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 두드렸지만.. '약물의 벽' 넘지 못했다
‘약물의 벽’은 높았다.
한때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최고 선수로 군림했으나 금지 약물을 복용했다는 불명예도 안고 있는 타자 배리 본즈(58)와 투수 로저 클레먼스(60)가 열 번째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 입성 도전에서 나란히 고배를 마셨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가 26일 발표한 투표 결과에서 본즈는 394표 중 260표(약 66.0%), 클레먼스는 257표(약 65.2%)를 얻는 데 그쳤다.
후보들은 투표에서 득표율 75%를 넘겨야 헌액된다. 도전 기회는 총 10번. 2013년부터 도전을 시작한 본즈와 클레먼스는 10년간 조금씩 ‘지지율’이 상승했으나 75%의 벽은 끝내 넘지 못해 투표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기회는 영영 놓쳤다. 다만 둘에겐 추후 베테랑위원회 심사를 통해 입성을 노려볼 순 있다.
둘은 성적만으로는 헌액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통산 762홈런을 치고 내셔널리그(NL) 최우수선수(MVP)에 7회, 홈런왕에 2회 오른 본즈는 리그 역대 단일 시즌 최다 홈런(2001년·73개)과 최다 볼넷(2004년·232개) 기록도 갖고 있다. 1998년 벅 쇼월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감독이 2점 차로 앞선 9회말 2사 만루에서 본즈가 타석에 들어서자 투수에게 고의볼넷을 지시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클레먼스는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을 역대 최다인 7회 받았고, 정규 이닝 최다 탈삼진(20개) 기록을 보유한 ‘탈삼진 머신’이다.
그러나 2007년 발표된, 일명 ‘미첼 리포트’에 본즈와 클레먼스의 이름이 오르며 드높던 둘의 명성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정식 명칭이 ‘MLB 선수들의 스테로이드 및 기타 경기력 향상 물질의 불법 사용에 대한 독립 조사’인 이 보고서는 조지 J 미첼 전 상원 의원이 1년 8개월 동안 조사해 작성한 409페이지짜리 문서로, 당시 미국 야구계에 횡행하던 불법 약물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미 ESPN은 “본즈와 클레먼스는 약물 시대의 화신이 됐다”며 “둘은 약물 사용을 오랫동안 부인해왔지만, 유권자 중 3분의 1은 그들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결정 내렸다”고 했다.
클레먼스와 본즈는 탈락을 예상한 듯 덤덤했다.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클레먼스는 트위터에 “난 명예의 전당에 오르려고 야구를 한 것이 아니다”라며 “나에게 투표한 이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본즈는 인스타그램에 “데이비드 오티즈의 명예의 전당 입성을 축하한다. 마땅한 일”이라고 올리면서도 자기 자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투표에서 커트라인을 넘은 선수는 77.9%를 득표한 데이비드 오티즈(47)가 유일하다.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우승을 3회 이끌고 2016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오티즈 역시 약물 이력이 있으나 첫 시도에서 입성에 성공했다. 오티즈는 MLB 사무국이 2003년 비공개를 전제로 실시한 도핑 테스트에서 적발된 사실이 2009년 뒤늦게 외부로 알려져 약물 꼬리표가 달렸다. 당시 그와 함께 적발됐던 앨릭스 로드리게스, 새미 소사, 매니 라미레스는 이번 투표에서 나란히 탈락했다.
다만 현지 매체에선 ‘오티즈는 경우가 다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2016년 “오티즈가 적발된 약물은 처방전 없이 구할 수 있었고, 금지되지 않은 다른 약물과 구분하기 어려웠으므로 (2003년의) 테스트는 결정적이지 않다”며 “오티즈는 후속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티즈는 명예의 전당에 오른 뒤 “많은 이들이 나를 손가락질하지만, 나는 (정식으로 공개된) 테스트에서 양성이 나온 적이 없다. 그게 무슨 뜻이겠는가”라고 항변했다.
오티즈는 다른 ‘약물 전과자’들과 확실히 다른 대우를 받고 있다. 그의 등번호 34번이 구단 영구결번이 된 것은 물론이고, 매사추세츠주는 2016년 레드삭스의 홈 구장 펜웨이 파크 앞에 있는 다리를 그의 이름을 따 ‘데이비드 오티즈 브리지’로 명명했다. 클레먼스가 레드삭스 영구결번에 오르지 못한 것과 대비된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명예의 전당은 유권자들에게 기록뿐 아니라 성실성, 인성, 스포츠맨십도 고려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하는 것은 개개인의 몫”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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