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의 변호인 역할에 대한 잘못된 시각

한겨레 2022. 1. 26.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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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정치권과 일부 언론, 네티즌 등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변호사 시절에 여자친구를 살해한 조카 사건과 조직폭력을 변론하였고, 변론하면서 형의 감경 요소로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한 것과 관련해 인권변호사는커녕 법조인 자격이 의심스럽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살인범을 변호하면서 충동조절 장애 등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하는 것이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인권변호사의 역할에 반하고 지도자로서 자격이 부족하다는 비난은 변호인의 역할과 권리 의무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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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민경한

전 대한변협 인권위원장

얼마 전 정치권과 일부 언론, 네티즌 등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변호사 시절에 여자친구를 살해한 조카 사건과 조직폭력을 변론하였고, 변론하면서 형의 감경 요소로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한 것과 관련해 인권변호사는커녕 법조인 자격이 의심스럽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일부 법조인들마저 이에 동조하고 있어 안타깝다. 이는 전적으로 변호인 역할에 대한 무지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대한변협에서 변호사의 변론권 및 피고인의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과도한 논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모든 피고인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상 권리가 있다. 형사소송법은 단기 3년 이상에 해당하는 사건은 필요적 변호 사건이라고 하여 변호인이 없으면 재판을 할 수 없도록 했다. 변호인이 없으면 국가가 비용을 지불하며 국선 변호인을 선정해준다(헌법 12조). 이는 곧 모든 범죄 혐의자는 법과 절차에 따라 수사와 재판을 받고 중한 범죄자일수록 반드시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라는 취지다. 흉악범이나 파렴치범이라고 하여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되고 죄질이 나쁜 사람들이므로 대충 수사하고 재판해서 엄벌에 처하라는 것은 더욱 아니다. 논란이 된 조카 사건은 필요적 변호 사건이다. 당시 이재명 변호사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까운 조카의 변론을 거절하는 것이 한국 현실에서 인정상 쉬운 일인가.

수사 과정에서 보통의 범죄자에게 적법 절차를 어기거나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불법적인 수사나 인권침해는 흉악범이나 공안사범에 대한 수사에서 대부분 발생하기에, 오히려 흉악범 등일수록 위 헌법상의 규정들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변호사 윤리장전도 변호사는 의뢰인이나 사건 내용이 사회 일반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변호를 거절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변호사가 살인범이나 성폭행범, 조직폭력을 변론한다고 해서 그 변호사가 살인행위를 용납하고 성폭행범을 동조해서 변호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변호사들이 사회적 시선과 여론의 압박을 이유로 변론을 거절하게 되면,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나 무기 대등의 원칙 등 국민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할 수 있고, 변호사 제도의 도입 취지에도 어긋난다.

변호인은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 변론하여야 한다. 변호인은 피고인의 유리한 양형을 위해 정신장애, 만취로 인한 변별력 상실 등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이는 변호인의 의무이자 권리다. 흉악범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살인범을 변호하면서 충동조절 장애 등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하는 것이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인권변호사의 역할에 반하고 지도자로서 자격이 부족하다는 비난은 변호인의 역할과 권리 의무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일부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정신장애, 심신미약 등을 악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변호인의 역할을 제대로 알고 변론 내용을 더 이상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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