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m 앞엔 울퉁불퉁 돌길이 3m.." 안내음성과 함께 진동이 울렸다

박미라 기자 2022. 1. 26.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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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두 바퀴 위한 '내비'..평범한 '여행의 자유' 열까

[경향신문]

전윤선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가 지난 25일 제주도가 휠체어 이용자를 위해 선보인 내비게이션 앱 ‘휠내비길’ 시연회에 참석해 앱의 음성 안내에 따라 제주 돌문화공원을 돌아보고 있다. 제주도 제공
제주 ‘휠내비길’ 앱 시범운영

“15m 앞에 울퉁불퉁 돌길이 3m 이어집니다. 5m 앞에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경사길이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턱 없는 길로 갈 수 있습니다. 12m 앞 왼쪽에 장애인 화장실이 있습니다.”

지난 25일 오전 제주돌문화공원. 전윤선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는 자신의 휠체어에 고정밀 위치측정 수신기인 위성항법시스템(GNSS) 단말기를 장착한 후 휠내비길 애플리케이션(앱)이 전하는 음성 안내에 따라 20분 정도가 소요되는 제주돌문화공원 1코스를 돌아봤다.

이날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내비게이션 앱 ‘휠내비길’ 시연회에 참여한 전 대표는 “돌길을 예고할 때면 음성과 함께 진동이 울리면서 시각, 감각, 청각적으로 동시에 위험을 감지할 수 있었고 경사길은 몇도 기울어졌는지, 턱이 있으니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 정보까지 제공받았다”면서 “정보가 매우 세세하고 정확하다. 혁신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휠체어 이용자들은 이번 앱과 같은 수준의 정보를 제공받지 못해 심한 경사나 돌길, 높은 턱이 있으면 되돌아가고 일정을 지속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런 정도의 정확한 정보라면 휠체어 이용자가 안심하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휠내비길 앱은 저상버스 위치와 도착시간, 돌발 사고 발생에 따른 119 연결 서비스 등도 함께 제공한다.

제주 서귀포시 치유의 숲에 마련된 무장애 나눔길에서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이용해 산책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제주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장애인·노인 등 휠체어를 이용하는 교통약자를 위한 내비게이션 앱을 선보였다. ‘무장애길’도 점차 확대되면서 교통약자들의 제주 여행이 보다 편안해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스마트폰 앱과 고정밀 위치기반 기술을 융합해 개발한 휠내비길 앱을 이달부터 시범 운영한다고 26일 밝혔다.

참여자들은 휠체어에 위성수신 단말기를 대여해 장착하고 스마트폰에 내려받은 휠내비길 앱과 연동시켜 길 안내를 받으면 된다. 앱은 목적지까지 경사로, 계단 유무와 화장실 등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정보, 관광지에 대한 해설 등을 음성으로 제공한다. 1초 단위로 위치를 수신해 정보가 정확하다고 제주도는 설명했다.

제주도는 이 서비스를 2개월간 시범 운영해 보완한 후 오는 3월 본격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주상절리, 천지연폭포, 성읍민속마을 등 제주지역 30개 대표 관광지에 한해 서비스된다.

제주도는 휠내비길의 지식재산권 특허 등록도 추진 중이다. 윤형석 제주도 미래전략국장은 “그동안 휠체어 이용자들은 관광지 접근과 이동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정보기술을 활용해 장애인도 차별없이 불편없는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객, 노인·어린이 등 교통약자들이 쉽게 숲에 접근할 수 있도록 나무난간을 설치한 ‘무장애나눔길’도 확대되고 있다. 현재 무장애나눔길은 절물자연휴양림과 치유의 숲, 붉은오름휴양림 등 총 27곳에 조성됐다. 올해는 서귀포시 사려니숲길에도 무장애길이 조성돼 교통약자의 이용에 불편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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