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미처 피우지 못한 생명들을 위로하며

홍예슬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사 2022. 1. 2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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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2021), '나비'
김영진(2021), '나비', 포토그램, 젤라틴 실버 프린트, 12.7x7.8cm. 사진=대전시립미술관 제공

김영진은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공간 속 기억이나 감정의 흔적들을 작업의 소재로 삼는다. 기억이나 감정의 흔적들은 투명하고 깨지기 쉬운 유리, 아크릴, 비닐 등의 재료를 통해 포토그램(photogram)으로 표현된다. 포토그램은 카메라의 렌즈 없이 암실 속에서 인화지와 빛과 사물만으로 표현하는 기법으로, 한 번에 단 한 장의 사진만 인화할 수 있다.

'나비(2021)' 연작은 인터넷에서 매일 등장하는 익명의 사람들의 사망에 관한 기사를 소재로 했다. A4용지나 반투명한 트레팔지에 프린트 한 후 종이접기를 통해 포토그램으로 인화한다. 자연재해나 돌발적인 사고로 인한 죽음은 미완성의 종이접기 형태로 구현된다. 나비 모양은 아동학대에 의해 희생된 아이들의 죽음을 종이접기 한 것이다. 익명의 죽음에 대한 기사들을 물리적인 실체로 시각화한 '나비' 연작을 통해 작가는 미처 피우지 못한 생명들을 추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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