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8세기 스페인, 酒마시고 취하면 수도사는 主님께 60일간 '아멘'

2022. 1. 27. 04: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로 혼술·홈술이 유행하지만 과도한 음주는 사회적인 물의로 이어지기도 한다.

술은 적당하게 마시면 건강에 도움을 주지만 지나치게 마시면 신체 모든 부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적당하게 술을 마신다는 경계가 매우 애매하다. 역사적으로 와인이 종교, 사회에 끼친 영향은 무엇일까.

와인은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종교, 식생활, 의학, 문학, 사회, 경제 등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와인 속에 진실이 있다(in vino varitas)'는 로마 격언은 곧 '와인 속에 사회가 있다'는 의미로 일상생활에 녹아들었다. 기독교 초창기에는 일부 국가에서 맥주가 금지되는 대신 와인을 마시는 것이 개종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이교도와 야만족은 맥주를 마시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는 교양인으로서 와인을 마셔야 하는 종교적인 신앙심이 한몫했다.

로마제국이 국교로 채택한 기독교는 사회문화·정치·종교적인 흐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예수의 성혈인 와인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특히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믿음 때문에 과신했다. 와인은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위장병과 비뇨기 질환에 효험이 있다고 믿었다. 성경에도 사도 바울이 제자 디모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이제부터는 물만 마시지 말고 위장과 자주 앓고 있는 병을 고치기 위해 와인을 조금씩 마셔라'는 구절이 있다. 1991년 우리나라에서도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의 역설로 와인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것이 일반인에게도 알려졌다. 그러나 와인이 건강에 유익한 것은 적당하게 마시고 즐기는 경우이며 과음하면 부작용도 심각하다.

와인에 너무 열광하는 기독교인이 이교도로부터 낙인이 찍히고, 교양인으로서 대접을 받지 못한 것은 술에 취한 여성은 여자답지 못하고, 남성은 과음하여 추태를 부리는 광경이 많이 목격되었기 때문이다.

성경에 와인은 사람을 거만하게 하고, 잠언에서 독주는 사람을 떠들어대게 하니 술에 취하는 사람들은 지혜롭지 못한 자라고 했다. 기독교 수도원과 교회에서는 성직자들에게 매일 와인을 마시는 것을 정례화하였지만, 성직자도 와인에 취해 수도자로서 신앙생활에 문제가 발생했고, 신도에게 품위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런 이유로 8세기 초에 참회 규정서를 만들었다. 규정서에는 이성이 마비되고, 혀가 꼬이고, 눈동자가 돌아가고, 어지럽고, 배에 가스가 찬 듯하며, 아플 정도로 와인을 마신 신도는 3일, 일반 성직자는 7일, 수도사는 2주, 부제는 3주, 사제는 4주, 주교는 5주 동안 고기와 와인을 먹지 말도록 통제했다. 스페인 실로스 수도원에서는 와인에 취한 성직자는 20일, 와인으로 인해 구역질했으면 40일, 성체를 삼키지 못하고 토했으면 60일 동안 회개 기도를 하였다.

아무리 좋은 와인도 과음하면 자신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어 실수하고 건강도 해친다. 적당하게 마시면서 건강도 지키면서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건전한 사회, 국가를 만드는 시민의식이 아닐까.

[고재윤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