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병원 지침' 두달 미적댄 정부.. 의협, 오늘 자체안 발표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오미크론 대응 방침에 대한 의사 결정 속도를 빨리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오미크론 대응 점검 회의’에서 “(정부가) 길게는 한 달 전부터 오미크론 대응을 준비했다. 동네 병·의원이 충분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의료계와 협조하기 바란다. 여기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오미크론 관련 “신속 대응” 지시는 최근 일주일 새 세 번째다.
이날 정부는 “전국적으로 2월 3일부터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오거나 고위험군만 바로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며 “동네 병·의원도 코로나 검사와 치료에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의 거듭된 지시에도 불구하고 언제, 얼마나 많은 동네 의원이 참여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동네 진료가 이뤄질 것인지 구체적 내용은 여전히 제시하지 못했다.
의협은 두 달 전부터 “전국 10만여 동네 의원들을 최대한 많이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태 뾰족한 진척이 없는 것이다.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은 “일선 병·의원은 아무런 ‘무기’가 없는데 (정부가) 갑자기 뛰어들라고 한다”며 “(의원 입장에서) 환자가 감기인지, 오미크론인지 모르고 오면 ‘검사부터 하고 오라’고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26일 현재 코로나 검사·진료를 자청한 동네 병·의원은 전체의 0.3% 수준인 300여 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사장은 “60세 이하 무증상·경증 환자에 대해선 동네 의원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하고, 문제 환자는 바로 대면 진료와 연계해 조기 처치 및 투약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제때에 검사와 진단, 치료를 적절하게 받을 수 있나”라는 국민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김우주 대한백신학회 회장은 “60세 이상만 PCR을 해준다니까 사람들이 불안해서 자가진단키트가 동나기 시작했다”며 “정부가 신속항원검사 등에서 말만 그럴듯하게 하고 국민과 소통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양성 여부는 PCR로 최종 진단”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신속항원검사가 양성이면 PCR을 하고, 음성이면 음성 판정을 하는 것은 유행이 매우 잘 억제되었을 때 쓸 수 있는 방법”이라며 “유행이 악화된 상황에서는 오히려 거꾸로 해야 한다”고 했다.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양성이 거의 확실하지만, 감염됐더라도 종종 ‘음성’이 나온다는 것이다.
PCR 검사 효율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PCR 검사 역량은 하루 80만~85만 건이다. 현재 양성률 5%를 반영하면 아무리 숨은 확진자가 많아도 PCR 검사를 통해 확진할 수 있는 감염자는 하루 최대 4만명 남짓에 그친다는 얘기다. 아무리 숨은 감염자가 많아도 검사를 하지 못해 확진 판정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외국산 자동화 대용량 검사 장비 등을 승인해주면 검사 건수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검사 확대는커녕 “저위험군에 대해서는 신속항원검사를 우선 활용해서 PCR 검사를 좀 더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오미크론 환자에 대한 구체적인 진료 지침도 정부는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확진자가 동네 의원에 왔을 때 의료진이나 일반 환자들을 감염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할지 등을 다들 궁금해하는데 정부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고 했다. 홍기호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검체 채취에 사용된 면봉 등 의료폐기물은 별도 관리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지침도 준비가 안 돼 있다”고 했다. 지난달 1일 오미크론 최초 발생 이후 두 달이 되도록 정부가 변변한 가이드라인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정부가 의료계와 전문가 말은 듣지 않는다. 정부가 스스로 필요한 협조조차 구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의사협회는 2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의원급 진료에 관한 세부 지침을 발표하기로 했다. 서울시의사회를 포함한 전국 지역 의사회와 의협 등은 26일 밤까지 연속 회의를 갖고 외래 진료와 재택치료 운영 방식을 집중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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