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대 설 선물세트 늘고, 중고거래 활발
[경향신문]
감염 우려에 고향행 포기
가격대 높은 제품으로 ‘배송’
경제 사정 어려워진 이들은
‘중고라도 더 싼 것을’ 발품
“가격은 상관없으니까 좀 더 좋은 거 없어요?” 26일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 지하 식품코너에서 명절 선물세트를 고르던 A씨가 말했다. 17만9000원짜리 한우세트를 선택한 그는 “시댁이 부산인데 이번 설에는 비행기 표를 끊어 직접 가려고 했었다”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어 티켓을 취소하고 선물로 대신하기로 했다. 과일세트도 함께 보낼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전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만명을 넘겨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자 백화점에는 A씨처럼 귀성 대신 선물 배송을 선택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설 선물세트 판매를 담당하는 직원 B씨는 “작년보다 가격대 있는 상품이 더 잘 나간다”고 말했다.
올해 명절 선물세트는 10만원대 이상 고가 상품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3일까지 10만원대 선물세트 매출이 약 34% 늘었다. 특히 15만원 이상 프리미엄 과일세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올랐다. 현대백화점은 100만원 이상 한우 선물세트 판매가 작년보다 64% 증가했다고 밝혔다. 백화점 관계자는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개정으로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높아진 덕에 거래처에 보낼 선물로 고가의 한우세트를 찾는 분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반면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선물세트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파는 이들도 있다. 4년차 취업준비생 이정훈씨(31)는 백화점 선물코너 대신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을 찾았다. 중소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그는 판매자가 ‘원가 13만원짜리 상품을 5만원대에 내놓는다’고 소개한 샤인머스캣이 포함된 과일세트를 골랐다.
이씨는 “코로나19 때문에 고향에 내려가지 못한 지 2년째”라며 “마음은 백화점이나 고급 매장에서 선물을 사고 싶지만 벌이가 시원치 않아 아쉬운 대로 중고거래로 좋은 선물을 좀 더 싸게 사서 부모님께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명절을 앞두고 당근마켓에서는 평상시보다 선물세트 거래가 특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주요 거래 품목은 참치 캔, 스팸, 홍삼, 식용유 세트 등이다. 가격대는 1만원대부터 10만원대 초중반까지 형성돼 있고, 구매 희망자들 사이에선 1만~2만원대 선물이 가장 인기가 좋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오미크론 확산이 가속화하며 이번 명절도 부모, 친척을 만나기 어렵게 됐다”면서 “만나는 것 이상의 반가운 마음을 선물로 표현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질의 선물을 하고자 하는 심리는 모두 같겠지만 소득 양극화 등이 맞물려 고가의 프리미엄 선물이 인기를 끌고 중고거래를 선호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고 진단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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