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측 선대위원장 "정권 '교체'나 '유지'뿐, 생각없는 유권자들"..安 "악의 없어"

최진석, 李·尹 지지층 겨냥 "뭘 근거로 지지후보 정하는지"
"安 국가비전 가진 유일후보..맹목적 선택 없어야" 주장도
이준석 "대안이 국개론? 사퇴하라"..安측 "사퇴가 막말" 반발
'유권자 무시' 지적에 安 "잘못 해석..그런 의도 아냐"

지난 1월24일 최진석 국민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선대위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핵심 영입인사인 최진석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26일 '여야 빅2'로 꼽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지층에 "생각 없는 유권자들"이라고 비하했다는 논란을 자초했다. 안 후보 견제에 앞장서 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양당의 대안이 소위 '국개론'(국민 개XX론)인가. 당장 사퇴하시라"고 비판했고, 안 후보 측은 사퇴 요구에 "막말"이라고 맞받아 설전이 격화됐다.

앞서 최 상임선대위원장은 지난 25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력 대선후보들은) 나라를 끌고 갈 방향을 보여주지도 않는데 유권자들은 지지후보를 정하고 열광한다. 자기가 어디로 이끌려가는지 따져보지도 않고 지지자를 따라 길을 나서려 한다. 이렇게 무모할 수가 없다. 무엇을 근거로 지지후보를 정하는지 알 길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껏 있는 기준이라야 '정권교체' 아니면 '정권유지'다. 그 기준도 '생각하는 수고를 들여서 만든' 기준으로 보이지 않는다. 나라가 나아가는 방향보다도 정치권력에만 관심 있는 정치지도자와 생각 없는 유권자들이 함께 그리는 웃지 못할 풍경이다. 우리 정치의 수준"이라며 "이제 이런 우스꽝스런 정치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더 나은 나라, 더 나은 삶을 꿈꾼다면 더 나은 정치행위를 해야 한다. 최소한 자기가 어디로 이끌려가는지 정도는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거듭 유권자들을 향해 '생각'하기를 촉구하며, 안 후보를 지목해 "후보 중 유일하게 국가비전을 가진 후보"라고 추어올렸다.

또 안 후보에게 '국민이 풍요로워진 덕으로 강해지는 나라'를 뜻하는 부민강국(富民强國)의 비전이 있다면서 "국가 비전도 없는 후보들 사이에서 낯부끄러운 공방으로 세월을 보내며 맹목적 선택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고 훈계조의 주장을 덧붙였다. 이같은 글은 게재된 지 만 하루가 지나도록 '

이와 관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6일 오후 페이스북으로 최 위원장의 발언이 인용된 보도를 공유하며 "3등 후보가 양비론(서로 충돌한 두 의견 또는 주체 모두가 틀렸다는 논리)만 갖고 선거 치르다보니 그 후보의 선대위원장도 타후보 지지자에게 까지 양비론과 싸잡아 비난을 한다"며 "양당의 대안이 소위 국개론인가. 당장 사퇴하시라"고 말했다.

그러자 안 후보 측 윤영희 국민의당 선대위 부대변인은 논평으로 "이 대표가 오늘 양비론을 근거로 최 위원장에게 사퇴하라는 막말을 했다"며 "다른 정당 선대위원장에게 당장 사퇴하라 요구하는 이 대표의 양비론 프레임은 얄팍한 정치적 술수일 뿐"이라고 반발했다.

윤 부대변인은 "최 위원장 발언의 본질은 네거티브로 점철된 비극적 대선이 유권자로 하여금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며 "왜 국민들이 짬뽕과 짜장면 둘 중 하나만 먹어야 한다고 이 대표가 결정하나. 다양성에 기초한 민주주의 정신을 거부하는 이 대표의 이분법 선동은 지난 5년 우리나라를 분열해온 문재인 정부식 갈라치기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거듭 "이 대표는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해서 내편과 적으로 나누고, 대립구도를 만들어 본인의 정치적 자산으로 삼으려 애쓰지 말고 정치인으로서 갈등 해결을 위해 노력하라"며 "우리 청년들은 이 대표처럼 교활하지도 무례하지도 않다"고 쏘아붙였다.

이처럼 국민의당 선대위는 이 대표와의 공방으로 대응을 국한했지만, '유권자 무시' 논란의 불씨가 안 후보에게 번질 여지가 남아 있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반기문재단을 찾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회동한 뒤 취재진으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최 교수님(최 위원장)이 지금까지 책을 많이 냈는데 한 번도 어떤 나쁜 의도를 갖고 글을 쓰신 적이 없는 분"이라고 말했다.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인 최 위원장은 각종 인문학 저서를 냈으며 '노장사상'의 전문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그러나 취재진으로부터 '유권자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이 비판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안 후보는 "오늘 올린 글도 잘못 해석하면 뭐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원래 의도는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평생을 거쳐 쓴 글 중 그렇게 악의를 갖고 쓴 글은 전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