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버킷리스트는 '그리운 사람 만나기'..함께 여행 가자!

기자 2022. 1. 2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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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유정이에게.

1987년에 만나서 35년째 우정을 이어가고 있는 너와 나 그리고 치영이와 영아, 그렇게 넷이서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갔던 러시아의 기차 말이야.

지금은 세계문화유산이 된 경주 양동마을 답사, 올림픽공원의 거대한 엄지손가락 모양의 조각품 앞에서 후배들과 사진 찍던 일, 졸업여행이었던 한라산 등반에서 시작부터 뻗은 나를 동기들이 서로 밀어주며 함께 정상에 오르던 추억 모두 참 그리운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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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하바롭스크에서. 왼쪽부터 김치영, 김수정(필자), 이유정, 성영아.

■ 사랑합니다 - 35년 지기 유정이에게

그리운 유정이에게. 유정아, 나는 요즘 자주 기차를 타고 가는 상상을 해. 그 기차는 우리가 몇 년 전에 탔던 시베리아 횡단 열차야. 1987년에 만나서 35년째 우정을 이어가고 있는 너와 나 그리고 치영이와 영아, 그렇게 넷이서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갔던 러시아의 기차 말이야. 대구에서 하바롭스크까지 3시간이면 가는 비행 노선이 있는데도 우리와 인천공항에서 출발부터 함께하려고 새벽 버스로 4시간을 달려와 준 너. 고단한 기색 없이 끝까지 함께해줘서 정말 고마웠어.

너는 왜 지리교육과에 지원했니? 나는 여행을 많이 가고 싶어서 선택했어. 한 학기에 한 번씩 가는 답사가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지. 숙식을 함께하는 답사 덕분에 스무 명밖에 안 되는 동기생은 다른 전공보다 더욱 친해질 기회가 많았고, 어떤 일이 계기였는지도 모르게 우리는 슬그머니 4총사가 됐지.

나는 지난날의 많은 일을 잊었지만, 야무진 치영이의 기억과 몇 장의 사진으로 우리의 젊은 날들을 떠올리곤 해. 지금은 세계문화유산이 된 경주 양동마을 답사, 올림픽공원의 거대한 엄지손가락 모양의 조각품 앞에서 후배들과 사진 찍던 일, 졸업여행이었던 한라산 등반에서 시작부터 뻗은 나를 동기들이 서로 밀어주며 함께 정상에 오르던 추억… 모두 참 그리운 시간이야.

우리 넷은 각자 다른 도시로 취업하고 결혼하면서 한동안 못 만나게 됐지. 나부터 너무 잦은 이사를 했고 너희들과 멀리 떨어져 살았어. 그런데 뜻밖에 내가 서울에 정착하면서 치영이와 영아는 만날 기회가 많아졌어. 특히 영아와 치영이가 다니던 역사 답사 팀에 내가 합류하면서 우리 셋은 또다시 즐거운 순간이 많아졌어. 그때마다 우리는 ‘유정이도 같이 다니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지. 그리고 드디어 우리 아이들이 대부분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러시아로 여행을 떠나게 됐지.

하바롭스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12시간의 기차여행. 4인실의 위아래 침대에 누워 빗소리를 들으며 잠 못 들던 우리. 가져간 컵라면과 역전 시장에서 산 빨간 사과를 나눠 먹을 때는 마치 대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어. 역사 답사를 다니며 재미있는 사진 찍기에 익숙해진 우리와는 달리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을 낯설어하던 너는 “야들 땜에 몬 산다”라면서도 우리가 시키는 대로 포즈를 취해줬지.

대구에서, 서울에서, 워킹맘으로 정신없이 살았던 우리. 이제 아이들이 모두 성인이 됐으니 모아둔 경비로 더 자주 여행 다니자고 했는데, 코로나19가 우리의 발목을 잡아버렸네. 자주 만나는 우리가 네게로 간다고 몇 번이나 약속하고 지키지 못해서 많이 아쉬워.

나는 올해 처음으로 버킷리스트를 써 봤어. 그중 하나는 ‘그리운 사람 만나기’란다. 내 그리운 친구 유정아! 올해는 문자로 나누지 못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얼굴 보고 실컷 나눌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소망해. 네가 중요한 자리에 있어 바쁘겠지만, 마음만은 여유로운 직장인이 되길 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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