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조카 물고문 살해 이모..친모에게 허위진술 강요했다"

檢 "친딸 학대방조 한 친모에 원심판결 유지"..원심서 징역 3년
친모 "의붓언니 '어차피 방임' 내게 편지" ..2심 선고는 2월16일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수원=뉴스1) 유재규 기자 = 자신의 10세 딸이 이모부부의 학대로 숨지게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친모가 의붓언니로부터 허위진술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수원지법 형사항소5부(부장판사 김은성)는 26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방조 및 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A씨(31·여)에 대한 항소심 변론을 종결했다.

검찰은 이날 결심공판에서 "A씨와 의붓언니인 B씨(35·무속인)의 휴대전화 메시지 내용 및 B씨의 진술이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라며 "B씨가 거짓진술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A씨의 범죄사실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의 주장을 철회해 주시고 (원심판결) 그대로 유지해달라"며 최종 의견진술을 마쳤다.

변호인 측은 최후변론에서 "A씨가 '학대행위를 방임' 했다는 것이 이 사건 공사사실의 전제인데 A씨와 B씨는 신뢰가 두터운 사이로 A씨는 절대적으로 B씨를 믿고 따랐으며 이는 당심에서 이들의 휴대전화 메시지 내용 등을 통해 확인했다"며 "심지어 A씨가 친딸 C양(당시 10)을 보겠다고 했지만 B씨는 코로나 확진자와 밀접접촉 했다는 거짓말로 집으로 방문하지 말라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엄마처럼 B씨를 따랐던 A씨는 그저 C양을 맡겼다는 이유만으로 미안한 마음을 가졌고 그럴 때마다 B씨에게 과일, 고기 등을 구입해 갖다주기도 했다"며 "B씨가 당시 A씨가 직장으로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 등을 이용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A씨는 "원심판결 전까지 (B씨를) 너무 많이 믿었다. 남아있는 내 아들까지 손가락질 받는 아이로 키우고 싶지 않다"며 "아이(C양)에게 죄책감이 크고 하늘나라로 갔다는 사실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고 최후진술을 마쳤다.

검찰의 최후 의견진술에 앞서 이뤄진 A씨에 대한 피고인신문에서 변호인측은 B씨가 이 사건으로 구치소에 수감됐을 당시 A씨에게 편지를 지속적으로 보내 '허위진술'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B씨의 진술이 그렇다면 거짓이라는 것인데 어차피 B씨의 양형참작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굳이 B씨가 불리한 진술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A씨는 "나에게 편지로 계속 부탁했다. B씨가 '나만 (범인으로 계속)몰아간다. 어차피 너(A씨)가 방조를 몰랐다거나 알았다는 등 어떤 답변을 해도 너는 방임이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내가 처음 이혼하고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 B씨인데 그러한 사람이 검찰조사에서 거짓말을 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없었다"며 "그래서 무조건 (진술이)맞다고 한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2020년 11월 B씨에게 C양을 양육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C양은 B씨 부부로부터 학대와 폭행을 당하다 2021년 2월8일 용인시 처인구 소재 B씨 주거지에서 숨졌다.

하지만 C양이 숨지기 전까지 A씨는 B씨에게 학대도구를 건네주는 등 오히려 학대를 용이하게 했고 또 이러한 학대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방임한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같은 해 2월7일 "네 딸이 귀신에게 빙의됐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복숭아 나뭇가지가 필요하다"는 B씨의 요구에 A씨가 직접 복숭아 나뭇가지 묶음을 전달, C양의 학대를 용이하게 했다.

돌보던 초등학생 조카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40대 부부가 17일 오후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에서 검찰 송치를 위해 호송되고 있다. 2021.2.17/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같은 날 오후 11시부터 4차례 걸쳐 B씨와 약 3시간 동안 통화하면서 C양의 학대사실을 인지 했음에도 "이모 손 닿으면 안 고쳐지는 것 없어"라고 말하면서 아이를 위험에서 구출하지 않았다.

또 같은 해 1월25일 C양의 양쪽 눈에 멍이 든 사진을 B씨로부터 휴대전화 메신저(카카오톡)를 통해 전송받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16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원심 재판부는 A씨에게 "C양에 대한 양육의 도리를 다하지 않아 결국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취지로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검찰은 징역 2년을 구형했었다.

A씨는 이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자 한다"며 항소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은 2월16일 열린다.

한편 25일 수원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B씨에게 징역 30년을, 남편 D씨(34·국악인)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