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우식, 귀요미 동생에서 설렘의 남자로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그간 배우 최우식의 이미지는 남자라기보단 남동생에 가까웠다. 얼굴이 희고 선이 가늘어 보호해줘야할 것 같은 느낌이 강했다. 실제 출연한 작품 다수에서 그는 믿음직하고 듬직한 남성미보다는, 어딘가 조금 모자란 듯한 유약한 인물들을 주로 연기해왔다. 첫 드라마 타이틀롤을 맡았던 tvN '호구의 연애'(2015)에서도 그의 배역 이름은 다름아닌 '호구'였다. 그런데 최근 한 작품에서 마주한 최우식은 제법 안기고픈 듬직한 남자의 태(態)로 뭇 여성들의 심장을 설레게 했다. 호평 속에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그 해 우리는'(극본 이나은, 연출 김윤진)에서 최웅을 연기하면서다.
'그 해 우리는'은 진즉 끝났어야 할 인연이 10년이 흘러 카메라 앞에 강제 소환되어 펼쳐지는 청춘 다큐를 가장한 아찔한 로맨스물이다. 꼴찌 최웅과 1등 국연수(김다미)가 다큐멘터리를 찍게 되며 인연이 시작된다. 간극이 큰 성적표만큼 상극인 둘은 질긴 인연의 굴레 속에서 결국 결혼이라는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드라마가 방송되는 내내 MZ세대 사이에서 '명작'으로 꼽히며 OTT 플랫폼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최우식은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가까지 얻으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 해 우리는' 속 최우식은 보다 널찍해진 믿음직한 어깨와 함께, 얼굴 한켠엔 여전히 여리고 가냘픈 모습도 잔잔하게 내비쳤다. 그래서 최웅으로 보여준 연기는 믿음과 설렘, 동정과 응원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예능 속 실제 그의 모습을 따다 최웅을 구현했다는 이나은 작가의 말처럼, 최우식은 작품 속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그렇게 최우식은 지금, 본인의 얼굴에 환상을 살짝 곁들인 모습으로 가장 뜨거운 로맨스 대상이 됐다. 여기에 주연 배우로서의 무게까지 운반하며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했다.
'더 패키지' 이후 4년만의 드라마예요. '그 해 우리는' 출연을 결심한 계기가 있다면요?
"'그 해 우리는'의 대본이 정말 좋았어요. 작가님의 대본을 보고 이건 안 할 수가 없었죠. 정말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 작품이었어요. 사실 저희가 글을 보고 드라마를 봤을 때 놓치고 가는 경향이 많은 만큼 시나리오에서 다양한 재미 요소를 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정말 욕심이 났습니다."
오랜만의 드라마 복귀작이라 부담감도 있었을 듯해요.
"부담감이 어마어마 했어요. 초중반까지는 부담감이 없다가 첫 방송이 다가오면서부터 심해졌어요. 영화의 피드백과 드라마의 피드백은 정말 다르더라고요. 드라마는 실시간으로 반응이 계속 오는데 너무나 다양한 시선들이 많고 리뷰도 많고 연령대도 다양해서 부담감이 어마무시했죠. 사실 (김)다미는 드라마를 잘하는 걸 누구나 다 알고 있고 대본도 정말 좋아서 '나만 잘하면 되는데' 하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부담감과 달리 넷플릭스 국내 1위는 물론이고, 최우식 배우에 대한 반응이 뜨거워요.
"그런데 사실 드라마 촬영에 처음 들어갔을 때부터 과정만 생각했어요.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과정을 그려내는 게 목표였는데 그건 성공했어요. 결과는 어쩔 수 없이 시청자에게 맡기는 건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밖을 나가질 않아서 인기 체감은 잘 나질 않는데 SNS 팔로우수가 조금 많이 늘긴 했어요."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고 평가될 만큼 캐릭터에 잘 녹아든 모습이었어요.
"최웅을 연기하면서 욕심내서 한 게 별로 없었어요. 솔직히 이야기하면 어떤 역할을 맡으면 그 역할을 너무 뽐내고 싶어서 욕심을 내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힘이 많이 들어가고 힘이 많이 들어가면 부자연스러운 모습들이 조금 나와요. 그래서 최대한 느슨하게 하려고 했어요. 최대한 상대 배우와 감독님, 대본을 믿었고 글에 써져있는 대로만 연기했어요. 제가 생각한 감정을 더 표출하기보다 현장에 함께한 사람들을 믿고 집중했죠. 또 드라마 주인공을 하게 되면 본인이 끌고 가는 그런 현장이 있을텐데 저희 현장은 모두가 서로 믿고 갔어요. 그래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특히 신경쓰면서 연기한 부분이 있다면요?
"최웅을 연기할 때 저만의 목표와 도전은 있었죠. 저희 드라마에서는 사건사고가 잔잔하게 흘러가다보니 높낮이를 많이 보여주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움직임과 얼굴로 최대한의 감정을 보여주는게 목표였어요. 여태까지 했던 연기를 모아보면 제 스스로 도전을 많이 한 캐릭터예요."
영화 '마녀' 이후 김다미 배우와의 두 번째 호흡이었어요.
"다미와 함께한 게 신의 한 수였어요. '마녀'에서 호흡을 맞췄지만 연기를 하면서 감독님과 다미에게 많이 의지했죠. 공감가지 않거나 이해가지 않는 장면에서 다미에게 물어보기도 하고요. 서슴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동료였죠. 물론 친한 친구이기 때문에 부끄러운 장면도 있었어요. 스킨십도 감정 표현도 그랬고요. 다행히 두 사람 다 캐릭터에 이입이 빨리됐죠. 다미로 보기보다 연수로 보였어요. 이입이 안 되고 집중이 안 됐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다미가 잘해줘서 편했죠."
'로코킹'이라는 수식어를 새롭게 얻었어요.
"정말 열심히 연기했는데 좋은 반응을 얻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기생충'의 기우나 '그 해 우리는' 웅이처럼 성장하는 역할들을 연기하면서 저도 함께 성장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영화에서도 드라마에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그 해 우리는'으로 얻은 게 있다면요?
"큰 부담감을 갖고 시작한 작품이었어요. 보여주고 싶었어요. 인정받으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연수와 웅이에게 사람들이 빠져들고 집중할 수 있는 것 자체로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 생각한 것보다 더 큰 작품이라고 생각하고요. 앞으로 이런 모습을 보고 더 좋은 작품이 오겠죠.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영화와 드라마를 바삐 오갔는데 또 다른 계획이 있을까요?
"몸을 좀 키우고 싶어요. 벌써 2kg을 찌웠어요. 앞으로 달라진 모습 기대해 주세요. 배우로서는 지금 좋은 작품을 만나면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있어요. 이제 시작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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