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걸리면 죽는다" 결국 닥친 중대재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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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하고 추상적인 규정 때문에 "잘못 걸리면 죽는다"는 경영계의 불안감이 팽배한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 시행에 들어간다.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나 사업주라는 사업 단위에 두고 있다"며 "감독의 방향성을 다수 사업장에 대해선 공통 혹은 동시에 건설 뿐만 아니라 제조업 고위험 사업장에 대해 감독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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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청간 책임소재도 불분명
모호한 규정에 경영계 불안감
정부는 '처벌보다 예방' 초점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모호하고 추상적인 규정 때문에 "잘못 걸리면 죽는다"는 경영계의 불안감이 팽배한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 시행에 들어간다. 현행 법 체계에선 법 적용 대상인 '경영책임자'의 범위가 분명치 않은 데다, 사고 발생시 원·하청업체 간 책임소재를 가리기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 '1호 처벌'만은 피해야 한다는 기업들의 절박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26일 정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산재 공화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해 재해나 직업성 질병으로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와 경영자에 1년 이상 징역형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사망 외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50인 미만은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4년 1월 27일부터 적용된다.
최근 잇단 대형 산업재해로 산업계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특히 산업재해가 빈발하는 건설업계에선 1호 처벌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한시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도 마찬가지다. 지자체에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 사고가 발생할 경우 단체장도 처벌 대상이 된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내부 회의를 열고 준비 상황을 최종 점검하면서 산업현장에서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살피고 있다.
민·관 모두 긴장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 법의 '모호함' 때문이다. 누가 언제 1호 처벌 대상이 될 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선 정부도 인정한 바 있다.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20일 "경영책임자의 책임 여부를 찾아가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며 "그래서 조금 더 신속한 조사·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주요 리스크 관리 조직(CRO), 최고안전관리책임자(CSO) 등을 신설·강화해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지만, 사업대표(총수나 CEO) 등이 의무주체·처벌대상이 되는지 명확하지 않아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지는 미지수다. 중소기업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연간 중대재해의 80% 가량이 50인 미만의 사업체에서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50인 이상 중소제조업체 322개사 가운데 53.7%는 시행일에 맞춰 의무사항 준수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해당 법 적용과 관련해 사업장 규모 등에 따른 예외가 없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26일 성명을 내고 "법 적용에 예외를 두거나 미뤄선 안된다"고 밝혔다. 노동부도 이 법이 '처벌'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춘 법이라며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 시행 이후라도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진호 노무사(노무법인 한수)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자가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유형이나 양형 기준이 상세하게 나와야 한다고 본다"며 "과로사나 태움(집단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 등은 근로자 사망의 원인이 (법정에서) 경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나 사업주라는 사업 단위에 두고 있다"며 "감독의 방향성을 다수 사업장에 대해선 공통 혹은 동시에 건설 뿐만 아니라 제조업 고위험 사업장에 대해 감독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일·이민호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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