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K좀비.. '지금 우리 학교는' 성적지상주의·폭력 들끓는 학교를 습격하다
[경향신문]
‘오징어게임’ ‘지옥’처럼 한국사회 문제 녹여
넷플릭스 시리즈…28일 오후 5시 공개
공포영화의 하위 장르였던 좀비물은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월드워Z>(2013)의 개봉을 즈음해서 대중문화 주류에 안착했다. 세계 흐름에 민감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변용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한국의 대중문화인들도 재빠른 행보를 보였다. 마동석을 세계에 알린 영화 <부산행>(2016·연상호 감독), 조선을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의 <킹덤>(2019~2020)은 주요 사례다.
28일 오후 5시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지금 우리 학교는> 역시 또 하나의 ‘K좀비물’이다. 주동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총 12개 에피소드 중 기자들에게 먼저 공개된 3개를 보면, <지금 우리 학교는>은 한국 사회의 현실을 장르적 관습에 배합한 시리즈였다. 이는 <오징어 게임> <지옥> 등 최근 성공작들이 보여준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 특유의 요소이기도 하다.
한 남학생이 또래 아이들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얻어맞던 학생은 실랑이 끝에 옥상 아래로 떨어진다. 간신히 목숨을 건져 응급실에 실려간 학생에게 처참한 표정의 아버지가 나타난다.
이 아버지는 경기도의 한 신도시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과학교사다. 과학실 청소를 하던 여학생이 실험실 문을 열었다가 햄스터에게 손을 물린다. 과학교사에게 억류됐던 이 학생은 다음날 피를 흘리며 교실에 나타난다. 학생은 급히 보건실로 옮겨졌다가 곧 응급실로 실려간다. 그사이 학생에게 물린 보건교사가 먼저 이상반응을 보인다. 바이러스는 금세 학교를 감염자로 들끓게 한다. 여학생이 실려갔던 병원에서도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된다. 정부는 도시를 봉쇄한다. 학교 안에 살아남은 학생들은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부산행>은 서울발 부산행 KTX, <킹덤>은 조선시대라는 특수한 공간을 좀비 창궐의 배경으로 삼았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배경인 고등학교 역시 전 세계 어느 시청자가 봐도 특이한 공간이다. 치열한 경쟁과 완고한 성적지상주의는 학생들을 억누른다. 전교 1등 남라(조이현)는 부모의 기부금 덕에 반장이 되었지만, 아이들은 그를 딱히 반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남라는 수업 시간 외에는 이어폰을 끼고 자신과 친구들 사이에 벽을 세운다. 고급 아파트에 사는 나연(이유미)은 기초생활수급자인 한 친구를 ‘기생수’라 부르며 업신여긴다. 양궁부 학생들은 성적이 좋지 않자 코치에게 막말을 듣는다. 임대아파트 아이들이 등교길에 고급아파트를 가로지르자 이를 막는 경비의 모습도 보인다. 학교폭력, 불법촬영, 청소년임신, 관료적 학교행정 등의 문제도 언급된다. 다만 너무 많은 사회 이슈를 가져온 뒤 충분하고 사려 깊게 다루지 않은 채 방치했다는 인상도 있다. 이런 의심은 나머지 에피소드에서 해소될지도 모른다.
이 시리즈가 한국의 교육·사회 현실을 고발하는 사회드라마란 뜻은 아니다. 주인공 격인 온조(박지후), 청산(윤찬영), 수혁(로몬) 사이엔 일종의 삼각관계가 형성된다. 사방에서 친구들이 죽어나가는 와중에 풋풋한 청춘 로맨스의 분위기가 감돈다.
좀비가 나타날 때까지 뜸을 들이진 않는다. 많은 사람이 밀집한 학교 특성상 바이러스는 급속도로 퍼진다. 급식실, 과학실, 보건실, 방송실 등 학교만의 특색 있는 공간에서 좀비와 인간의 추격전이 펼쳐진다. 아수라장이 된 식사 도중의 급식실 장면은 컷을 많이 나누지 않고 길게 찍었다. 제작진의 기술적인 야심이 담긴 장면이다. 신체 훼손 장면의 수위도 낮지 않다.
드라마 <다모>의 이재규 감독, <추노>의 천성일 작가가 호흡을 맞췄다. 이 감독은 26일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폐쇄된 공간에서 아직 성숙하지 못한 학생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켜보는 작품”이라며 “사람들이 어떤 희망을 품고 살아가야 하는지,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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