 혹은 지도자 경험'이 없다.
크랠 코치는 시카고에서 태어나 시카고 컵스와 화이트삭스 경기를 보며 자랐다.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성공 전략을 담은 책 '머니볼'을 보면서 야구에 관한 이해도도 높였다.
2018년과 2019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일하며 '야구 관계자'가 된 크랠 코치는 2020년과 2021년에는 신시내티 레즈 분석팀에서 그라운드와 더 가까워졌다.
2021시즌 종료 뒤, 크랠 코치는 구글에 입사해 글로벌 전략팀에서 일했다.
크랠 코치는 "2개월의 짧은 시간 동안 구글에서 정말 멋진 동료들을 만났다"고 말하면서도 "그 기간에도 야구를 그리워했다. 구글에서의 시간을 '야구장으로 돌아가는 우회로'라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우회로를 달린 시간은 짧았다. 생각보다 빨리 야구장으로 돌아왔다"고 웃었다.
사실 크랠 코치도 자신이 '프로야구 코치'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많은 여성이 프로야구 코치가 되고 싶어하고, 그럴만한 자격을 갖췄다. 하지만 나는 '내가 야구 유니폼을 입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며 "면접을 볼 때 면접관에게 '정말 내가 코치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을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보스턴 구단 관계자는 "크랠 코치는 필드 위에 설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며 "포틀랜드 더그아웃에서 각종 데이터를 현장에 전달하고 이해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MLB닷컴도 "크랠 코치의 강점은 숫자를 산출하고, 이를 해독하는 능력이다. 그러나 야구를 향한 열정도 누구 못지 않다"며 현장 지도자로서의 크랠 코치의 장점을 강조했다.
크랠 코치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이제 그는 다른 여성 야구인을 위한 멘토가 되고자 한다.
크랠 코치는 "기회는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그 일을 수행할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누군가 '이곳은 네 자리가 아니야'라고 말해도 낙담하지 말고,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능력을 키웠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크랠 코치의 오랜 꿈은 '메이저리그 구단 단장'이다. 이제는 '현장 코치 출신 단장'으로 더 구체화했다.
크랠 코치는 "예전에는 야구 유니폼을 입는다는 걸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현장을 오래 지키고, 훗날 메이저리그 구단의 운영과 육성을 총괄하는 기회도 얻고 싶다"고 바랐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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