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보이는 프로야구 '양반전'..누구를 위한 PS팀 확대인가

안승호 기자 2022. 1. 27. 09: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경향]

지난해 11월7일 두산-LG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 풍경.연합뉴스


팬들의 관심이 목적이라면 일단은 성공적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 26일 프로야구 40주년을 준비하는 ‘THE NEW KBO’라는 타이틀로 핵심 추진 사업을 알리며 포스트시즌 참가 팀 확대 방안도 검토할 뜻도 전하자 관련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몇몇 구단 단장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아직은 논의 출발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구단 단장은 “최근 실행위원회와 이사회에서 관련 타이틀 정도만 나왔다. 구단들 사이에서도 구체적으로 논의가 진행되거나 진척된 내용은 없다”고 관련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실제 KBO의 움직임은 이보다는 훨씬 앞서 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KBO는 심도 있는 논의로 이르면 올시즌부터 적용을 준비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곁들였다.

한편으론 ‘여론 살피기’로도 보이는데 여론은 기대대로 뜨겁다. 예컨대 올가을 치를 대입 수능시험 방법을 올해 바로 바꿀 수도 있다고 한다면 수험생이나 수험생 가족 모두 관심을 두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게 된다. 수험생이 구단이고 감독이라면 수험생 가족은 야구팬이다.

포스트시즌 참가 팀 확대 방안이라면 방법은 뻔하다.

포스트시즌 참가 팀을 기존 5팀에서 6팀으로 늘려 프로농구의 ‘6강 플레이오프’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3,6위팀이 맞붙고, 4,5위팀이 대결해 4강 플레이오프 진출 2팀을 가린 뒤 1,2위 팀과 다시 경쟁해 한국시리즈 진출팀을 결정하는 방법이다.

포스트시즌 참가 팀 확대로 프로야구 하이라이트인 가을야구 시장을 키우자는 게 KBO의 계산일 것이다. 보다 많은 팬들과 가을잔치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토대를 만들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방법을 놓고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포스트시즌 진출팀 한 팀 늘리려다 포스트시즌 진출 팀 전체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도 포스트시즌 참가팀 확대를 검토하고 있지만, 그 폭은 전체 30개 구단의 50% 이하인 14개팀으로 제한하고 있다. 일본프로야구 KBO리그식 포스트시즌을 차용했지만, 12개 구단 중 6개구단에게만 가을야구 참가 기회가 부여된다.

흥미로운 점은 몇해 전 이미 같은 안건이 논의된 적이 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하위권의 한 구단이 ‘6강 플레이오프로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중상위권 구단들 대부분이 극구 반대하며 관련 논의는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이번에는 KBO에서 공개적으로 안건을 들고 나온 이상, 팀 전력으로 상위권에 있는 구단들이 반대하지 않는다면 포스트시즌 참가 팀 확대는 전격 결정될 가능성도 커보인다.

대부분 구단 고위 인사들은 매년 겨울 해당 연도 성과로 모기업의 평가를 받는다.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가 바로 성과표일 수밖에 없다. 이에 포스트시즌 기회의 문을 넓히자는데 반대할 인사는 사실 많지 않다. 야구계 한 관계자는 이 대목에서 “구단 사장들이 가장 환영하는 변화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매년 정규시즌 막판이면 5위 싸움을 위해 몇몇 구단은 사투를 벌인다. 5위로라도 포스트시즌에 갈 수 있는 티켓의 가치는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팬들도 이에 열광한다.

조선 정조 때 박지원의 소설 ‘양반전’에서는 조선 후기의 신분 거래를 풍자한다. 실제 양반 수 증가로 신분제가 동요되거나 해체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비약적인 비교지만, 포스트시즌 진출 팀은 포스트시즌 진출 팀다워야한다. 지난해에는 1위 팀 KT와 6위 팀 SSG의 간격이 7.5게임차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23게임차, 2019년에는 16.5게임차까지 벌어진 바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